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를 둔 가정이라면 TV나 비디오 때문에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영상물 시대에 살면서 전혀 TV를 못 보게 할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하루종일 비디오만 틀어달라고 떼쓰는 아이들을 보면 그야말로 중독된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교육 길라잡이로 비디오를 잘 이용하면서 우리 아이가 중독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처음에는 아이가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앉아 있는 것이 너무 신기해서 보여주게 되었어요. 그 후에는 아이가 비디오 보는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서 보여주게 되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하루종일 비디오만 보려고 해서 걱정이에요.”
“저희 집은 두 아이가 매일 같이 아침에 눈만 뜨면 비디오를 틀어달라고 난리예요. 안 틀어주면 울고불고 뒤집어진답니다.”
아이들의 지나친 비디오 시청으로 인한 엄마들의 고민은 끝이 없다. 처음에는 교육적인 목적으로 일부러 비디오를 보여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잠시도 비디오 앞을 떠나지 않으려 하면 혹시 우리 아이가 ‘비디오 중독증’이 아닐까 하며 덜컥 겁이 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에게 올바른 비디오 시청 습관을 길러줄 수 있을까?
텔레비전에서 눈 한번 떼지 않는 아이들
비디오 화면에 아이들이 푹 빠져드는 것은 장면 전환이 빠르고 리듬이 단순 경쾌하며, 리드미컬한 변화가 계속 이어져 아이들의 기억력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물론 비디오는 잘만 활용하면 얼마든지 교육 교재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비디오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느끼는 ‘비디오 중독증’에까지 이른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최근 어린이 육영회 치료교육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언어·적응 장애 등으로 연구소를 찾은 9세 이하 3백21명 어린이 중 1백1명(35.9%)이 세살 이전에 비디오를 보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비디오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아이의 비디오 시청 수준이 단순한 호기심 만족 차원이 아니라 중독증에 이를 정도라면 부모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아이와 함께 비디오를 본다
비디오 중독증이 나타나기 쉬운 연령대는 4세부터 9세까지.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을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므로, 이 연령대의 아이를 둔 부모는 각별히 아이들의 시청습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혼자서 비디오나 TV를 보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부모가 일하느라 바빠서, 혹은 집안일을 하기 위해서 아이들끼리만 모아놓고 비디오를 틀어놓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러나 비디오를 볼 때 부모가 옆에서 감독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비디오의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시청 시간을 자제할 수가 없다. TV나 비디오는 반드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보도록 하자.
다양한 장르의 비디오를 보도록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특정 장르 비디오만 고집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애니메이션 영화를 몇 개씩 빌려다 보기를 원할 터. 그러나 동물의 세계를 다룬 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의 비디오를 보도록 해주어야 아이가 특정 장르에 집착해 비디오에 몰두하는 것을 막고, 비디오를 이용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 감성이 풍부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정해 놓은 프로그램만 보게 한다
회사에서 돌아와 TV 리모컨부터 누르는 아빠. 잠자기 전까지 온종일 이 채널, 저 채널 움직여가며 습관적으로 TV를 켜놓는 가정도 많다. 아이가 중독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아이와 TV를 적정선에서 격리시켜줘야 한다.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 좋은 것이 “이것만은 꼭 볼래요” 하고 아이가 보기를 원하는 특정 프로그램만 보여주는 것이다. 그 프로그램이 끝나면 일단 TV를 꺼버리는 식으로 아이의 주의를 환기시켜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TV 시청 시간표를 만들게 한다
아이가 계속 비디오나 TV를 보겠다고 우긴다면, 시청 시간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만 비디오를 보겠다고 약속을 받고, 아이와 함께 TV 시청 시간표를 만들고 TV 보는 시간에는 색칠을 해둔다. 그리고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TV를 못 보게 할 거다. 이건 너와 나의 약속이다’라고 아이에게 단단히 일러줘야 한다.
무엇보다 이 경우는 부모의 의지가 단호해야 한다. 규칙을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TV를 계속 보려하는데 마음이 약해져서 “이번만 봐주는 거야”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가 약속을 어긴다면 TV를 끄고, 아이가 켜지 못하도록 제지한다. 하지만 너무나 엄격하게 하면, 아이들의 반항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3일 정도 TV를 못 보게 하는 선이면 족하다.
비디오에 푹 빠진 아이, 자꾸 말을 걸면서 방해한다
초기에 비디오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비디오에 집중해서 넋을 빼고 앉아있는 아이에게 자꾸 말을 걸거나 방해하는 것이다. 엄마가 옆에 앉아서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을 물어보고, 줄거리도 물어본다. 아이가 짜증을 내더라도 끈기 있게 물어보고 때로 간식을 가져다주면서 아이의 시선과 생각을 비디오에서 차단시켜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라디오나 동화테이프를 대신 틀어준다
비디오 대신 다른 미디어로 관심을 옮기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라디오나 동화테이프 같은 것. 눈으로 보는 것보다 귀로 듣는 것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는 데도 더 좋다. 처음부터 라디오를 오래 들려주면 아이가 거부감을 가질 수 있으므로, 비디오 시간은 줄이고 라디오 청취 시간은 조금씩 늘려나가자. 특히 동화 테이프를 들려주면 아이의 언어 표현력도 좋아질 수 있어 일석이조다.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을 늘린다
집안 일에 치이다보면 사실 아이와 놀아줄 짬을 내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비디오에 의존하는 엄마들도 많은데, 설거지다 집안 청소다 하는 집안일을 당분간 눈 질끈 감고 무시하고 아이들과 놀아주자. 한동안 그렇게 아이들과 놀아주면 비디오 보여달라고 보채는 일이 아무래도 줄어들 것이다.
▒▒ 미니 어드바이스 ▒▒
TV나 비디오 볼 때 이것만은 지키세요
하루 한번 비디오 시청 시간은 한두 시간을 넘지 않도록 한다.
화면에서 50c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바른 자세로 보게 한다.
비디오 시청에 대해 아이와 규율을 정하고, 아이가 잘 따르면 칭찬해준다.
엄마, 아빠도 밤늦도록 TV를 켜두지 않는다.
방송에 나오는 은어나 속어를 쓰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 전문가 조언 ▒▒
"시간 때우기용으로 비디오를 켜두는 것은 금물"
이현옥<유아교육 상담가>
TV나 비디오는 현대의 아이들에게는 문화 필수품입니다. 좋은 교육 도구 역할도 해주지만, 아이 혼자 일방적으로 비디오를 보게 내버려두면 비디오 중독증은 물론 대인관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TV나 비디오를 무분별하게 탐닉하지 않도록 절제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 때우기용으로 아이들에게 비디오를 틀어주는 것은 금물입니다.
엄마가 함께 보면서 아이들에게 언어적 표현을 해주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좋습니다. 같이 보면서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그래서 어떻게 된 거래?”라는 식으로 아이의 판단이 필요한 질문을 한다면, 아이도 일방적으로 비디오 내용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부모들도 TV를 보는데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아이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들은 밤 늦도록 TV를 보면서 아이들에게는 “너희들은 들어가 어서 자”라고 말하는 모습은 결코 효과적이지 않으니까요. 식사시간에는 반드시 TV를 끄고, 식사 후 한두시간 정도 TV를 본후 잠시 꺼두었다가 아이들을 재운후 다시 켜는 식으로 부모도 절제를 보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