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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요논평 ** 화요논평 (2011년 12월 27일) 이민해, 딸기 맛이 낳냐. 누룽지 맛이 낳냐?
김남시 추천 1 조회 379 11.12.27 20:30 댓글 9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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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12.28 11:10

    첫댓글 김남시 님 말씀처럼 “지나치게 짧고 당황스러운 비약과 불안한 구조를 가진” 이 소설 틈새에 참 많은 이야기들이 함축되어 있네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숨은 이야기들이 스크린처럼 펼쳐지는 마술을 발휘하고 있군요. “초코나 딸기 맛 사탕은 남들에게 양보했고 남아있는 누룽지 맛 같은 걸 천천히 집어 빨아먹는” 아이를 만나는 것과 소설 속 화자가 현실 속에서 버티기란...

  • 작성자 11.12.28 11:41

    “초코나 딸기 맛 사탕은 남들에게 양보했고 남아있는 누룽지 맛 같은 걸 천천히 집어 빨아먹는” !! 그렇군요. 남아있는 누릉지 맛 사탕... 어쩌면 저자는 바로 그걸 이야기하려 했겠군요!

  • 11.12.28 12:31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자가 "요상한 맛이 나긴 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를 도치문구로 넣은 것에 잠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자는 누룽지 맛 사탕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다른 아이들이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천덕꾸러기처럼 굴러다니는 누룽지 맛 사탕을 집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먼저' 선택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의 문장 혹은 문단 사이에 숨어있다 독자에 의해 되살아나는 이야기들은 보르헤스의 소설처럼 하이퍼텍스트가 아니라, 마치 화선지나 미농지 뒤에서 아련하게 비치다 일순간 걷히며 존재를 드러내곤 합니다.

  • 11.12.28 12:37

    주인공은 "수동태의 안락함" 속에 있음을 행복하다고 표현하면서도 수동태의 상황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누구보다 괴로워합니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그 안락함을 선사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통장에 몇십만 원씩 꽂히는 과외의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손가정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온갖 알바를 뛰는 주인공은 의식 없어 보이는 남들과 다르게 살겠다는 거창한 각오가 결코 아니었기에 "지금은 다 그만두고 과외만 한다"며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술이었다"고 덜 자조적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 11.12.28 12:47

    이 소설은 현진건 <술 권하는 사회>의 남편이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 다오. 이 조선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알았소? 팔자가 좋아서 조선에 태어났지, 딴 나라에서 났다면 술이나 얻어먹을 수 있나"라고 울분을 터뜨리며 좌절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면서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라며 절망한 어조로 혼자 중얼거리는 아내가 되지 않게 해주어서 아름답습니다. 해서 부끄러운 독자인 저는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 11.12.28 16:03

    아 그리고, 초코나 딸기 맛 사탕이 산뜻하지만 획일적이고 일시적인 현세대를 뜻한다면 누룽지 맛 사탕은 낡고 비루하면서도 아련한 향수를 자아내는 "운동권"의 환상이 아닌가 합니다.

  • 11.12.28 15:24

    생각할 게 많은 소설이군요. 근데, 사실 집에서 그렇게 거창하게 아이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쭈뼛쭈뼛 말을 참는 386들이 더 많은 것 같구요. 자식에게만은 남들이 누리는 정도의 호사는 누리게 해주고 싶은 게 또 그들의 욕망이라서 전교조 선생님들도 자식들 교육 앞에서는 사교육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자식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가족주의의 맹신 앞에서 그들도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싶고, 나도 그런 것 같고, .... 소설 재밌네요.

  • 11.12.28 16:11

    사자 님의 “쭈뼛쭈뼛 말을 참는 386”이 참 와 닿네요. 민결 태림이도 많이 컸겠네요. 사춘기 아들의 벅찬 눈물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는 한 친구는 아내와 함께 아이를 통해 또 배운다고 하더군요. 지나온 잘못과 지금의 잘못도...

  • 11.12.30 14:37

    모모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더불어 저의 독단이 아이를 망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옛날에 옳다고 했던 행동들이 지금에 와서는 섣부른 것들이 많드라구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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