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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산사모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선경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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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 쥐고 장미꽃 한송이를 들고 가기도 어색.
양복 안주머니에 넣기엔 너무나 긴., 장미 꽃대
도심의 거리를 활보하기가 어쩐지 쑥스러웠다.
'그녀는 나를 반가워할까?'
'혹시, 섭섭해 하지는 않을까?'
'예전처럼, 두팔을 벌리고 달려올까?'
그녀가 내품에 안기면 어떻게 해야하나.,걱정.
그녀와 나는 지켜야 할 가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달려오면 가볍게 안아 주어야겠다고 생각.
그녀와 만나기로 약속한 그 찻집
찻집 문앞에서 더욱 설레이는 마음.
한참 서서 진정시킨 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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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찻집 문을 들어서는 순간
내 가슴 속에서는 심장 뛰는 소리가 쿵쾅거렸다.
그런데, 창가에 앉은채 창백한 미소로 반기는 그녀.
'아!~ 얼마나 보고 싶었던 얼굴인가?'
33년 전에 헤어진 그녀가 거기 있었다.
나 자신 보다도 더욱 더., 사랑했던 그녀
행여 그녀 행복이 깨질까 찾지 않았던 나.
지난 33년 세월 앞에서 이미 초로에 접어든 그녀.
그 초로의 중년 얼굴에 겹쳐진 옛날 그 소녀의 모습
그녀 역시 반백이 희끗한 내 모습이 믿어지지 않는듯.
내가 내민 장미꽃을 받고,
그 시절 그 소녀처럼 기뻐하며
어쩔줄 몰라 떨리는 그녀의 손끝.
창백한 얼굴 위에서
붉게 피어나는 홍조.
그 옛날 그녀 특유의 해맑은 미소.
나를 반길 때만 보여주었던 그 미소.
영락 없는 33년 전.,첫사랑 그 소녀.
"정말 보고 싶었어요. 많이.
헤어지고 나서 한동안 몰랐어요.
세월이 갈수록 더욱 보고 싶었어요."
"................."
"우리가 헤어진 후 몇 년은
사람 많은 곳만 골라 다녔어요."
혹시, 우연히라도 만나고 싶었기에
".................."
시장 갈 때도 큰 시장만 갔고
백화점 갈때도 혹시나 만날까 해서
주위를 늘 살폈지만 만날 수 없었어요. “
"............"
“혹시 저를 찾지 않을까?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
"일년이 지나가고,
이년이 또 지나가고
삼년이 지나갔는데도
연락이 오지 않더군요."
"...................."
"10년이 지나가고
또 10년이 지나가고
또 다시 10년이 지나도.."
".............."
"한번도 저를 찾지 않을 만큼,
그렇게 보고 싶지도 않던가요? “
"....................."
'그리움이 컸던 탓일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목이 메여왔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나를 원망할 줄 몰랐다.
그녀가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랬기에
찾지 않았고, 연락조차 하지 않은 나.
그런데, 눈물을 글썽이며 서운함을 토로하는 그녀.
아내를 간호사 정도로 생각하는 의사와의 결혼생활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없었겠지만, 마음 고생 많았던듯.
그녀는 얼마 전 위암 수술 받았다고 했다.
앞으로 오래 살 것 같지 않다며 울먹였다.
그러나,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막막했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번 보고싶어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내 연락처는 수술을 받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좀 더 회복된 모습으로 나를 만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수술받고 뒤늦게 연락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제는 더 이상 건강이 회복될 것 같지 않다는., 그녀.
나의 사소한 습관과 옛 추억 모두를 기억하고 있는 그녀.
"흰 와이셔츠에 청바지 참 멋있었는데
그 빛바랜 청바지 아직도 갖고 있나요?"
"........아니."
"제가 갖고 싶어 달라고 했었는데.,"
"이미 너무 낡아서 줄 수가 없었어."
"생각날 때마다 꺼내 입으려 했는데
반바지를 만들면 잘 맞을 것 같았는데."
"미안해. 그런 마음도 헤아리지 못해서.."
"검정색 작업복 자켓은 지금도 즐겨 입나요?"
"그 옛날엔 옷이 별로 없어 그 옷만 입었던거야."
"이미 33년 전., 이야기네요?"
"벌써 그렇게 긴 세월이 지났군."
"그 청바지 달라는 제 속마음 몰랐어요?"
" 알았어. 하지만, 한편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속마음.
마지막 선물이기엔 너무 초라한 그 빛바랜 낡은 청바지.
