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보이지 않습니다.
현상으로 나타날 때 비로소 생각은 형체를 갖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현상 속 에 깃들어 있는 생각과 마음과 의미를 읽어내지 못하는 아둔한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산하 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우리 조국이,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고장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아지 못한 채 지나쳐버리면서 살아갑니다. 더욱이 이 땅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정열과 고난의 눈물을 흘린 결과라는 것을 잊고 삽니다.
휴일이면 우리는 일상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산으로 들로 나갑니다. 세속의 번다함으로부터 벗어나 자연과 하나가 되어봅니다. 자연은 모성애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고 세속의 때와 먼지들을 깨끗하게 씻어줍니다. 자연의 세례는 다시 삶의 활력소를 불어넣어줍니다.
대전은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고도는 아닙니다.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성장한 도시입니다. 국토의 중심부에 있어서 (적어도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마는) 주변에는 다가가기에 좋은 산들이 , 2-300m급의 나즈막한 산에서 부터 식장산이며 계룔산과 같은 높이의 부담없는 산에서부터 속리산이며 덕유산과 같은 1000m가 넘는 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들이 그야말로 널브러져있습니다.
대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국토의 중심부에 살고있음으로 해서 우리의 산하를 ,교통의 편리함때문에 아름다운 산하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축복받은 시민들입니다. 또한 근대의 도시이지만 가까운 거리에는 공주와 부여와 같은 역사적으로 너무나 유명한 백제시대의 왕도가 이웃해 있어서 다가가기에도 좋습니다. 바로 이웃한 이런 고도들 때문에 대전(한밭)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산성들과 가슴저린 사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버렸기 때문에 이런 귀중한 역사적 유물과 그 속에 깃들여 있는 우리 조상의 애환과 그들이 전하는 교훈을 우리는 잊고 삽니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 다고 했습니다. 산이 좋아 산에 가면서도, 물이 좋아 강이며 냇가로 가면서도 우리는 그곳에 어려있는 가슴아픈 사연들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알으려 하지 않습니다. 무심코 지나쳐 버린 산길 옆으로 산성이 있는지도 모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선사시대의 집터위에 지어졌음을 잊기가 일 쑤입니다.
산이 좋아 산에 갑니다. 산에는 새도 있고 꽃도 있고 물도 있고 , 아, 거기에는 우리 조상의 피눈물 어린 역사의 숨결이, 화석화 되어 있는 산성들이, 손짓하면서 자신들의 기막힌 사연들을 들어달라고 소리칩니다. 귀막힌 사람들은 귀가 막혀서 눈이 멀어서 듣지도 못합니다.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는 정조 때 유한전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우리의 무심함이, 무관심이 도를 넘은 것이 아닌가하는 주제넘은 생각이 한낱 노파심이기를 바랍니다. 보이지 않는 한방울의 물이 골골이 모여서 대하를 이루듯, 한 사람 한사람의 사랑과 관심의 물방울이 모여 도도한 역사의 강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씁니다.
대전은 아름답습니다. 산천도 아름답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따뜻한 사랑의 불씨를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의 보금자리이기에 대전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산이 거기에 있어 산에 갑니다. 산성이 있어서 더욱 반갑습니다.
대전의 산들이 우리를 부릅니다. 그 속에 깃들여 있는 산성들이 우리들에게 축원합니다. 행복하게 사세요, 건강하게 사세요.
사랑하는 눈으로 보면 우리 국토는 더욱 아름답습니다.
2008년 12월 28일
지족산 자락에서 자부리 씀
첫댓글 대전에 산성이 있는걸 처음 알았네요
알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알면 사랑하게 된답니다. 많이많이 사랑해주세요.
참으로 보람있는 조사산행을 즐기시니 큰 박수 보냅니다... 숯고개 황산벌 검색하다가
선생님들의 좋은 성과와 고규함을 흠모하는 마음으로 가입 인사 올립니다.
이제는 대전 산성을 돌아보면서 산을 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