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연휴까지 반납하시고 이번 저의 아버지의 애상에 조문과 부의하여 주신분께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멀리 와주셨으나 경황중에 접대와 배웅을 소홀히 하여 예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송구한 마음을 늦게나마 올립니다.
앞으로 정성에 더욱 보답하고자 합니다
.....
부모같은 자식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부모같은 자식이었다면 아버지와의 이별은 아직은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어릴적 늑막염을 앓는다는 저를 업고 십리길을 걸어서 완행버스를 타고 2시간에 걸쳐 진주병원에 간적이 있다고 합니다
병원과 교통이 불편한 시골에서 수차례 그랬을 것입니다
돌이켜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오래전에 저에게 몸이 아프다고 한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 그때 저는 그냥 아버지에게 “병원에 한번 가보시라”고 말만 하였을 것입니다
“아프면 왜 치료받으러 가보지 않으냐”고 하였을 지도 모릅니다
만일 부모같은 자식이었다면 모시고 병원가서 검사하고 조기에 치료를 받아 낫게 하였을 것입니다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에 그저 불효의 눈물을 흘립니다
숨을 거칠게 하면서 진땀을 흘리셨는데도 그것이 마지막인 줄은 모른 채 그냥 지켜 볼 뿐이었습니다. 마지막 힘없는 호흡과 고개를 떨구시던 생과 사의 갈림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여 너무나 그립습니다. 한번 더 목욕시켜 드리고 만져보고 싶습니다. 아직 온기가 남았었는데도 벌써 장의차를 불러 운구한 것조차 후회됩니다
......
혼정신성(昏定晨省)이라는 말처럼[저녁에 이부자리를 보고 아침에 자리를 돌아보는] 정성의 조금만이라도 있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