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체신염이란 혈뇨 또는 단백뇨를 보이면서 신장 기능이 점차적으로 나빠지는 질환으로 심한 경우 수 년에 걸쳐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할 수도 있는 질환입니다.
사구체신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장의 "사구체"라는 구조를 이해하여야 하는데, 앞서 '신장의 구조와 기능' 편에서 설명드린 대로 사구체란 신장 내에서 모세 혈관의 다발이 뭉쳐진 구조로서 신장의 여러 구조 가운데서 혈액 속의 수분과 노폐물을 여과시키는 조직입니다. 혈액 속의 여러 성분 가운데 수분과 노폐물은 사구체를 거치는 동안 여과되어 소변으로 빠져 나오고, 적혈구, 백혈구 등의 세포 성분과 분자 크기가 큰 단백질과 같은 물질은 사구체를 빠져 나오지 못하므로 소변으로는 섞이지 않고 혈관 내에 머무르게 되는 것입니다.
신장 사구체
혈뇨
사구체신염이 있는 환자의 소변에는 정상 소변과는 달리 혈액(적혈구)이나 단백질이 섞이게 되는데, 이것을 각각 혈뇨와 단백뇨라고 합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염증은 그 원인이 나쁜 세균이 몸안에 침입해서 유발된다고 알고 있지만, 사구체신염은 사구체에 생긴 염증이긴 하지만 원인으로 세균이 침투해서 생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가 되겠지만, 사구체신염의 원인은 자가면역 기전이라고 하는 면역학적 현상에 의합니다. 즉, 바이러스나 약물, 류마치스 질환, 세균감염, 유전 등 여러 가지 촉발요인에 의해 내 몸 안에서 스스로를 파괴시키는 항체나 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이러한 자가 항체 또는 자가반응 세포에 의해 신장 사구체에 염증이 발생하고 신기능이 나빠지는 것이지요.
사구체신염이라고 하는 진단은 굉장히 넓은 의미의 용어이며, 원인이 뭐든지 상관없이 사구체에 염증이나 사구체 손상이 있으면 일단 사구체신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좀더 세부적으로는 원인에 따라 구체적으로 "B형 간염 바이러스 관련성 사구체신염", "루푸스성 사구체신염", "당뇨병성 사구체신염" 등의 진단명을 붙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구체신염의 원인을 밝히기 어려울 때가 오히려 더 많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신장 조직을 조금 떼어서 현미경으로 그 모양을 관찰해서(신장 조직 검사)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형태에 따라 진단명을 붙입니다. 예를 들면 '최소변화 사구체신염'이니 '막성 사구체신염'이니 'IgA 신증'이니 하는 것들이 이러한 경로로 붙게된 진단명들입니다. 또한, 사구체신염이 얼마나 급격하게 일어나느냐에 따라 수 일 만에 급격히 출현하는 '급성 사구체신염'과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서서히 출현하는 '만성 사구체신염'으로 나뉘기도 합니다.
2. 급성 사구체신염과 만성 사구체신염이 어떻게 다른가?
1) 급성 사구체 신염이란?
말 그대로 갑자기 혈뇨 및 단백뇨가 발생하는 신장 질환입니다. 대개 면역학적 기전에 의해 발생하며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전신 질환 및 약제, 감염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만성 사구체 신염이란?
혈뇨와 단백뇨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서서히 신장 기능이 감소되고 신장 크기가 감소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급성
사구체 신염
혈뇨가 많이 나오는 경우 소변색이 붉거나 커피색이 된다
단백뇨가 있는 경우 소변에 거품이 많이 나오고 그 양이 많아지면 안면과 눈 주위를 시작으로 전신 부종이 올 수 있다.
수분 및 염분이 몸안에 쌓여 고혈압 및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이 올 수 있다.
만성
사구체 신염
신장 기능이 나빠질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어 환자 자신은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신체 검사등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신장 기능이 나빠지면서 혈압이 높아지고 안면, 다리 등 전신 부종이 생기고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시 요독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3. 진단에 신장 조직 검사가 필요한가?
