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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리~천왕봉/지맥분기점~중봉~하봉~두류봉~
~왕등재~도토리봉~밤머리재
초저녁잠이 습관이 되어 있는 산객에게는 자정무렵이면 한창 코를 골며 단잠에 꿈 속을
헤메고 있을쯤인데,무박(無泊)산행을 떠나려는 거였다.버스의자에서 말뚝잠을 청하려니
잠이 든 둥 만 둥 어리마리에, 노루 잠자 듯 깊이 잠들지 못하고 여러 번 깨다말다하며
몸을 뒤척거린다.그러나 우리 일행의 베이스캠프인 버스는 그러거나말거나 어둠 속을
뚫고 들머리인 중산리로 산객들을 안내한다(3시20분).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인 산골 중
산리, 암흑의 등대지기 가로등 두어 개가 휘황하고 구만리장천 흑청의 천공에는 보석을
뿌려놓은 것처럼 차가운 별빛만이 반짝거린다.
불이 죄다 꺼진 시설지구를 지나 '지리산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널찍한 도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 탐방안내소 앞으로 이어지고,중산리 계곡천에
걸쳐 있는 법계교를 건너가면 '통천길'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아치형의 널찍한 출입구
가 기다린다.지리산의 정상인 천왕봉으로의 산길이 본격적으로 전개가 되는 거다.시설지
구의 가로등 불빛은 저만치로 점점 멀어져 가물거리고 삼라만상은 시나브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만이 존재한다.
길은 머지않아 장터목 산장 쪽과 천왕봉으로의 삼거리 갈림길로 이어지고,거친 너덜겅
을 바위계단처럼 손을 본 바위오르막이 산길을 안내한다.일정한 범위의 렌턴불빛이 앞
을 밝게 비추고 따닥따닥 바윗돌에 부딫치는 스틱촉의 금속성이 발걸음 장단을 맞춘다.
중산리 계곡천의 넉넉한 계류소리도,숲을 소요하는 산새들과 들벌레조차의 울음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적막 같은 어둠의 산길은 점점 가풀막진 행색을 띄며 산객을 다그친다.
거지반 바위투성이의 오르막 산길은 데크계단과 철계단을 이용한 시설물 등이 보조를
맞추고 한 차례 계류를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넘어서고 나면 법계사 쪽에서 들려오는 것
으로 여겨지는 범종소리가 은은하게 귓전을 두드리기 시작한다.범종을 울린다 함은 중
생의 혼미한 잠을 깨워주고 열띤 머리를 식혀주며 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번뇌가
없어지고 지혜가 자라나며 지옥에서 벗어나고 삼계(三界)에 윤회하는 일도 없이 성불하
여 중생을 제도함이다.이른 꼭두새벽부터 범종을 울려 중생들의 온갖 번뇌를 없애줄 필
요가 다분한 세상이 아니던가.
이윽고 범종소리가 사라지고, 한 식경이 지날 무렵이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환한 불
빛을 밝히고 있는 곳으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지리산 천왕봉 정상을 오르기 위한 중간
대피소 로타리 산장이다(4시50분).마른 목을 축이고 대피소를 뒤로하면 대피소와 이웃
한 조금 전 범종소리의 진원지인 법계사의 일주문 앞이다.아무런 불빛도 없이 어둠에
휩싸여 있는,조금 전의 범종소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침묵 속 법계사의 일주문 앞을 지나고 나면 사위는 시나브로 밝아지기 시작한다.
머지않아 렌턴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시야가 튀었다.그러나 오르막은 여전
하게 너덜겅이나 다를 게 없는 바윗길이다.집채 만한 덩치의 묘비처럼 생긴 바위의
곁을 지나고 나면 그와 덩치와 모양새가 어상반한 기암의 곁으로 이어지고,해가 떠오
르는 동녁의,하늘과 땅의 기다란 틈새가 점점 고운 치자빛의 긴 띠처럼 물들기 시작
한다.바위오르막은 사뭇 가풀막지게 꼬리를 잇는데,데크계단과 철계단이 번갈아가며
가풀막진 오르막의 수직상승을 아금받게 돕고 있다.
