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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호 - 마을살이 보고서]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을 통해 보는 '마을공동체 조성사업'의 의미
▲ 지난 2월 오픈한 방학3동 주민센터 내 마을활력소에서 열렸던 개소식 모습.(사진 김미현)
[들어가며] 2012년 서울시의 마을정책이 시작될 즈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마을이 뭐예요?”, “우리 마을은 지원되나요?”였다. 4년이 지난 지금, 이런 종류의 질문은 드물다. 더디지만 마을이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렸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지난 마을 사업이 21세기 대도시 서울에서 마을에 대한 호감을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2~2015년까지의 4년에 대한 평가는 각 개인이 처한 위치마다 상이하다. 고작 4년으로 무엇을 평가하느냐며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지적해주는 이도 있다. 어찌 되었든, 지난 과정을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과정을 개선해 가는 것은 중요한 과정이다. 공식적인 평가와 전망은 부재할지라도 마을정책 가까이에서 활동한 사람들 사이에는 일정한 공통적 평가지점이 존재한다. ‘마을’, 4년 동안의 무모한 도전은 주민 3인 이상으로 만들어진 주민소모임의 등장이라는 다소 애매하지만, 의미 있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적 영역일 것 같기도 하고, 그저 동아리 같기도 한 주민모임이지만, 삶에서 개별적인 존재로 살아가던 개인이 일상생활을 하며 느끼는 다양한 필요--보육, 교육, 문화, 주거, 먹거리, 환경, 복지, 경제 등의 영역--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특정 필요에 공감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그 필요를 채워 나가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임에 연결되어 마을정책에 참여한 주민의 수는 대략 10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 마을 4년은 주민모임이 전면에 등장하는 시기이자 자치를 경험하는 주민들이 확산되는 시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열린 ‘2015 마을계획 연구결과 공유회’ 모습.(사진 신병곤)
주민모임의 등장을 하나의 ‘현상’으로 보거나, 자치를 경험하는 주민의 확산이라고 가치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일상의 필요를 자각하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시장에서 상품을 사거나 국가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웃 관계 형성을 위한 주민모임을 만들어 그 필요를 해결하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다스린다.’가 자치(自治)의 의미라면, (일부 시민운동을 통해 먼저 나섰던) 의식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왔던 자치를 마을공동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의 경험 속으로 이끌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지점이다. 자치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이 모여 보다 많은 사람이 느끼는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주민의 필요를 인식하고 이를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이 마을일 것이다. 감히 평가한다면 지난 4년은 마을공동체 형성에 있어 너무나도 중요한 기초를 다지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림자가 따르듯, 지난 3년(2012~2014년, 찾동 사업 시작 이전)의 과정에서 채우지 못했던 어려움 역시 상당 부분 존재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찾아내고, 대안을 생각하며 토론하는 숙의(熟議,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논의하는 것) 과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 과정에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마을공동체조성사업이 존재한다. 찾아가는동주민센터추진지원단(이하 ‘찾동’) 마을사업은 지난 3년의 경험을 넘기 위한 대안적, 보완적 시도이다. 너무 빠를 수도, 너무 무모할 수도 있고, 이후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도전해야 하는 것을 손 놓고 있을 수 없기에 찾동이라는 그 거대한 흐름에 마을도 함께 몸을 실었다. [사업구성과 의미] 찾동의 마을공동체조성사업은 크게 4가지로 구성된다. 찾동 사업은 전체 동에 일괄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차등적으로 적용한다. 주민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마을사업의 특성상 일괄적용이 가능한 사업이 있고, 보다 높은 주민 역량이 요구되는 사업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4가지 사업 중 주민참여지원 및 동 네트워크 파티는 전체 동에 일괄적용하고, 마을기금, 마을계획, 마을활력소 사업은 개별 동의 특성을 고려하여 일부 동에서만 실시한다.
