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끝
6월 26일(토)
오늘은 무슨 국을 끓일까? 생새우를 듬뿍 넣고 된장국을 끓일까 아니면 김국을 끓일까 생각하다가 먼저 김국을 조금 끓이고 영임 자매님이 오시면 된장국을 끓이기로 했습니다. 영임자매님은 해남이 고향입니다. 나물과 국을 끓이시는 솜씨가 대답합니다. 고향 생각이 나게 만듭니다.
이틀을 푹 쉬었습니다. 너무 쉬어서 허리가 아플 정도입니다. 민들레(말티즈)도 이틀 동안 함께 있느라 피곤한 모양입니다.
민들레 식구인 명호(가명) 씨가 취직이 되었습니다. 금요일에 면접을 봤습니다. 월요일부터 출근인데 내일부터 다녀보겠다고 합니다. 경비직입니다. 사대보험도 되고요. 처음 명호 씨는 부평 역 근처에서 부인과 함께 거의 칠팔 년을 노숙을 했습니다. 차비가 조금 뿐인 날은 자기는 굶고 부인만 민들레국수집으로 갈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수중에 한 푼도 없을 때는 민들레 국수집에 올 생각조차 못했다고 합니다. 올해 초에 오랜만에 식사하러 온 명호 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돈이 한 푼도 없어서 밥을 먹으러 못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러면 국수집 근처에 방을 얻어 드릴 테니까 민들레 식구로 살자고 초대했습니다. 며칠 생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며칠 후에 자기 혼자만이 아니고 부인도 함께 노숙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침 얻은 방이 너무 작은 방이었습니다. 혼자 누우면 꽉 차버리는 방인데도 이렇게 넓은데 둘이 자도 충분하다면서 괜찮다고 합니다. 그렇게 부부는 민들레 식구가 되었습니다. 명호 씨는 간이 나빠서 힘든 일도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병원에서 간 진단을 받았는데 깜짝 놀랄 일이 생겼습니다. 간이 거의 정상이라는 것입니다. 칠팔 년을 술을 먹지 않았더니 그새 간이 회복된 것이라고 합니다. 부인도 오랜 노숙생활로 몸이 아프다고 했지만 특별한 병은 없습니다. 단지 노숙생활이 힘이 들어서 기가 다 빠져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길 한방병원의 강 박사님이 계속 치료해주고 계셔서 아주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부부가 모두 치아 상태가 아주 나쁩니다. 박선희 치과 선생님께서 무상으로 치료를 해 주시고 필요한 치아는 해 주셨습니다. 얼마 전에야 치료가 끝났습니다. 민들레 식구 한 명이 떠난 후에 빈 집이 있어서 그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방이 너무 넓어서 축구를 해도 되겠다고 좋아합니다. 며칠 전에 다음 카페의 민들레국수집 회원 한 분이 경비 일을 할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합니다. 명호 씨를 소개했더니 이제 취직이 되었습니다. 참 좋습니다. 착한 끝이 있다더니 맞는 말입니다.
봉천 5동 성당 청년들이 봉사하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