그러한 행색의 가풀막진 바위비탈을 어렵사리 올려치면 비로소 오르게 되는 붕긋
솟구쳐 있는 바위투성이의 멧부리가 해발1915.4m의 천왕봉(天王峰) 정상이다(6시8분).
짙은 치자빛의 긴 띠를 거스르고 눈부신 햇살이 온누리에 번지기 시작한다.회백색이나
잿빛의 바위들에도,온갖 수목들이나 산객들에게도 고운 치자빛이 은은하게 번져 있다.
그리고 사방팔방의 거침이 없는 조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흥분과 경외감을 산객에게
안겨주는 거였다.
지리산의 정상이자 웅석지맥의 분기점이기도 한 천왕봉 정상에서 웅석지맥의 첫 발을
비로소 떼기 시작하는 산길은 천왕봉 정상에서 북쪽으로 뻗은 중봉으로의 산길이다.완만
하게 가라앉아가는 듯한 울퉁불퉁한 바위투성잇길을 따라 0.9km거리에 30분여의 발품
이면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해발1874.6m의 중봉(中峰) 정상이다(6시37분).조금 전 올랐
던 천왕봉 일대와 주변의 산천경개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의 전망대다.
조망의 중봉 정상을 뒤로하고 나면 곧바로 갈색의 통나무를 이용한 목책이 이동을 막고
있다.지맥의 산길을 이으려면 목책을 넘어야 한다.목책을 넘어서면 '위험! 반달가슴곰
활동지역'이라고 적바림한 현수막이 하나 나무가지에 걸려 있다.산길은 집채 만한 바위
들의 곁으로 이어지고,널찍한 헬기장으로 연신 꼬리를 잇는다. 산길은 이전의 중산리와
천왕봉 구간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산길이지만 뚜렷하다.
그러한 행색의 울퉁불퉁한 근골의 바위등성이를 15분쯤의 발품이면 봉긋 솟구쳐 있는
암봉이 산객을 기다린다.이 암봉이 해발1754.7m의 하봉(下峰) 정상이다.이곳에서도
조금 전 거쳤던 천왕봉과 중봉이 한눈에 조망이 되고, 넘어야 하는 지맥의 기다란 진초록
의 등성이까지 죄다 조망이 되는 전망의 멧부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조망의 하봉 정상
을 뒤로하는 산길은 울퉁불퉁한 바위등성잇길이다.고정로프가 간간이 걸려 있는 릿지구간
의 행색으로 고정로프는 신뢰감을 주기에는 다소 미흡한 행색이다.
하봉에서 바라본 천왕봉과 중봉
이러한 행색의 릿지구간을 따라 20분여를 오르내리고 나면 오르게 되는 바위봉우리가
해발1617.4m의 두류봉(頭流峰) 정상이다(7시43분).두류봉 정상을 뒤로하는 산길도 바위
봉이 뒤를 잇는데, 거지반 우횟길의 행색이다.두어 군데의 암봉을 우회하고 나면 삼거리
갈림길이 기다린다.지맥의 산길은 우측 9시 방향의 내리받잇길이고,맞은 쪽은 영용봉과
국골을 거쳐 추성리 쪽으로의 등하행 산길이다.
다소 긴 느낌의 내리받잇길을 내려서고 넉넉하고 부드러운 안부를 거치고 나면 넙데데
한 해발1260.8m봉이다.산길은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의 숲이고, 산길은 조릿대가
무성하다.무릎 높이에 불과한,거칠 게 없는 듯한 조릿대 산길이 다하면 어깨 높이를 넘어
한길 높이까지 치받더니 결국은 조릿대 터널처럼 꼬리를 잇는 거였다.그러한 행색의 등
성잇길은 걀쭉한 꼴의 해발1276.2m봉으로 이어지고, 1276.2m봉을 뒤로하고 나면 릿지
구간처럼 바위등성잇길이 뒤를 잇는다.