각 사업은 고유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4가지 사업을 통해 찾동 정책 내에서 마을이 지향하는 내용은 동일하다. 각 사업은 동일한 지향 속에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지원체계를 마련했는데 그 지향점을 바탕으로 찾동 마을공동체조성사업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우물 안 개구리, 마을정책의 울타리를 벗어나야! 주민주도, 주민모임, 마을공공성, 민·관협력, 민주주의…. 마을정책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어들이기도 하지만 중앙정부, 서울시 주요 정책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거버넌스’라 통칭하기도 하고, 서울시는 ‘협치’라 부르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주민들은 아우성이다.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정책은 쏟아지는데 쓰는 단어나 가치는 모두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저 영역만 구분되고, 구청과 시청의 담당자 이름만 다른 것은 아니냐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협의회를 구성하라 하고, 전지를 펼쳐놓고 워크숍을 하자고 하고, 다른 주민과 연계 하라고 하고, 주민대표를 세우라 하고…. 요청하는 바도 흡사하다. 다소 극단적으로 말해보자면, ‘마을’이 주요 정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책 집행자나 중간지원조직의 착각이 아닐까 싶다. 주민에게 물어보면 도시재생, 사회적 경제, 참여예산,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주민자치위원회, 생활안전거버넌스, 골목디자인사업, 주거환경관리사업 등은 이름이 다르지만, 내용적으로는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주민은 지금 내가 당장 필요하면 주도하고 참여하지만, 지금 내게 필요하지 않으면 제안서에 이름만 올려놓거나 외면한다.
▲ 다양한 연령, 계층이 참여한 마을 총회 모습.
그렇다면 새로운 마을정책의 무대로써 ‘찾동의 등장’을 통해 우리가 다시 한 번 집중해 봐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다시 본질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마을은 문화, 복지, 주거, 교통, 교육, 보육 등의 각 영역을 뛰어넘어 주민의 일상세계를 지배하는 관계에서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힘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사회적 자본, 네트워크, 관계망, 주민자치 등 무엇으로 칭해도 좋다. 본질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자치의 힘인 것이다. 주민은 안전, 복지, 문화, 주거 등의 영역을 따로 경계 짓지 않는다. 안전이 곧 복지이고 복지가 곧 문화이며 문화가 곧 주거인 것이다. 모든 영역이 삶이자 생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책을 영역별로 접근하는 것은 주민의 생활문제를 파편화, 분절화 시킨다.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문화, 복지, 주거, 교통, 교육, 보육 등 영역별로 분리된 주민참여활성화 정책이 아닌, 영역의 구분 없이 일정한 거리적 범위를 가진 지역을 상대로 마을 본래의 힘을 극대화시키는(일상세계를 지배하는 자치력을 만들어가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일정한 거리적 범위의 마을’에 대한 지리적, 경험적 정체성이 사라진 지금의 시대에는 어느 마을을 상대로, 어느 지역적 범위를 대상으로 우리의 본질적 물음을 던져야 하는 것일까? |
누군가에게 묻는다. “어디 사세요?”, “어느 마을 사세요?” 모두는 아니어도, 대부분은 “00동”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동 단위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지리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고, 이사를 하면 전입신고를 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동’은, 일상의 마을을 잃어버린 누군가에게 여전히 존재하는 마을이다. 찾동에서는 행정 동 단위로 사업을 구성한다. 사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운 행정 동 단위에서 지역성을 살리고, 사회문제에 접근하는 관계적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정책을 구상한다. 문화, 복지, 교통, 주거 등의 분야별 정책 구분보다 행정 동이라는 지역적 구분을 마을정책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찾동 사업은 주민참여형 정책들이 ‘주민의 필요는 이것이다’라고 알아서 단정하기 전에, 주민들이 자신의 필요를 먼저 합의하고, 정의하고,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대표성이 부족할 수도 있고, 실현 가능성이 부재할 수도 있고, 모두가 동의할 수 없더라도 주민 스스로 필요를 찾고 인식하는 시도의 축적이 필요한 시기이자, 마을정책의 울타리를 벗어나 영역을 초월하는 시도가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이렇게 온전히 행정 동 단위로 지역의 필요를 상대하는 정책이 찾동의 마을공동체조성사업이다.
