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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꾸뜨?
셋! 소리와 함께 장달수가 하강했다.
장달수의 하강은 마치 인도네시아 밀림의 하늘다람쥐 같이 네 사지를 활짝 펴고 날렵하게 날았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것이 하늘다람쥐와 달랐다.
장달수의 하강회전은 바람개비보다 더 빨랐다.
엄청난 회전속도였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중절모들은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쿵쿵 나가 떨어졌다. 세워두었던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같이 다섯중절모들은 힘 한번, 방어한번 못하고 장달수의 사지공격을 받고 차례차례 쓰러졌다.
장달수가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와 착지했다.
찰나에 장달수의 공격이 끝나버려, 맞고 쓰러진 중절모들은 물론이고 구경꾼이 되어버린 직원들도 장달수가 어떻게 중절모들을 도미노처럼 쓰러트렸는지 자세히 보지 못했다.
회전하는 선풍기 날개가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같이, 착지한 장달수만 또렷이 보일뿐이었다.
바닥에 나가떨어진 중절모들은 장달수에게 얻어맞은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기절했다.
0.1초의 짧은 시간에 0.1톤의 순간중력을 받은 중절모들은 장달수의 발길에 차이는 순간, 얼이 빠지고 혼이 나가버려 마치 두 번 죽은 좀비들이 되었다.
중절모들의 최후는 장렬한 것이 아닌데 뭐라고 설명하면 속 시원할까?
옳지! 추풍낙엽秋風落葉.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왔으니 계절에 딱 맞는 표현이다. 가을밤엔 꿈을 꿔야 제격이다. 중절모들의 쓰러진 모습들이 추야장장 긴긴밤 꿈을 꾸는 고독남 모습과 흡사했다.
바닥에 들어 누운 중절모들은 가끔 근육경련으로 미동했지만 몰골은 처참했다. 그래서 꼭 가을밤, 고독남 잠들어 잠꼬대하는 것 같다는 말이다.
0.1초만에 5명의 중절모들을 해치운 후, 제자리에 살포시 착지한 장달수는 중절모들을 불쌍한 눈으로 내려다봤다.
제일 어린 방패직원이 장달수 앞으로 목을 길게 뽑고 손가락으로 중절모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싸땅닝. 꿍꾸띠뇨?”
장달수는 나이트클럽 사장답게 어린직원의 애교은어를 금세 알아들었다. 그래서 청춘들의 신용어로 대답했다.
“끄때. 꿍꾸또!”
옆에 서 있던 뽑과 딱도 두 사람의 대화를 이해하고 웃었다. 뽑이 어린직원을 보고 말했다.
“그래. 저 놈들 우리 사장님이 꿈꾸게 해 준거다. 지금 저승사자만나 가자 못 간다 지랄 떨고 있을 거다.”
어린직원이 뽑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뽑의 성질이 하도 괴팍해 뭘 물어보는 것을 제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순순히 질문을 받았다.
“어띠깡떼요?”
“임마! 어디가기는 어디 가냐? 조폭이니까 당연히 지옥이지. 흐흐흐.”
뽑과 어린직원의 대화에 비로소 장달수도 웃었다.
장달수가 천정으로 치솟아 잠간 체공한 후, 하강하며 중절모들을 쓰러트린 시간은 정확히 27초였지만 똑 같은 상황에서 기록상으로 따지면 홍콩무협영화의 성룡보다 2배 이상 빨랐다.
허지만 장달수에게도 피해는 있었다.
전광석화 같은 장달수의 공격에 넋이 나간 뽑상무와 딱상무는 자신의 와이셔츠가 피로 붉게 물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체 서 있었다.
장달수가 굉음을 내며 수직이륙할 때, 중절모들이 무기의 공격포인트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과상過想으로 헛 팔질한 아이자꾸와 전기톱날에 스쳐 맞았던 것이다.
장달수의 하강발차기 일격은 1톤 중량이고 타격속도는 초속360m의 마하속력이다. 이 가공할 위력의 발차기에 중절모들이 당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인간의 뇌가 인지하지 못하는 속도의 타격을 받으면 인간은 전혀 고통이나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기절해서 바닥에 널브러진 중절모들은 조폭체통도 없었다.
단정하게 쓰고 있던 중절모가 벗겨져 나간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모자가 벗겨진 중절모를 보는 순간 중절모들이 왜 검은 중절모를 썼는지 그 이유가 오토매틱으로 밝혀졌다.
왁스칠한 듯 빤짝빤짝 윤이 나는 대머리.
군데군데 원형탈모가 극심한 놈.
머리통 중앙이 흉측하게 함몰된 놈.
장티푸스 앓았는지 머리카락이 덤성덤성 한 놈.
뒤통수에 뿔이 달린 놈.
뿔이 달린 놈이 선글라스다.
원형탈모가 심한 놈이 쟈크.
대머리가 매부리.
머리통 중앙이 함몰된 놈은 충격에 눈알이 돌아가 사팔뜨기가 되었고.
머리카락이 덤성덤성한 놈은 버드렁니가 함몰되어 합죽이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선글라스.
선글라스의 머리 뿔은 터져 피에 굳어 있었다. 마치 녹용을 자르고 난 후, 새로 돋아 난 사슴뿔 같았다.
그리고 공통된 점이 있다.
중절모 다섯 놈의 얼굴은 모두 웨이브페이스waveface가 되었다는 점이다. 장달수의 단 한방에 찌그러지고 일그러지고 뭉개진 모습들은 너무 참혹해서 눈뜨고 마주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허지만 웃기는 일이 벌어졌다.
상황이 종료되자 구석구석에 숨었던 청춘들이 하나 둘 모여 들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태백산나이트클럽에 입장한 겁 많고 혈기왕성한 청춘들이, 조금 전까지 광폭하고 두렵게 느껴졌던 중절모들을 보고 웃은 것은 중절모들이 기절했지만 웃겼기 때문이다.
“우하하하!”
“아이고 배꼽터져!”
“저것 좀 봐! 조폭들이 웃고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