릿지구간을 벗어나면 곧바로 만나게 되는 잘록한 안부가 쑥밭재다.쑥밭재에서는 좌우를
모두 살펴보아도 등하행 산길은 눈에 안 띈다.그러한 행색의 쑥밭재를 뒤로하고 집채 만
한 바위 두어 곳의 곁을 지나고 나면 해발1322.3m봉이다.산길은 여전하게 조릿대가 지배
하는 그들만의 산길이다.한길이 넘는 조릿대들이 터널길을 만들고 있거나 어깨를 뒤덮을
것처럼 울창하고 무성하다.그리고 집채 만한 기암괴석들이 간간이 거대한 들짐승처럼 등
성이를따라 웅크리고 있다.
조릿대와 거대한 바윗덩이들의 산길은 해발1250m의 암봉으로 이어지고,그곳을 넘어서면
부드럽고 수더분한 안부 삼거리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유평리 새재골과 대원사 계곡(우측)
으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새재다.산행을 시작할 무렵에는 서늘함까지 느껴졌는데,시간
이 지날수록 기온이 올랐는지 비지땀만 줄줄 흐른다.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은 날씨에 온도
와 습도가 모두 높아진 것이 그 이유는 아닌지.배낭에 갈무리 한 식수통만 연신 꺼내든다.
독바위
새재를 뒤로하고 나면 우측 저만치 마치 뱃살은 남산 만하고 머릿통은 상대적으로 작으마
한,마치 일본의 뚱뚱보 스모선수 모양의 거대한 암벽 형태의 기암이 허리를 반쯤은 뒤로
젖힌 듯한 기암절벽이 눈에 들어온다.로마는 그렇게 느꼈는데 이 이름을 지은 작명가는
독처럼 생긴 것으로 보았는지 이름은 독바위다(9시3분).그러한 행색의 오르막을 올려치면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만이 엄부렁한 해발969.5m봉이다.산길은 다시 집채 만한 바위
들과 울퉁불퉁한 등성이로 이어진다.그러나 거지반 바위를 곧장 넘어가지 못하고 우회를
할 수밖에 없는 산길이다.
산길은 붕긋 솟구쳐 있는,너럭바위 전망대를 곁에 두고 있는 조망의 해발923.9m봉에 이르
면 지맥의 산길은 좌측 9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이곳에서 산길은 완만하게 가라앉아
잣나무들이 울창한 부드러운 안부 삼거리로 산객을 안내한다.역시 우측의 유평리 외고개골
쪽으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외고개다(10시16분).넉넉하고 부드러운 외고개 안부를
뒤로하고 길쯤한 꼴의 멧부리 두 곳을 차례로 넘어서고 나면 역시 부드럽고 넉넉한 안부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 해발973m고지의 안부에 위치한 왕등재 습지다.
왕등재 습지
꽃창포,뻐국나리,동의나물 등을 비롯한 식물들과 원앙,소쩍새,까막딱다구리 등의 조류를
비롯한 여러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총면적 6.000평방제곱미터의 왕등재 습지다.왕등재
습지를 뒤로하고 한 차례 오르막을 올려치면 작으마한 돌탑1기가 있는 해발1048.6m봉이
다.1048.6m봉을 넘어서고 나면 900m대의 높이와 생김새가 어상반한 멧부리가 지루하게
꼬리를 잇는다.목은 연신 타들어가고 배낭에 갈무리 한 식수는 급속도로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다시 조릿대의 터널을 거쳐 진달래를 비롯한 관목들만의 붕긋한 조망의 해발983.8m봉
을 넘어서고, 900m대의 고만고만한 높이에 생김새마저 엇비슷한 멧부리 서넛을 차례로
넘어선다.준비한 식수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면 덩달아 갈증은 고조되기 마련이다.
물통에 500cc쯤 식수가 남아있는데, 두어 모금이면 빈 통이 아닌가.아껴서 마신다고 해도
날머리까지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가운데 맨 끝이 도토리봉
해발936.5m의 동왕등재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멧부리에서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 산길은 해발729.1m와 해발848.5m봉을 차례로 넘어서고 나면 가풀
막진 내리받잇길로 산객을 몰아세운다.갈증으로 목은 타들어가는데 아직도 건너 편 저만
치에서 해발908.8m의 도토리봉이 산객을 안타깝게 굽어보고 있는 듯하다.가파른 내리
받잇길을 구르듯이 내려서면 다시 오르막이 쉴 사이 없이 산객을 몰아세운다.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을 기신기신 견뎌가며 치받잇길을 올려치면 지맥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이어진다.마침 남파님과 둘이 동행하던 처지라 내가 식수
가 부족하여 안달을 부리니 식수를 아낌없이 나눠주는 게 아닌가.남파님도 기실 부족할
것 같은 데 말이다.물 한 모금이면 2,3십분쯤은 견뎌 나갈 수 있으니 한 모금의 양이지만
이럴 땐 큰 힘이 되는 법이다.
