자연재배 농장 소개용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무척 개념적입니다만 그때는 이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백석리에 있는 자연재배농장 <너도나와같다면>
4,000여평 밭에서는 기존의 관행농, 유기농법과 달리
- 밭을 갈지 않고 (무경운 無耕耘)
- 화학비료는 물론 퇴비도 사용하지 않으며 (무비료 無肥料)
-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무농약 無農藥)
- 풀을 뽑지 않는 (무제초 無除草)
즉, 농작물과 잡초, 벌레가 서로 공생하며 자연의 조화를 이루어 가는 생명 순환의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첫째, 땅을 가는 것은 밭의 자연스러운 생명 순환을 인위적으로 파괴하는 것입니다. 기계로 땅을 갈지 않더라도 식물의 뿌리, 미생물 그리고 땅속의 작은 동물들의 활동으로 물리적, 화학적 땅갈이가 저절로 행해지게 되어 밭이 필요로 하는 배수성과 보수성은 날로 좋아지게 됩니다.
둘째, 화학비료는 물론 퇴비를 쓰지 않는 것도 역시 밭의 자연스러운 순환을 위한 것입니다. 밭에서 나지 않는 것은 그 어떠한 것도, 밭에 넣을 경우 밭의 자연스러운 생명 순환은 깨지게 됩니다. 작물이 필요로 하는 최적의 영양분은 밭이 스스로 만들어 갑니다. 조금이라도 더 수확하기 위하여 비료를 주는 얄팍한 인간의 마음이 밭 본연의 순환을 해쳐 약탈농업으로 변질되는 것입니다.
셋째, 농약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은, 자연은 항상 완전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병충해가 발생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비료나 퇴비, 미생물 등을 인위적으로 투여할 때 밭 본연의 순환이 깨져 작물은 병약해지고 병충해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넷째, 풀을 뽑지 않는 것은 그들의 중대한 사명과 역할 때문입니다. 풀로 인하여 밭의 영원한 생명은 유지됩니다. 아니 지구전체의 생명도 그럴 것입니다. 작물에 있어 풀은 적절한 습도와 빛 가림, 때로는 온도까지도 유지해 작물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또한 풀은 많은 미생물과 벌레에게 먹이를 제공하여 작물에 끼칠 피해도 줄입니다. 풀을 뽑아내지 않습니다. 다만 작물이 풀에 의해 당하지 않도록 때때로 잘라줌으로써 작물과의 공생을 유지합니다.
자연은 인간 이전에 이미 완전합니다. 풀밭 가운데에 작물이 성장할 자리를 마련하여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옮겨다 심고, 풀에 의해 당하지 않도록 때때로 풀을 제어하면서 밭의 자연스러운 생명의 순환에 의해 작물이 자라도록 도와주는, 자연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여 재배하는 것입니다.
지금 연천군 백석리 자연재배농장 <너도나와같다면>에서는 그 첫해의 농사를 지으면서 인위적인 방법에 의해 길들여진 땅을 다시 자연으로 되돌리기 위한 흙의 복원작업과 다양한 풀과 작물들 사이의 조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다양하고 많은 양의 농작물을 생산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 3~5년 후에는 땅의 원기를 살리고 자연과의 조화를 위한 이치를 더욱 깨달아 사람을 살리고 삶을 진정으로 이롭게 하는 값진 먹거리가 우리 앞에 다가올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2006년 6월
농부 홍려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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