조직 검사를 하지 않고 환자의 증상이나 진찰, 혈액검사, 소변검사 만을 가지고 내리는 진단은 임상적 진단이라고 합니다. 임상적 판단만으로도 사구체신염이란 진단을 내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필요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성인에서 단백뇨의 양이 하루 3.5 g 이상으로 많이 나와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할 경우 (신증후군이라고 함)
2) 급격히 진행하며 신기능이 나빠지는 사구체신염
3) 소아에서 조직검사없이 임상적 판단만으로 치료했는데, 치료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
4)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사구체신염
5) 하나의 원인이라 할 지라도 여러 가지 모양으로 사구체신염이 나타날 수 있을 때
6) 임상적 판단만으로는 치료 방침이나 앞으로의 예후(질병의 경과에 대한 전망)를 결정할 수 없을 때
4. 사구체 신염의 경과 또는 예후는 어떠한가?
사구체 신염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며,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IgA 신증(면역 글로부린 A 신증)의 경우 약 20-30%에서 진단받은 지 20년 후에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하지만, 나머지 70-80%는 특별한 신장기능 장애를 보이지 않습니다.
5. IgA 신증이란 무엇인가?
IgA 신증이란 사구체신염의 여러 가지 진단 가운데 하나로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흔한 사구체신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인은 잘 모르지만 우리 몸 안에 세균이 침투했을 때 이 세균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항체'라고 하는 면역물질이 필요한데, 그 항체들 가운데 하나가 면역글로블린 A(줄여서 IgA)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이러한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인해 IgA라는 물질이 세균과 싸우지 않고 오히려 신장의 사구체로 가서 사구체를 파괴시키는 현상이 바로 IgA 신증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지요.
IgA 신증 환자의 신장 사구체
이 병을 지닌 환자들의 진단을 받게 되는 경위는 대개 두 가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첫째는, 대부분의 환자는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이 지내다가 학교나 직장, 병무청 신체 검사 등에서 우연히 소변 검사를 하여서 혈뇨 또는 단백뇨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지요. 이 경우 병원을 찾아와서 검사를 해 보면 혈뇨나 약간의 단백뇨 외에는 신장 기능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이미 신장 기능이 상당부분 나빠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신장 기능이 매우 많이 나빠지기 전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에 해당되지요. 두 번째 경우는 감기나 편도선염을 앓거나 심한 운동을 하고서 갑자기 소변이 빨갛게 나와서 놀라서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이지요. 이 때 다량의 혈뇨가 발견되고 신장 기능도 일시적으로 나빠졌다가 시간이 지나 혈뇨가 줄어들면서 신장 기능도 회복됩니다. 물론, 이 두 가지 중 아무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 예외의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병력(환자가 어떻게 해서 병이 생겼고 증상이나 시간적 경과가 어떤지 등등, history 라고 함)만으로는 IgA 신증을 확진할 수는 없고 신장 조직검사를 해야만 확진할 수가 있습니다.
이 병을 진단받은 환자라도 증상이나 검사소견 등이 천차만별이어서, 이 병만큼 다양한 경과와 예후를 가지는 사구체신염도 드뭅니다. 단순히 미세 혈뇨만 나타나고 다른 요검사 이상 소견이나 신장 기능 이상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경증의 환자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혈뇨와 상당량의 단백뇨가 나타나고, 혈압도 높으며 신장 기능이 나빠 수 년 내에 만성신부전으로 진행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전체 IgA 신증 환자의 20-30%는 20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서 서서히 신장 기능이 나빠지면서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태에 도달합니다. 그렇다면, IgA 신증을 진단받은 환자가 향후 20년 후에 신장 기능이 나빠질 것인지 아니면 정상 신장 기능을 유지할 것인지 예측할 수는 없을까요? 100%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단백뇨의 양이 많을수록, 혈압이 높을수록, 그리고 이 병을 진단받을 당시에 이미 신장 기능이 나빠져 있는 경우일수록 나쁜 예후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이 병의 치료도 환자의 다양한 예후에 맞추어서 달라집니다. 비교적 상태가 경하고 앞으로도 나빠질 가능성이 별로 없는 IgA 신증 환자라면 구태여 부작용이 많고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앞으로 신장 기능이 나빠질 가능성이 많은 환자라면 부작용이나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강한 약물을 투여해야겠지요? 현재 사용된 몇몇 약제들을 간단히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