도토리봉의 헬기장
두어 군데의 고만고만한 높이에 생김새까지 어금지금한 멧부리를 차례로 넘어서고 한
차례 더 치받잇길을 애면글면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헬기장이 닦여 있는 해발
908.8m의 도토리봉 정상이다(14시5분).바람 한 점 비뜩을 안 한 처지에 햇살만이 함초롬
히 쏟아지고 있으니 헬기장이 닦여 있는 도토리봉 정상은 후텁지근함만 가득하다.그곳
에서 지맥의 방향은 좌측 10시 방향이다.
도토리봉 정상을 뒤로하고 내리받잇길로 발걸음을 옮기니 밤머리재를 넘나드는 차량들
의 헐떡거리는 소리가 귓전을 가만가만 두드리기 시작한다.오늘 산행의 날머리 밤머리
재가 이젠 발치에 다가왔다는 반가운 신호가 아닌가.그러나 내리받잇길은 꽤 길다.그러나
저러나 내리막 중간쯤에서 김용지 회장님이 막걸리 배낭을 짊어지고 올라오시는게 아닌
가.갈증에 시달릴 회원들을 위하여 손수 짊어지고 도토리봉 중턱까지 마중을 나오시는
중인 거였다.도토리봉까지는 마중을 가시겠다고 한다.타들어가는 목으로 두 잔을 냅다
들이키고 나니,칠년대한(七年大旱)이 대번에 시원하게 가시고 기운까지 번쩍 드는 느낌이
아닌가. (산행거리;23.3km.소요시간;11시간) (2021,9/9)
중산리~천왕봉/지맥분기점~중봉~하봉~두류봉~
~왕등재~도토리봉~밤머리재
초저녁잠이 습관이 되어 있는 산객에게는 자정무렵이면 한창 코를 골며 단잠에 꿈 속을
헤메고 있을쯤인데,무박(無泊)산행을 떠나려는 거였다.버스의자에서 말뚝잠을 청하려니
잠이 든 둥 만 둥 어리마리에, 노루 잠자 듯 깊이 잠들지 못하고 여러 번 깨다말다하며
몸을 뒤척거린다.그러나 우리 일행의 베이스캠프인 버스는 그러거나말거나 어둠 속을
뚫고 들머리인 중산리로 산객들을 안내한다(3시20분).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인 산골 중
산리, 암흑의 등대지기 가로등 두어 개가 휘황하고 구만리장천 흑청의 천공에는 보석을
뿌려놓은 것처럼 차가운 별빛만이 반짝거린다.
불이 죄다 꺼진 시설지구를 지나 '지리산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널찍한 도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 탐방안내소 앞으로 이어지고,중산리 계곡천에
걸쳐 있는 법계교를 건너가면 '통천길'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아치형의 널찍한 출입구
가 기다린다.지리산의 정상인 천왕봉으로의 산길이 본격적으로 전개가 되는 거다.시설지
구의 가로등 불빛은 저만치로 점점 멀어져 가물거리고 삼라만상은 시나브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만이 존재한다.
길은 머지않아 장터목 산장 쪽과 천왕봉으로의 삼거리 갈림길로 이어지고,거친 너덜겅
을 바위계단처럼 손을 본 바위오르막이 산길을 안내한다.일정한 범위의 렌턴불빛이 앞
을 밝게 비추고 따닥따닥 바윗돌에 부딫치는 스틱촉의 금속성이 발걸음 장단을 맞춘다.
중산리 계곡천의 넉넉한 계류소리도,숲을 소요하는 산새들과 들벌레조차의 울음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적막 같은 어둠의 산길은 점점 가풀막진 행색을 띄며 산객을 다그친다.