보다 멋진 선물을 주고싶었는데.,그땐 내가 너무 가난했어."
그당시 나와 결혼을 결심하기엔 너무 어렸다는 그녀.
다른 남자도 사귀어 보고도 싶었다며 속마음을 토로했다.
그래서, 대학병원에 실습 나갔다가 알게 된 의사가 현재 남편.
신랑감으로 손색이 없는.,대학병원 레지던트 의사.
나보다 그녀를 훨씬 더 행복하게 해줄 것 같은., 조건
나에게 울며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달라던.,그 소녀.
그당시 나는 경제력이 없는., 대학생.
사랑하면서도 고이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내 마음.
당시 내 잘못이었다고 뒤늦게 그녀에게 토로했다.
그때 그녀를 붙잡아야 했다고 마음 속으로 후회했다.
"그때 왜 저를 붙잡지 않았어요? 왜? 왜? 왜?"
"그 남자가 나보다 행복하게 해줄 것 같아서.,"
겨울바다가 보고싶다던., 첫사랑 그소녀.
'뒤늦게 그 소식을 듣고나서
병원으로 달려 왔었다는 그녀.'
그녀가 그 병원으로 찾아왔을때 나는 이미 퇴원한 직후.
바로, 광주 보병학교로 떠났기에 나를 찾을 수 없었던 그녀.
당시 운명의 수레바퀴는 그렇게 서로 모르는 사이에 어긋났다.
"나를 사랑했어?"
"네."
"헤어지고 나서도?
"응."
"그럼 그 후라도 나를 찾지 그랬어?"
"고무신 거꾸로 신고 미안해서 어떻게?"
"사랑한다면서 바보처럼 전화도 못해?"
"어떻게 여자가 먼저? 그런 말하는 자긴?"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
33년 만에 만난 나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두 사람은 33 년 만에 다시 만나서야
헤어지고 나서도 서로 사랑했음을 알았지만
현실은 운명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어 있었다.
의자에 앉아있기도 힘겨워하는 그녀
단골 일식집에 전화로 따듯한 방을 특별 예약.
학창시절 돈 없어 사주고 싶어도 못사준 생선회.
그녀가 좋아하는 생선회를 마음껏 사주고 싶었다.
그녀는 생선회 몇 점과 전복죽 몇 술 겨우 뜨고는
몹시 힘든지 눕고 싶어해 나는 그녀를 부축해 누였다.
내 팔에 안긴 그녀의 몸이 너무 가벼워 가슴이 아팠다.
"저 아직도 예뻐요?"
"응."
"이렇게 아픈데?
"그래도 참 예뻐."
"피!~~ 거짓말."
"아니. 정말이야."
"그간 정말 저 보고 싶었어요?"
"하루도 잊은 적이 없을 만큼."
"저도 이젠 여한이 없어요."
"이제 예전처럼 자주 만나자."
"부인이 싫어할텐데?"
"내가 말하면 이해할꺼야."
"그건 안돼요."
"...왜?"
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너무나 뜻밖이라 나는 당혹스러웠다.
그녀는 힘없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우리가 예전부터 친구 사이라면 몰라도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서로 다시 만나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요."
".............."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못 볼지도 모를 그녀를 품 안에 안았다.
그녀 가슴 속 숨죽인 흐느낌이 나를 슬프게 했다
“33 년 만에 전화를 걸었는데도..
제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어요."
".............."
"참고 참다가 더 참을 수 없이 보고플 때
전화를 걸면, 목소리만이라도 꼭 들려주세요.
병들어 미워진 모습 더 이상 보이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마음 약한 말은 하지 마.
오늘은 이만 들어가고 다음에 만나.
힘들지 않도록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
나는 단 한번의 몇 시간 만남으로
지난 33 년 그리움이 풀리기도 전에,
사랑했던 그녀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힘겨워하는 그녀를 더 볼 수 없어
그녀가 사는 아파트 인근까지 바래다주었다.
말 한마디 조차., 이어가기 힘들어하는 그녀.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 그곳까지 갔지만
예전처럼 다정한 작별의 순간을 가질 수 없었기에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뒷모습만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아! 잔인한 운명이다.
33 년을 헤어져 있는 동안
서로 엇갈린 사랑을 몰랐다면
지금처럼 가슴이 아프지 않을 텐데.
이젠 다시 만나지 못할지 모를 너에게
예전처럼 사랑한다는 말조차 할 수 없구나. ‘
..............................................
..............................................
그날밤 귀가 후 모처럼 잠못이루는.,밤.
