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 발효액 검증의 이야기
지난해 봄이었을 겁니다.
“야, 향철아... 니 효소는 먹어도 혈당이 오르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냐?.... 저번에 니가 밴드에 글도 쓰고 그랬잖아..... 야, 그런데 말이야 지금 난리가 났어. 내가 평소에도 당이 있다고 했잖아. 항상 조심했는데, 니 말을 듣고 니가 보내준 효소 있잖아... 그래.. 그거 백가지 풀을 발효했다고 했던 거... 니 말 믿고 생각날 때마다 벌컥벌컥 마셨거든... 그런데 엊그제 그거 먹고 두어 시간 지나서 혈당수치를 재보니까 200이 훨씬 넘는 거야. 그래 마 먹던 거 싹 다 치 뿌릿다. 환자들에게 당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으니 안심하고 먹으라고 했는데, 우짜믄 좋노....” 일천회장님의 전화였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제가 만든 발효액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는데, 갑자기 그거 먹으면 큰일 난다는 안티팬으로 바뀌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벼락을 맞은 것 같았습니다. 몇 년 전 있었던 설탕물 논란을 겪으면서 바닥으로 추락하던 매출에 그나마 남은 판로마저 끝장나게 생긴 것입니다. 마음을 추스르며 상황을 파악해야 했습니다. 쉽사리 그런 결론을 내리고 전화 할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마셨는지, 권장용량은 지키며 드셨는지...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입 밖으로 내어 물어 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제가 판매하는 발효액 중에서 가장 정성이 많이 들어간 것이라 생각하던 상품이었습니다. 지리산칠선계곡 두지터 할머니께서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새순과 산열매만을 모아 발효시킨 것으로 그것을 아이엄마에게 먹여가며 10년 동안 힘든 투병을 할 수 있었고, 알음알음으로 팔리면서 오늘날 발효전문가라는 소리까지 듣게 해준 상품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영감님을 위해 산 속으로 들어와 만든 산야초효소만으로 영감님의 갑상선암을 극복해낸 전설의 발효액이었습니다. 평소 혈당수치가 240이라던 당뇨환자에게 먹여가며 혈당수치의 변화를 측정해보았고, 전혀 영향이 없는 것을 확인했던 상품이기에 더욱 충격이 컸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이로운 건강음료를 만들자, 어떠한 화학첨가물이나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건강음료를 만들겠다는 사업적 마인드까지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어찌 됐든 불안하잖아. 암튼 당분간 효소는 중단해야 겠어...’라는 말로 전화는 끊겼습니다.
음주를 좋아하는 생활습관, 권장량을 생각하지 않고 마시는 과다한 복용 방법, 공복혈당 수치의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 등 묻고 따지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그리 할 수 없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안내를 못한 책임이 있는 것이고, 소비자가 문제라고 생각하면 문제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형님’으로 모시는 분이지만 엄연한 고객이고 불만사항을 접수했는데, 너무나 엄청난 파급효과를 지닌 분이니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며칠을 끙끙 앓다시피 지냈습니다. 또 회장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니 말에도 일리가 있을 수 있어.... 그런데 이런 일은 확실한 데이터 필요한 것 같아. 정확하게 니가 말하는 복용법을 지키고 다른 요인을 통제하는 실증 데이터가 있다면 되는 거야. 내가 몇 사람을 선정해서 실험을 해 볼게. 아예 고도 당뇨로 고생하는 사람들 몇 사람을 섭외해서 정확히 혈당수치 변화를 체크하고.... 니 우리나라에 당뇨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나? 수백만이야. 내도 당뇨로 고생해봐서 아는데, 그 사람들이 가장 먹고 싶은게 뭔지 알아? 단 것을 마음껏 먹어보는 거야. 당뇨환자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먹어도 되는 음료라면... 그건 대박이다. 니가 그렇게 확신을 하고 있다면 한 번 해보자는 거지.”
당뇨로 고생하는 흡선회원 중에 몇 명을 섭외해서 흡선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발효액을 먹이고 혈당수치의 변화를 체크하는 데이터를 확보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막상 그런 제안이 들어오니 떨렸습니다. 혼자서 해본 실험이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했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올까? 결과가 좋으면 괜찮겠지만 만약 나쁜 결과가 나오면 최악인데... 싶은 오만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장님의 오더가 떨어지면 준비한 발효액을 배송해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실험을 생각하면 불안하고 초조한 생각에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해야 했습니다. 기왕 당뇨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당뇨에 좋다는 약초를 찾아보고 발효액으로 담그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황제의 병이라 했다던 당뇨가 대중적 질병으로 확산된 것은 산업화의 역사와 같이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수백만의 당뇨환자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시간이었습니다. 당뇨인구 500백만 시대, 인구비중으로 볼 때 선진국 대열의 나라 중 최고의 비율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차츰 불안한 시간이 지나고 겨울도 깊어지고, 2016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실험의 불안감도 잊혀 질 무렵이었습니다. 2월 첫날 새벽 3시가 넘도록 사업의 어려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카톡이 울렸습니다.
“글 안 올리나? 니 효소 완전검증!!!”
“글이 잘 안 써 지네요.”
“오끼나와에서도 당뇨 죽염 단식 때 효소 물에 타서 매일 30밀리 마시게 했는데 특효..”
“오끼나와 다녀오셨어요? 매일 쫓기듯 살다보니 형님 소식도 모르고.... 글도 못 쓰겠고, 점점 더 어려워지기만 하네요.”
“오끼나와에서 당뇨 프로그램 돌릴 거야. 효소는 필수야~ 이곳 국회의원이 복용 중. 30밀리 씩 하루 4번. 혈당상승 전혀 없어! 힘내~~ 내가 준 자료라고 공개하고 밴드에 글 올려. 지리산백초원에서 개발한 효소가 혈당을 전혀 올리지 않는다는 것만 강조하면 돼. 이건 획기적인 일이야. 당뇨병 환자가 죽염단식 중에 단맛을 마시는 것은 정말 획기적이야!”
당뇨환자에게 흡선치유를 시도하면서 발효액을 먹게 하고 혈당수치 변화를 기록하게 하였는데, 어떤 분은 처음에는 권장량을 지켜 먹다가 나중에는 1일 권장량의 2배 가까이 먹었는데 오히려 혈당수치는 떨어졌다는 자료를 지난 늦가을에 받았지만 글로 형상화 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공개된 게시판에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부담감 비슷한 것이 몰려와 한 줄도 써지지 않아서 데이터를 지니고만 있었습니다. 몇 번 재촉하고 기다리다 못한 회장님이 그 새벽에 오끼나와에서 문자를 했던 것입니다.
그로부터도 두 달이 넘었습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리도 망설였나 싶지만,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한 줄의 글도 써지지 않으니 어쩌겠습니까. 망설이다 오늘 아침 일본에 계신 회장님의 재촉문자를 보고서야 정신을 가다듬고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데이터를 이용한 정리 글은 2편에서 계속하겠습니다.
***이 글은 백성의 의술이니 백성의 품으로를 실천하시고 귀천하진 민중의학자 형중 강봉천선생님의 뜻을 이어 세포의학 흡선자가치유법을 민중에게 보급하는 흡선자가치유공동체와 함께 진행하는 식습관 개선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시발점의 글입니다. 글에 등장하는 회장님은 현재 흡선자가치유공동체의 중앙회장을 맞고 있는 일천 이현기 선생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