거지반 바위투성이의 오르막 산길은 데크계단과 철계단을 이용한 시설물 등이 보조를
맞추고 한 차례 계류를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넘어서고 나면 법계사 쪽에서 들려오는 것
으로 여겨지는 범종소리가 은은하게 귓전을 두드리기 시작한다.범종을 울린다 함은 중
생의 혼미한 잠을 깨워주고 열띤 머리를 식혀주며 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번뇌가
없어지고 지혜가 자라나며 지옥에서 벗어나고 삼계(三界)에 윤회하는 일도 없이 성불하
여 중생을 제도함이다.이른 꼭두새벽부터 범종을 울려 중생들의 온갖 번뇌를 없애줄 필
요가 다분한 세상이 아니던가.
이윽고 범종소리가 사라지고, 한 식경이 지날 무렵이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환한 불
빛을 밝히고 있는 곳으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지리산 천왕봉 정상을 오르기 위한 중간
대피소 로타리 산장이다(4시50분).마른 목을 축이고 대피소를 뒤로하면 대피소와 이웃
한 조금 전 범종소리의 진원지인 법계사의 일주문 앞이다.아무런 불빛도 없이 어둠에
휩싸여 있는,조금 전의 범종소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침묵 속 법계사의 일주문 앞을 지나고 나면 사위는 시나브로 밝아지기 시작한다.
머지않아 렌턴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시야가 튀었다.그러나 오르막은 여전
하게 너덜겅이나 다를 게 없는 바윗길이다.집채 만한 덩치의 묘비처럼 생긴 바위의
곁을 지나고 나면 그와 덩치와 모양새가 어상반한 기암의 곁으로 이어지고,해가 떠오
르는 동녁의,하늘과 땅의 기다란 틈새가 점점 고운 치자빛의 긴 띠처럼 물들기 시작
한다.바위오르막은 사뭇 가풀막지게 꼬리를 잇는데,데크계단과 철계단이 번갈아가며
가풀막진 오르막의 수직상승을 아금받게 돕고 있다.
그러한 행색의 가풀막진 바위비탈을 어렵사리 올려치면 비로소 오르게 되는 붕긋
솟구쳐 있는 바위투성이의 멧부리가 해발1915.4m의 천왕봉(天王峰) 정상이다(6시8분).
짙은 치자빛의 긴 띠를 거스르고 눈부신 햇살이 온누리에 번지기 시작한다.회백색이나
잿빛의 바위들에도,온갖 수목들이나 산객들에게도 고운 치자빛이 은은하게 번져 있다.
그리고 사방팔방의 거침이 없는 조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흥분과 경외감을 산객에게
안겨주는 거였다.
지리산의 정상이자 웅석지맥의 분기점이기도 한 천왕봉 정상에서 웅석지맥의 첫 발을
비로소 떼기 시작하는 산길은 천왕봉 정상에서 북쪽으로 뻗은 중봉으로의 산길이다.완만
하게 가라앉아가는 듯한 울퉁불퉁한 바위투성잇길을 따라 0.9km거리에 30분여의 발품
이면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해발1874.6m의 중봉(中峰) 정상이다(6시37분).조금 전 올랐
던 천왕봉 일대와 주변의 산천경개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의 전망대다.
조망의 중봉 정상을 뒤로하고 나면 곧바로 갈색의 통나무를 이용한 목책이 이동을 막고
있다.지맥의 산길을 이으려면 목책을 넘어야 한다.목책을 넘어서면 '위험! 반달가슴곰
활동지역'이라고 적바림한 현수막이 하나 나무가지에 걸려 있다.산길은 집채 만한 바위
들의 곁으로 이어지고,널찍한 헬기장으로 연신 꼬리를 잇는다. 산길은 이전의 중산리와
천왕봉 구간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산길이지만 뚜렷하다.
