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똑똑해지는 한약 (koami201011)
11월 18일은, 201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는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새 한의원에 찾아오는 수험생들이 부쩍 늘어났다. 심지어 지금 고3이 아닌 학생들도 덩달아 한의원에 찾아오고 있는데, 특히 고2 학생의 경우에는, 이제 곧 고3이 된다는 부담 때문인지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 아닌 게 아니라 진맥을 해보면, 체력이나 기운이 떨어져 피곤한 것 뿐 아니라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더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한약을 먹고 있는 학생들이 무척 많은데, 이제는 부모와 같이 오지 않고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들도 제법 있다.
또한 한 때 화제가 되었던 TV 드라마가 있는데, 제목이 바로 ‘공부의 신’이었다. 왜 그렇게 화제가 되었나 하고 알아봤더니, 정작 학생 뿐 아니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아주 인기가 높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대신 시청하고 아이들에게 내용을 얘기해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참으로 재미있다. 역시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하늘을 찌를 만하다. 이렇게 우리나라 학부모와 학생들이 공부에 가지고 있는 관심도가 매우 높기에, ‘총명탕’이라는 한약처방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총명탕은 백복신 석창포 원지 등의 한약재로 구성되어지는 처방인데, 체질과 증상에 따라 처방내용이 바뀐다. 사실 필자의 경우에도, 총명탕을 먹겠다고 찾아오는 학생들을 많이 진료했는데, 다른 것보다도 특히 머리 집중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왔다. 다시 말해 실제 머리 똑똑해지기 보다는 집중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성적이 향상된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바꿔서 말하기 시작했다. 이는 최근에 발표된 연구결과 때문인데, 연구결과에서 한약을 먹고 놀랍게도 정말로 머리가 똑똑해지는 결과가 발표되었기에, 이제 한약을 먹으면 머리도 맑아지질 뿐 아니라 덧붙여 머리도 똑똑해진다고 얘기한다.
연구결과 머리가 똑똑해지게 도와주는 처방으로 밝혀진 것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공진단’이다. 사실 ‘공진단’이라는 처방은 이미 많은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린 처방이었다. 옛날 같으면 임금이나 황제들만 먹을 수 있었던 보약중의 보약인데, 요새는 전문 한의원에 가면 누구라도 처방 받을 수 있는 한약이 되었다. 실제 먹기 편하고 맛이 좋으면서도 효과가 있어, 허약하거나 기운이 부족한 사람들의 피로회복에 많이 처방되어왔다. 그런데, 이 공진단 제제로 구성된 한약이 인지기능을 개선시키고 집중력을 강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2009년 12월 11일 외국신경학회 저널에 게재되었다.
물론 그전에도, 공진단의 효능 중에서, 위로 올라간 쓸모없는 열을 아래로 내려주고, 반대로 아래의 차가운 기운을 위로 올려주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의 효능 때문에, 수험생들이 머리 띵하고 미열감이 있다고 호소하는 증상에는 이용되어 왔었다. 그런데 이제 실제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까지 입증이 된 것이니,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이라고 하겠다.
특히 뇌신경보호 효과와 인지능력 증가 및 학습능력 항진효과, 그리고 기억력 증강까지 입증된 이번 연구 결과가 SCI급 논문에 실렸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로서, 이제 기억력감퇴나 학습능력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도 공식적인 치료의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이러한 공진단이나 총명탕 등의 한약 처방을 복용하면, 훨씬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인 것이다.
해마다 수능시험 당일에, 조금이라도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노려, 온갖 약물이 활개를 친다. 그 중에는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오히려 시험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우황청심환인데, 잘 알고 있겠지만, 우황청심환은 사실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약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 알려진 속설 때문에 우황청심환을 먹고 시험을 보러갔다가, 약 부작용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는 얘기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멀쩡한 아이에게 중풍에 사용하는 처방을 먹였으니, 아이가 어떻게 되겠는가 말이다.
물론 제대로 된 처방을 목용하지 못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소 먹지 않던 약을 갑자기 먹으면 나쁜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렇게 바로 당일에 평소 안 먹어본 약을 갑자기 먹을 것이 아니라, 미리 먹어본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더 좋겠다. 특히 실제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는 공진단 종류의 한약을 미리 먹어둔다면, 시험에 닥쳐서 고민할 일이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평소 다니던 한의원이나 주치 한의원을 찾아가 진단받고, 내 몸에 적합하고 알맞은 처방을 받아 평소에 복용해두는 것이 좋겠다. 그러다가 시험 당일이 되면, 평소 즐겨 먹던 한약을 먹고 시험장으로 가면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안전한 방법인가.
한 가지 덧붙인다면, 공진단이나 기타 학습능력을 도와주는 한약을 복용하고 싶다면, 반드시 한의원을 찾아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 홈쇼핑이나 마트 백화점 등에서 비슷한 이름의 건강기능 식품이나 유사 식품을 광고 선전하면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해 이러한 모든 식품류는 한약이 아니다. 단지 ‘식품’일 뿐인데, 그렇기 때문에 한약과 비슷한 이름을 사용하거나 한약처럼 효능이 있다고 광고하면 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실제 한의원에서 사용되는 전문 의약품용 한약재와 시중에서 일반인에게 유통되는 식품용 재료는 그 효능과 각종 안전성 문제에서 매우 큰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잔류이산화황의 허용치를 살펴보면, 한의원에서 처방되는 복분자는 30ppm이 한계치인 반면에, 식품첨가물로 사용되는 복분자는 2000ppm이 한계치이고, 일반 식품의 경우에는 아예 기준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전문가인 한의사의 처방과 조제가 아닌, 식품용 공진단 처방 등을 함부로 먹게 되면,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은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겠다. 자칫 약을 먹으려다 독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공진단을 처방받을 때도 반드시 한의원을 찾아가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만약에, 공부를 방해하는 병증이 따로 있다면, 일단 그 증상들을 먼저 치료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시험 볼 때마다 긴장되어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경우라든가, 긴장감이 지나쳐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일단 심기부터 길러주거나 긴장을 완화시켜줄 필요가 있다. 소화불량이 생겨 식체로 고생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실제 복통으로 시험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가슴이 아프거나 두통이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병증들은 시험 보기 전에 미리 치료를 해 두는 것이 좋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에는 흔히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이 심해지기 때문에, 반드시 미리 점검하고 치료를 해두는 것이 좋다.
이 또한 한의원에 가서 전문 한의사의 진찰을 받으면, 다 알아서 처방해 줄 것이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미리미리 한의원에 가는 습관을 길러두는 것이 좋겠다. 물론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이나 승진시험을 앞둔 아버지들도 마찬가지다. 한의원은 수험생의 친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