뷤 선생님의 젠틀 러닝 세미나로 가는 길은 8월 14일 쏨의 여름 방학과 함께 엄마의 60번째 생신을 맞이한 가족여행으로 시작한다.
총 열 다섯 시간 정도 되는 비행시간과 비행기 갈아타는 동안의 시간을 걸려 두 번째로 짤쯔부르크에 도착했다.
첫 번째 방문은 작년 크라브 마가 인스트럭터 과정 사이에 잠깐 짬이 나는 시간에 기차를 타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거쳐서 온 길이었다. 겨울에도 좋았지만, 여름은 더 좋았다.
인구 15만의 도시 짤쯔부르크는 모짜르트의 동네이자 세계 유명 클래식 페스티벌답게 세계에서 온 25만 명의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짤쯔부르크는 작고 아담하고 귀여운 도시다.
그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온 옆 동네들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아담한 도시도 도시는 도시고, 시골은 시골인 것 같다. 5일 간의 가족여행이 끝나고 나는 부모님께 함께 <젠틀 러닝> 세미나가 열릴 그리스로 날아간다.
아테네에서 보낸 일주일은 고대 유산을 탐방하는 시간이었다. 아크로폴리스 근처 호텔에 묵었는데, 수퍼 옆에 식당 옆에 길거리가 곧 신전이 있고 조각상이 있었다. 매우 건조하고, 태양은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작렬하고, 땅은 척박해 보인다. 대부분의 문명은 강 주변에서 발달하였는데, 이런 곳에 문명이 꽃피울 수 있었을까?
가방 안에서 <문명의 배꼽, 그리스>라는 책을 꺼내어보았다. 이 책은 작가의 그리스 여행 시작의 첫 편으로 코린토스를 시작으로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여행을 담고 있다 보니, 내가 머물렀던 곳들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으니 여행을 반추하는 맛이 있었다.
와이파이도 무료로 뿌려주는 신타그마 광장에 섰다. 광장이라 하기에는 너무 작게 느껴졌고 편의시설도 거의 없다. 그저 아테네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한국에서 본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게 느껴지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하긴 뜨거운 낮에 광장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관광객이거나 불법 체류자로 보이는 흑인 이주노동자들이거나 거리의 예술가뿐이다. 국회의사당 건물을 바라보고 광장 중앙에 서니, <문명의 배꼽>을 초입에 나온 글귀가 머리를 울린다. 예전 뉴스에서 보았던 그 이야기.
“나는 조국을 믿고 성실하게 일하며 연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조국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내게 이런 조국을 선택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내 삶을 선택할 권리는 나에게 있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연금 삭감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에서 평생 약사로 일하다가 은퇴 후 연금으로 생활하던 한 노인이 자신의 죽음으로 저항한 사건이다.
하늘에 맞닿으려는 듯 저 높은 곳 수천 년 전에 세워진 신전들을 보고 있자면, “저 많은 신전은 누가 다 세웠는가?”가 떠오른다. 수많은 신들의 조각상이 있고, 수천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신의 족보와 이름과 의미들을 기억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 조각상을 만든 사람들은 모르지. 이것은 이오닉이니 도리안이니 코린토스 양식이니 어떤 아름다움이 있는지 열심히 설명해주지만, 그것은 누가 만들었을까? 수많은 신전이 페르시안 전쟁 때 파괴됐다고 한다. 그런데 파괴된 신전과 쓰러진 신들의 형상보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겠지.
새로 지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그래서 눈에 담을 수밖에 없었는데, 독서 공간에서 유물들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는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스에는 신들의 석상뿐 아니라 남성 여성의 석상도 많이 있었는데, 페르시안 전쟁 이전에는 석상들이 웃는 모습이었는데, 이후에는 매우 심각한 얼굴로 바뀌었다고 한다.
하루 종일 걸려(1일짜리 현지 관광 코스) “신탁”을 받는 곳으로 유명한 델피 신전도 가보고,
동네를 달리다가 우연치 않게 묵고 있는 동네에서 “악법도 법이다”라고 외쳤던 소크라테스의 감옥도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날은 근대올림픽 경기장을 달려가 보았다. 마지막 달려간 올림픽 경기장의 트랙을 보고 있자니 충분히 한달음에 넘을 수 있을 것 같은 야트막한 담을 넘어 트랙을 달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나는 민주시민이니 필요한 법은 지키기로 한다.
달리기의 마지막 코스는 내가 이름붙인 ‘바람 계곡의 바위’ 다. 바람 계곡의 바위에 앉아 명상을 하면, 아테네의 따뜻한 바람이 동서남북에서 불어올라와 내 영혼을 씻겨준다. 오른쪽에서는 아테네 신이 있다는 파르테논 신전이 나를 내려다보는데, 지혜의 기를 불어넣어주는 것도 같다.
이렇게 7일간의 아테네도 “차오차오!”
키피소스 터미널에서 7:30분 첫차를 타고 여섯 시간을 걸려 드디어! 세미나 장소인 코로니에 도착했다.
이곳이 천국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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