그러한 행색의 울퉁불퉁한 근골의 바위등성이를 15분쯤의 발품이면 봉긋 솟구쳐 있는
암봉이 산객을 기다린다.이 암봉이 해발1754.7m의 하봉(下峰) 정상이다.이곳에서도
조금 전 거쳤던 천왕봉과 중봉이 한눈에 조망이 되고, 넘어야 하는 지맥의 기다란 진초록
의 등성이까지 죄다 조망이 되는 전망의 멧부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조망의 하봉 정상
을 뒤로하는 산길은 울퉁불퉁한 바위등성잇길이다.고정로프가 간간이 걸려 있는 릿지구간
의 행색으로 고정로프는 신뢰감을 주기에는 다소 미흡한 행색이다.
하봉에서 바라본 천왕봉과 중봉
이러한 행색의 릿지구간을 따라 20분여를 오르내리고 나면 오르게 되는 바위봉우리가
해발1617.4m의 두류봉(頭流峰) 정상이다(7시43분).두류봉 정상을 뒤로하는 산길도 바위
봉이 뒤를 잇는데, 거지반 우횟길의 행색이다.두어 군데의 암봉을 우회하고 나면 삼거리
갈림길이 기다린다.지맥의 산길은 우측 9시 방향의 내리받잇길이고,맞은 쪽은 영용봉과
국골을 거쳐 추성리 쪽으로의 등하행 산길이다.
다소 긴 느낌의 내리받잇길을 내려서고 넉넉하고 부드러운 안부를 거치고 나면 넙데데
한 해발1260.8m봉이다.산길은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의 숲이고, 산길은 조릿대가
무성하다.무릎 높이에 불과한,거칠 게 없는 듯한 조릿대 산길이 다하면 어깨 높이를 넘어
한길 높이까지 치받더니 결국은 조릿대 터널처럼 꼬리를 잇는 거였다.그러한 행색의 등
성잇길은 걀쭉한 꼴의 해발1276.2m봉으로 이어지고, 1276.2m봉을 뒤로하고 나면 릿지
구간처럼 바위등성잇길이 뒤를 잇는다.
릿지구간을 벗어나면 곧바로 만나게 되는 잘록한 안부가 쑥밭재다.쑥밭재에서는 좌우를
모두 살펴보아도 등하행 산길은 눈에 안 띈다.그러한 행색의 쑥밭재를 뒤로하고 집채 만
한 바위 두어 곳의 곁을 지나고 나면 해발1322.3m봉이다.산길은 여전하게 조릿대가 지배
하는 그들만의 산길이다.한길이 넘는 조릿대들이 터널길을 만들고 있거나 어깨를 뒤덮을
것처럼 울창하고 무성하다.그리고 집채 만한 기암괴석들이 간간이 거대한 들짐승처럼 등
성이를따라 웅크리고 있다.
조릿대와 거대한 바윗덩이들의 산길은 해발1250m의 암봉으로 이어지고,그곳을 넘어서면
부드럽고 수더분한 안부 삼거리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유평리 새재골과 대원사 계곡(우측)
으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새재다.산행을 시작할 무렵에는 서늘함까지 느껴졌는데,시간
이 지날수록 기온이 올랐는지 비지땀만 줄줄 흐른다.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은 날씨에 온도
와 습도가 모두 높아진 것이 그 이유는 아닌지.배낭에 갈무리 한 식수통만 연신 꺼내든다.
독바위
새재를 뒤로하고 나면 우측 저만치 마치 뱃살은 남산 만하고 머릿통은 상대적으로 작으마
한,마치 일본의 뚱뚱보 스모선수 모양의 거대한 암벽 형태의 기암이 허리를 반쯤은 뒤로
젖힌 듯한 기암절벽이 눈에 들어온다.로마는 그렇게 느꼈는데 이 이름을 지은 작명가는
독처럼 생긴 것으로 보았는지 이름은 독바위다(9시3분).그러한 행색의 오르막을 올려치면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만이 엄부렁한 해발969.5m봉이다.산길은 다시 집채 만한 바위
들과 울퉁불퉁한 등성이로 이어진다.그러나 거지반 바위를 곧장 넘어가지 못하고 우회를
할 수밖에 없는 산길이다.