주민참여 정책의 洞단위 융합을 바라봐야만!
온전히 지역의 필요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것이 찾동의 마을공동체사업이기에 우리는 동단위 주민참여 정책의 융합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동에는 주민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정책(모두 광역, 중앙정부에서 기획된 복지, 문화, 주거, 도시, 교육 등의 사업)이 난무한다.
앞서 말했듯이 주민의 필요는 영역으로 분리될 수 없다. 그렇기에 찾동 마을공동체조성사업은 주민과 지역의 필요를 융합적으로 설계하고 실행계획을 세우고자 한다. 정책이 먼저 있고, 그에 따라 주민의 필요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자신의 동에서 해결하고 싶었던 필요가 무엇인지 알고 설계하고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활동을 할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동에서 일괄적으로 동시에 실시하지 않고 주민역량이 갖춰지고, 지원체계가 원활한 동에서부터 천천히 시작한다.
그들만의 리그, 기존 주민리더와의 협업이 있어야만!
‘새로운 주민, 신규 주민’이라는 표현이 심심치 않게 쓰인다. 누구를 지칭하는지 명확히 정의할 수 없으나, 기존에 지역사회활동을 하지 않았던 개인을 의미하거나, 주민참여형 주요정책에 참여하지 않았던 누군가를 지칭하는 뜻으로 쓰여 왔다. 마을사업은 이러한 주민을 찾는 데(새로운 주민/신규주민) 힘을 쏟아 왔다. 이런 방향은 기존 지역주민 리더와의 갈등이 유발된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고, 이를 해결하지 않고 새로운 정책을 펼치는 것은 갈등만 확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충고도 있었다. 실제 주요 정책수립 조직과 중앙단위 조직 간에는 상당한 갈등의 목소리가 표출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주민 생활지역인 동 단위 마을에서는 기존 주민리더와 신규주민 간에 보다 넓고 구체적인 협업과 융합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주민자치위원회에 신규 주민모임의 리더들이 참여하기도 하고, 주민자치위원회가 직접 마을사업을 수행하기도 한다. 주민자치위원회 교육에 마을 분야 커리큘럼이 적용되기도 하고, 주민모임에 주민자치제도에 대한 이해 교육이 포함되기도 한다. 조직의 이해관계는 부딪칠 수 있어도, 생활의 필요를 채우는 개인 간 협력은 자연스럽게 융합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단순화시켜서 말하자면, 기존 주민모임과 새롭게 등장한 주민모임 모두 서로 만나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주민모임들, 특히 제도에 기반 한 주민자치위원회 등의 직능단체는 젊은 집행력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모임 구성원의 연령이 평균적으로 높기도 하고, 실제 오랜 시간 활동해 온 관습으로 새로운 변화와 기획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주민모임은 인적·물적 자원 네트워크는 풍부하지만, 실제 무엇인가를 도모할 때, 이를 기획하고 움직일 인적 동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반면, 새롭게 등장한 주민모임에게는 기존의 주민모임의 인적·물적 네트워크가 절실하다. 마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어디에 있는지, 혹시 무료임대 할 수 있는 공간은 없는지, 재능을 가진 인적자원은 어디에 있는지, 또는 유사한 활동을 해온 선경험자가 마을에 있는지 등등 필요한 정보와 자원이 너무나 많다.
제도적,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실제 필요에 근거하기 때문에 협업의 가능성은 생활단위에서 무궁무진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책 제도와 예산, 담당부서를 융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생활단위 특히 행정동이라는 지역사회를 통해 사람간의 융합을 먼저 시도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찾동 마을공동체조성사업의 과정에서는 이를 특히 주목해야 한다.
생활 거버넌스 부재, 동 주민센터의 역할이 강화되어야만!