"무슨 일 있었어요?" 걱정되듯 묻는 아내.
나는 몹시 망설이다가 아내에게 거짓말했다.
"첫사랑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는데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겠네.
한번 보고 싶다며 회사에 연락처를 남겼어."
"제가 허락 안하면 안만날 거예요?" "응"
"예전부터 만나도 된다고 말했잖아요."
"그래도, 당신과 의논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런 일이라면, 저 모르게 해야 하는 거예요.
당신이 전화해서 만나자고 해요, 전 괜찮아요."
"고마워요. 당신이 너그럽게 이해해줘서.."
예전에 언젠가 한번은 그녀를 만날 것 같아
아내에게 첫사랑을 만나도 좋으냐고 물었다.
아내는 한번은 허락없이 만나도 좋다고 했다.
그러나, 다시 만나면 함께 만나자고 했다.
첫사랑을 못잊는 나를 이해해 주었던 아내.
늘 행복한 가정이 깨지지 않았으면 하는 아내.
며칠후 나는 아내에게 첫사랑을 만난 사실을 토로.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거짓말을 할수 밖에 없었다.
한번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짓말.
"여보! 첫사랑에게 전화했더니., 반가워 하더군."
"전화 받자마자 그 예편네 당장 달려 나왔지요?"
"보지도 않은 당신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아요?"
"안봐도 뻔하지요. 그런데 왜 당신을 보고 싶대?"
"죽기 전에 한번만 보고 싶어 전화했다고 말하더군."
"그 첫사랑이 당신 빼앗아가려 전화 한 것 아니구요?"
"6개월 전에 암수술을 받아 얼마 못살 것 같다더군.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번만 보고싶어 전화 했다더군.
서로 지킬 가정이 있으니까 또 다시 만나면 안된다더군."
"그 예편네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여자인 것 같네요.
그런데 당신은 내가 허락했다고 만나면 어떻게 해요.
내가 허락해도 당신이 안만나겠다고 말해야 부부의 道"
"잘못했어요.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괜찮아요. 당신은 참 좋은 남편이예요.
그런 사실도 숨기지 않고 다 말해줘서요."
나는 두번이나 거짓말한 사실이 미안했다.
그러나, 가정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늘 나를 믿어주는 아내가 눈물나게 고마웠다.
"혹시, 당신이 그 여자를 도와줄 일은 없나요?"
"연락처를 몰라. 전화올줄 알고 메모를 버렸거든.
그리고, 다시 만난다고 내가 도울 만한 일이 있을까?"
"그 여자 아직도 전화 안와요?"
"그후로 한번도 전화가 없었어."
"지금쯤 살아 있을까? 아니면,"
"글쎄, 한번쯤 전화 할만도 한데."
"그 여자 정말 괜찮은 여자네요."
"마음씨나 인물이나 당신이 더 훌륭해.
첫사랑은 남자에겐 잊지못할 추억인가봐."
내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
나에게 마지막 꿈과 희망
내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
나는 그 선로에서
에필로그
몇차례 잘못 걸려 온듯한., 전화.
아무런 대답이 없던 전화기., 저편.
혹시, 그녀가 걸었던 전화 아니었을까?
위암 수술 후, 마지막으로 나를 찾아왔던 그녀.
병세가 좀 더 회복된 모습을 보이고 싶다던 女心.
그래서, 그리움을 꾹 참고 6개월을 기다렸다던 그녀.
그때도 몇 차례., 잘못 걸려온듯한., 전화.
"여보세요. 여보세요."하면 대답이 없던., 상대방.
무심히 잘못 걸려온 전화라고 만 생각했던 전화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녀 전화였을지 모른다는 느낌.
노란 은행잎 떨어지는 가을이 지나
기나 긴 겨울에 이어., 또 봄이 오고
여러 해가 지났건만, 소식 없는 그녀.
더 이상 참을 수 없이 그리울 때.. 전화를 걸면
목소리만이라도 들려달라면서 떠나간., 첫사랑.
풍문으로조차 소식 들을 수 없는.,첫사랑 그 소녀.
지금도 은행잎이 거리를 뒹굴때면,
그녀에게서 전화가 올 것 같은 心情.
지금도 산행을 하다보면 그녀 생각이 난다.
그옛날 추억 속 데이트 장소들이 산에 있는 탓.
도시에 있던 그옛날 추억의 장소들은 사라졌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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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걷다가 그곳을 지나면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나쳐 갔어도
다시 되살아나는 첫사랑., 그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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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백호 氏 노래 - 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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