산길은 붕긋 솟구쳐 있는,너럭바위 전망대를 곁에 두고 있는 조망의 해발923.9m봉에 이르
면 지맥의 산길은 좌측 9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이곳에서 산길은 완만하게 가라앉아
잣나무들이 울창한 부드러운 안부 삼거리로 산객을 안내한다.역시 우측의 유평리 외고개
골 쪽으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외고개다(10시16분).넉넉하고 부드러운 외고개 안부
를 뒤로하고 길쯤한 꼴의 멧부리 두 곳을 차례로 넘어서고 나면 역시 부드럽고 넉넉한 안
부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 해발973m고지의 안부에 위치한 왕등재 습지다.
왕등재 습지
꽃창포,뻐국나리,동의나물 등을 비롯한 식물들과 원앙,소쩍새,까막딱다구리 등의 조류를
비롯한 여러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총면적 6.000평방제곱미터의 왕등재 습지다.왕등재
습지를 뒤로하고 한 차례 오르막을 올려치면 작으마한 돌탑1기가 있는 해발1048.6m봉이
다.1048.6m봉을 넘어서고 나면 900m대의 높이와 생김새가 어상반한 멧부리가 지루하게
꼬리를 잇는다.목은 연신 타들어가고 배낭에 갈무리 한 식수는 급속도로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다시 조릿대의 터널을 거쳐 진달래를 비롯한 관목들만의 붕긋한 조망의 해발983.8m봉
을 넘어서고, 900m대의 고만고만한 높이에 생김새마저 엇비슷한 멧부리 서넛을 차례로
넘어선다.준비한 식수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면 덩달아 갈증은 고조되기 마련이다.
물통에 500cc쯤 식수가 남아있는데, 두어 모금이면 빈 통이 아닌가.아껴서 마신다고 해도
날머리까지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가운데 맨 끝이 도토리봉
해발936.5m의 동왕등재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멧부리에서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 산길은 해발729.1m와 해발848.5m봉을 차례로 넘어서고 나면 가풀
막진 내리받잇길로 산객을 몰아세운다.갈증으로 목은 타들어가는데 아직도 건너 편 저만
치에서 해발908.8m의 도토리봉이 산객을 안타깝게 굽어보고 있는 듯하다.가파른 내리
받잇길을 구르듯이 내려서면 다시 오르막이 쉴 사이 없이 산객을 몰아세운다.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을 기신기신 견뎌가며 치받잇길을 올려치면 지맥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이어진다.마침 남파님과 둘이 동행하던 처지라 내가 식수
가 부족하여 안달을 부리니 식수를 아낌없이 나눠주는 게 아닌가.남파님도 기실 부족할
것 같은 데 말이다.물 한 모금이면 2,3십분쯤은 견뎌 나갈 수 있으니 한 모금의 양이지만
이럴 땐 큰 힘이 되는 법이다.
도토리봉의 헬기장
두어 군데의 고만고만한 높이에 생김새까지 어금지금한 멧부리를 차례로 넘어서고 한
차례 더 치받잇길을 애면글면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헬기장이 닦여 있는 해발
908.8m의 도토리봉 정상이다(14시5분).바람 한 점 비뜩을 안 한 처지에 햇살만이 함초롬
히 쏟아지고 있으니 헬기장이 닦여 있는 도토리봉 정상은 후텁지근함만 가득하다.그곳
에서 지맥의 방향은 좌측 10시 방향이다.
도토리봉 정상을 뒤로하고 내리받잇길로 발걸음을 옮기니 밤머리재를 넘나드는 차량들
의 헐떡거리는 소리가 귓전을 가만가만 두드리기 시작한다.오늘 산행의 날머리 밤머리
재가 이젠 발치에 다가왔다는 반가운 신호가 아닌가.그러나 내리받잇길은 꽤 길다.그러나
저러나 내리막 중간쯤에서 김용지 회장님이 막걸리 배낭을 짊어지고 올라오시는게 아닌
가.갈증에 시달릴 회원들을 위하여 손수 짊어지고 도토리봉 중턱까지 마중을 나오시는
중인 거였다.도토리봉까지는 마중을 가시겠다고 한다.타들어가는 목으로 두 잔을 냅다
들이키고 나니,칠년대한(七年大旱)이 대번에 시원하게 가시고 기운까지 번쩍 드는 느낌이
아닌가. (산행거리;23.3km.소요시간;11시간)
(202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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