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 서호공원>
정조가 1799년 만든 농업용 저수지 '축만제'의 다른 이름이 서호다. 2016년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축만제'는 만석의 생산을 축원하는 제방이라는 의미다. 화서동 여기산 아래 있다. 화서역에서 내리면 바로 그곳이 서호, 서호공원이다.
농촌진흥청이 관리하다가 96년 서호공원을 조성하고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는데, 그때 서호 가운데 쌓은 인공섬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습지가 되어 철새의 천국이 되었다. 특히 철새 민물가마우지의 도래지가 되었는데, 텃새로의 전환이 보고된 바 있다. 식생하는 수목도 다양하여 느릅나무 등 15종이 자라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연합뉴스, 18.5.22)
서호 가의 항미정은 1831년 화성유수 박기수가 지은 것이다. 항미정은 항주의 미목이라는 소동파의 시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곳에서 보는 서호낙조는 수원 8경으로 꼽힌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광은 그 자체로도 사람을 편안하게 황홀하게 한다. 봄에는 벚꽃이 가득하고, 여름이면 수양버들이 늘어지고, 가을이면 고운 색으로 단풍이 든다. 늦가을의 스산한 풍광은 더 좋다.
거기에 때로는 철새가 수면이 빽빽하도록 내려앉는다. 도대체 어디서 이 많은 새가 날아들었을까. 새들은 수면만이 아니라, 날아올라 하늘도 까맣게 메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로버트 레드포드가 경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르는 아프리카의 하늘처럼 새들로 하늘이 까매진다.
호수 가운데 인공섬은 배가 닿지 않아 사람은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데, 청둥오리 등은 가까이까지 다가와 헤험치고 자맥질하므로 섬에까지 이르고 싶은 충동을 누르게 해준다.
대도시 수원치고는 한적하고 아늑한 곳이어서 이곳이 대도시인가 싶을 정도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 숲은 호수가 인간을 품은 것 같다. 호숫가에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소나무로도 작은 숲이 만들어져 있다. 인간도, 호수도, 수목도, 새들도 다 있는 호수다. 자연은 인간으로 인간은 자연으로 더 아름다워진다.
호수를 따라 한바퀴 돌 수 있으나 1시간 이상 걸린다. 일부 구간만 걸어도 서호를 웬만큼 감상할 수 있다. 화서역 반대편으로 길을 건너면 먹자골목에 분위기 좋은 커피숍도 있어 산책후 기분좋게 요기하며 서호의 맛을 다시 음미할 수 있다. 산책과 마음 치유에 좋은 코스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왜 좋아요?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다. 한국은 어디나 좋아요. 그런데 풍광을 보다가 피곤하다, 앉고 싶다, 하면 그곳에 의자가 있어요. 여기 참 좋다, 하면 전망대가 있어요.
사람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대한민국 곳곳에 배여난다. 이곳도 그렇다. 적당한 곳에 의자가 있고, 적당한 곳에 운동시설이 있고, 걷기 좋게 흙바닥 위로 가마니같은 깔개가 깔려 있다. 숨 쉬고 산책해보자. 삶을 재충전하는 공간으로 이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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