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금요일
누가 후려치는 것처럼 매섭게 추운 날씨이다. 잠시라도 바깥에 나가 있기가 무섭다.
방학 때 보드게임을 열심히 배웠다. 굳이 보드게임에서 재미를 찾을 나이는 아니지만, 궁하면 찾는다고 도무지 일반적인 교실 공부를 안하려 하는 아이들하고 어찌어찌 주파수를 맞추어 보려고 대여섯 종류를 익혔다. 지금도 몇몇 선생들하고 설명서와 유튜브를 뒤져가며 배워가고 있다. 일단 방법을 익히고 나면 게임 그 자체가 주는 재미 덕분에 식구들이나 학교 동료들에게 게임 박스를 들고 자꾸 하자고 구걸 비슷한 걸 하게 된다.
남학생이 9명, 여학생이 1명인 교실은 수컷 특유의 기질이 지배적인 분위기이다. 책을 읽고 느낌을 이야기하거나, 색칠하고 꾸미거나, 생각의 길을 열어가는 활동 같은 건 도무지 관심이 없다. 정답이 있는 수학이나 놀이 위주의 영어(그나마 문장 따라하기나 대화하기 등은 쉽지 않다), 몸을 미친 듯이 움직이는 체육 정도의 활동은 좋아한다.
남자 아이들 특유의 기질일 수도 있고, 또 요즘 아이들의 성향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일과를 마친 후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와 다수의 아이들이 서로 맞붙어 힘껏 줄다리기를 하고 난 것처럼 파김치가 된다. 호되게 후려 맞은 기분도 든다.
40년 이상의 간극이 있는 사이이다. 올해 아이들이 유독 그 간극을 여실히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치더라도, 기본적으로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점점 더 벌어져갈 그 사이를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진다. 보드게임, 체육수업 꾸려가기, 비폭력대화 연수, 그림책 공부, 온갖 다양한 현장체험학습 기획 등 온갖 무기를 쟁여놓아도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닌 듯 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대체 뭘 해야하는가? 하는 무력감과 분노 같은, 그리고 살아남고자 발버둥 치는 인간에게 서서히 덮쳐오는 슬픔 같은 것이 밀려왔다.
누구나 각자가 짊어진 삶의 무게는 만만치 않으나 제 것만 무거워 쓰러질 것 같다고 아우성치는 사람 중의 하나가 나라는 인간이다. 어쩌면 그 아우성을 열심히 지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맹추위에 기겁하여 그림자들도 자취를 감춘 겨울날, 나는 애써 긴 그림자를 질질 끌고 집으로 돌아와 방바닥에 널브러져 흐물거리고 있는 금요일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