서울시 마을정책은 민·관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초기인 2012년, 서울시와 자치구에는 마을전담부서가 신설되었고, 마을조례가 만들어졌으며, 민·관 협력을 위한 마을공동체위원회를 구성하여 협력적 정책결정 구조를 완료하였다. 또한 집행력이 부재한 민간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주민의 활동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2012~2014년을 거치면서 초기단계의 중간지원조직인 자치구마을생태계지원단(또는 자치구마을센터1)을 만들어 왔다. 실질적으로 민·관 협력이 얼마나 이뤄졌고, 어떤 효과가 났느냐에 대해서는 각각 의견이 다르겠지만, 형식적으로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데는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민·관 거버넌스의 과정 속에 주민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라는 것이다. 마을정책에서는 늘 대변자가 있었다. 마을활동가이기도 했고 중간지원조직 또는 마을넷(마을네트워크)이기도 했다. 왜 그렇게 밖에 진행되지 않았을까?
동 주민센터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마을정책의 대부분은 주민이 공모사업이라는 매개를 통해 구청과 서울시에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공모, 선정, 운영지원, 평가’라는 피할 수 없는 순환고리가 서울시, 자치구에 의해 진행되고 있으니, 주민의 시선은 그곳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공모사업이라는 틀 안에서 주민이 직접 서울시와 자치구를 대상으로 민·관 거버넌스를 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거리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효율적이지 않다. 아니, 차라리 불가능하다. 주민이 동주민센터--자치기능(자생단체)을 지원하고, 공간적 자원(동청사, 자치회관)과 정보자원을 가진--와 협업하지 않는 것은 마을정책의 아주 중요한 한계지점이었다.
찾동의 마을사업에서는 주민의 시선을 동 주민센터로 돌렸다. 구청, 시청보다는 주민에게 몸과 마음이 가까운 동 주민센터를 민·관 거버넌스의 대상으로 등장시키고자 했다. 구청, 시청보다 조금은 만만한(?) 민·관 거버넌스의 주체로 동 주민센터가 새롭게 나서야 실제 생활의 소소한 문제를 거버넌스 의제로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자치구, 서울시의 정책결정과정에는 주민 개인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동 주민센터와의 민·관 거버넌스라면 그러한 의제도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좀 더 힘의 균형이 조율되는 모양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찾동의 마을사업에서는 동 주민센터가 새로운 민·관 거버넌스의 주체로서 역할을 어떻게 변화해 가는가를 주목하고자 한다.
주민모임의 한계, 자치경험의 다양한 길이 제공되어야만!
특정 필요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주민모임을 만들어 참여하는 마을정책! 참여를 통해 동네단위, 자치구 단위의 연결된 네트워크에 결합하고 공공성을 가질 수 있는 마을정책!
이런 말로 서울시 마을정책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80%의 방향과 전략은 설명되리라 생각된다. 정책적 전략의 효과는 지난 3년의 과정에서 일정부분 검증되었다.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전략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활 속에서 주민의 참여가 더디다는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주민이 부담 없이 마을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과 공모사업에 참여하고, 주민을 모으고, 사업을 집행하는 과정은 상당한 열정과 비전을 가지지 않고서는 참여하기 쉽지가 않다. 이보다는 좀 더 낮은 수준으로 참여할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축제에 참여하거나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용자 관점과는 조금 달라야 한다. 자신의 필요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하고, 일부분은 주도적으로 참여하지만, 공모사업보다는 책임이 무겁지 않은 것이 필요한 것이다. 마을공동체에 편하게 참여하는 과정의 설계가 필요하다. 적극참여와 단순이용, 그 사이에 주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은 다소 공신력이 있기도 해야 하며, 개방적/패쇄적이기도 해야 한다. 다소 목표가 분명하기도 해야 하며, 그 과정에 참여하는 주민을 지원하고 도와줄 지원의 힘이 필요하기도 하다. 찾동 사업은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지원하기도 하면서, 쉽게 참여하는 장(場)을 만드는 데 주목하고자 한다. 동 네트워크 파티, 마을계획단 운영, 마을기금운영위원회 등이 이러한 목적에 해당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마을공동체의 다양한 주체를 새로 등장시키고 성장시켜야만!
