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서는 나무’는 정신지체장애인들의 수화 동아리다.
사단법인 신나는 문화교실 안의 수화 노래 동아리에는 박성진(20·사파고)·하지훈(18·경남 혜림학교)·국경민(15·봉곡중)·임재현(17·경원중)·최기원(17·남산중) 이렇게 5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수화 노래 동아리를 결성한 지는 2년. 이들은 모두 정신지체장애를 조금씩 안고 있는 장애 청소년들이다.
자연히 비장애인보다 수화를 배우는 속도도, 이해하는 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무대에 섰을 때 다른 어떤 수화 노래 동아리 무대보다 큰 박수를 받았고 감동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함께 서는 나무’는 지난해 청소년자원봉사센터대회에서 처음으로 수화 노래를 가지고 공식적인 무대에 섰었다.
떨리는 마음이었고 무대에서 줄 서는 것조차 버거웠지만 장애인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합천 원폭피해마을에서는 일반학생들과 어우러져 할머니·할아버지의 말벗도 해드리고 수화 노래 공연도 보여드리는 등 자원봉사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이들이 입장을 바꾸어 봉사의 기쁨도 누렸다.
합천 원폭피해마을 노래 공연 등 봉사활동
지난해 김해 자원봉사대회에서의 두 번째 무대는 이들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처음 무대에 올라 헤매던 모습은 사라지고 훌륭하게 수화 노래 공연을 마쳤다.
이때 길러진 자신감을 바탕 삼아 올해 3월부터는 매달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거리 공연도 할 예정이다. 거기에다가 지하도 거리 공연도 보탤 생각이다. 도시의 삭막함이 흐르는 지하도에서 수화 노래공연을 펼쳐 문화의 향기를 폴폴 피워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처음에 이들이 무대에 올라간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도 걱정을 했던 이들은 부모님이다. 온통 혹시 내 아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나 주지 않을까, 사회가 이들을 잘 받아 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뿐이었다. 그러나 잘하고 못하고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부모님들의 걱정과는 달리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었던 아이들은 서툴렀지만 예쁜 무대를 보여주었고 어머니들은 무대 뒤에서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 아이도 하면 되는구나”하고 장애인들도 세상에 한 발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
하지훈 군의 어머니 이경희(50·창원시 소계동)씨는 수화를 배우고 나서 재미있어 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집에 돌아오면 TV를 보거나 만화를 보면서 수화로 배운 표현을 응용하는 모습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공연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들이 수화 노래 동아리를 하면서 또 하나 얻은 즐거움은 비장애 학생들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장애인은 더딜 뿐 돌봄의 대상 아닙니다”
요즘 웬만한 고등학교에는 수화동아리가 없는 곳이 없다. 공연이 생길 때마다 함께 주말에 연습을 하기도 하면서 어렵고 꺼려지기만 하던 서로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1월 한달 간 이들의 수화지도를 맡고 있는 자원지도자 최준혁(24·창원대 화공시스템공학부 4년)씨는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지다 보니 수화를 가르치는데 애를 먹는다”며 “하지만 처음에는 수화를 하나의 동작으로 알고 율동처럼 배우던 아이들이 그 뜻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많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만의 대화법으로 말없이 통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나는 문화교실 사무국장 김인식씨는 “장애인은 더디기는 하지만 돌봄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애 청소년을 왜 문제 청소년으로 인식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이런 사회 인식의 벽을 허물 수 있고 비장애 청소년도 일반 청소년과 똑같이 동아리 활동 등 사회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서 장애 청소년 1인 1동아리 갖기 운동을 시작하게 됐고 수화 노래 동아리는 그런 맥락의 하나로 만들어졌다”며 사회적 편견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청소년들이 갈 곳이 없다, 문화 공간이 없다는 소식은 많이 접하게 된다. 비장애 청소년들도 갈 곳이 없고 할 것이 없는데 장애 청소년이 문화생활을 누리기는 더 힘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장애를 원해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장애 청소년들이 누리는 바를 똑같이 누려야 한다고 김 사무국장은 강조한다. 인라인·서예·노래교실 등 똑같은 문화활동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수화 노래 교실은 장애 청소년도 동아리를 가질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보여준 좋은 예다.
수화 노래 공연을 통해 끊임없이 세상의 문을 두드리는 장애 청소년들에게 세상은 함께 설 수 있도록 손을 잡아줘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