서울시민의 1%만이 마을공동체 활동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있다. 여전히 양적 확대가 중요하다. 등장하고 성장하는 마을공동체 관련주체는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직접 자신의 필요로 마을공동체를 꾸리는 주민주체와 이러한 활동가를 지원하는 협력자로 나뉠 수 있다. 물론 2가지를 동시에 하는 자가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실효적이긴 하지만, 우선 편의를 위해 2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찾동의 마을공동체조성사업안에서는 이 2가지 분류의 다양한 주체가 등장하고 성장한다. 주민참여지원사업과 마을기금, 마을계획, 마을활력소 사업을 통해 나타나는 주민주체는 기존의 마을공동체사업보다 수적으로 상당히 높다. 또한 마을계획을 지원하는 마을사업전문가와 마을계획전문촉진가, 마을활력소를 지원하는 사회적 건축가, 공유공간 기획자, 자치구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자치구추진지원단 등은 찾동의 마을공동체조성사업으로 새롭게 나타나는 협력자라 할 수 있다. 마을공동체사업은 ‘사람’ 중심이다. 찾동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을 엮고 함께 챙겨가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핵심 영역일 것이다.
[나오며]
▲ 방학3동 마을총회 모습.
찾동사업을 통해 우리는 시민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수만 개의 사회정책이 설계되어 집행된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만들고, 최고의 행정가들이 효율적으로 집행한다. 하지만 실제 해당 정책들의 최종 안착지는 우리가 살고 있는 거주지, 즉 행정동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필요는 늘 채워지지 않고 곤궁하다. 이제는 새로운 체계와 패러다임에 도전해야 한다.
법적 민·관 거버넌스 위원회의 필수 설치(서울시 148개 위원회 존재), 주민자치위원회의 변화를 위한 ‘주민자치회’, 주민에게 예산 편성권을 부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 도시재생, 사회적 경제, 생활권계획, 지역복지계획 등 주민이 실제 자신의 문제를 발의하여 정책을 설계하는 방식이 엄청나게 다양화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전달체계와 정책 기획에 집중되어 우리의 생활에서는 그저 진행해야 하는 하나의 사업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찾동 사업은 그렇게 매몰되지 않도록 잘 디자인해야 한다. 상투적이지만, 찾동은 ‘실질적 주민참여’를 넘어 ‘민·관 협력으로 주민주도의 문제해결력을 높이는 과정’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 물론 그 핵심에 마을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서울시 마을정책이 만들어온 지난 4년의 힘과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찾동 사업은 막대한 예산, 막대한 인력,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 새로운 시도이다. 이런 노력과 많은 사람의 헌신을 생각해보면, 단순히 지금의 변화 모습 말고 좀 더 큰 꿈과 희망이 담겨져야 할 것이다. 스위스의 란츠게마인데(Landsgemeinde, 직접 민주주의의 한 방식인 주민투표제) 같은 것들 말이다. 상상하기 힘들다면, ‘마을의회’는 어떤가? 행정 동 단위로 의회를 둔다면 어떻게 될까? 누구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그런 상상이 필요한 시기이다. 최후의 권력으로서 국민이 바로 서는 과정에 찾동이 있다. 찾동의 시도와 도전에 많은 사람의 지지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글_하경환(서울시 찾아가는동주민센터 (마을분야) 추진지원단)
사진제공_김미현(마을콘텐츠제작단 엠블대표·은행나루마을방송국 운영자)
본 기사는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발행하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온라인 뉴스레터 <서울마을이야기> vol.42호(2016.6.29.) 기사입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확하게 밝혀주시고, 전문 기사에 대한 링크를 걸어주세요. (단, 영리 목적에 의한 퍼가기는 불가합니다.)<서울마을이야기>의 다른 기사들은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 www.seoulmaeul.org 에서 언제든 확인하실 수 있으며, 신청해 주시면 매월 1회 직접 메일로 발송됩니다. (뉴스레터 구독 신청 : 센터 홈페이지 – 공지사항 - ‘뉴스레터 구독 신청’ 게시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