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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이에게 책은 일상이다. 어디서든 책을 읽고, 책을 생각하고, 책을 소장한다. 책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지만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명한 답을 내놓긴 어렵다. 책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할까.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사회학자 정수복의 《책인시공》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닌 책을 향한 무한 애정을 통해서.
이 책은 제목처럼 책이 있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것들과 소통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먼저 책을 읽는 시간에 대해 말한다. 책 읽기에 좋은 시간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인생에 있어 적절한 독서가 필요한다고 언급한다. 인생의 시기마다 책 읽기가 갖는 의미를 설명한다. 그 중 둥지를 짓는 일에 비유한 장년의 독서가 인상적이다.
새가 진흙, 마른 나뭇가지, 나뭇잎, 조개껍데기 등등을 물어다가 자기가 들어앉을 집을 짓듯이, 독서는 자기 자신의 정신이 편안히 머무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둥지를 짓는 일이다. 책 속에는 동지를 짓기 위한 진흙과 나뭇가지, 나뭇잎과 버려진 철사, 셀로판지 등이 들어 있다. 책 속에서 얻은 것들을 자신의 문제의식에 따라 비바람에 부서지지 않게 배치하고 쌓아올리고 빈 구멍을 메워가는 독서야말로 자기 자신만의 정신적 삶을 사는 길이다. (82쪽)
한 권의 책은 처음 읽을 때와 다시 읽었을 때 그 느낌이 다르듯, 어디서 읽느냐에 따라 색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저자는 집 안과 집 밖으로 나눠 책 읽는 공간에 대해 말한다. 서재를 제외하고 집 안에서 책을 읽는 장소는 거실 소파, 부엌 식탁, 침대, 화장실 등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집 밖에서 책 읽는 장소로는 색다른 장소가 많다. 장석주가 카페에서, 안정효는 산사에서,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는 묘지에서 책을 읽었다고 한다. 책 읽는 장소로 서점과 도서관을 빼놓을 수 있을까.
독서가 저자와 독자 사이의 소리 없는 대화라면 그런 대화가 이루어질 적절한 장소가 필요하다. 도서관은 저자가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독자가 조용히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이는 경청의 장소이다. 책을 읽고 난 다음 독자가 쓰는 글은 저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233쪽)
책 곳곳엔 저자가 담은 프랑스의 서점, 도서관, 책 읽는 모습이 가득하다. 책에 빠져든 풍경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 저자는 쉽고 간단한 글로 책에 대한 자신의 풍부한 지식과 소중한 추억을 들려준다. 더불어 어디서든 책을 읽는 풍경을 마주하기를 소망한다. 책을 읽는 일은, 책과 나만의 대화가 이뤄지는 순간이다. 그러므로 책을 읽는 건 은밀한 일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한 권의 책을 마주할 때,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 책은 당신에게 아주 특별한 책으로 남을 것이다.
책의 면은 선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이다. 글자와 글자 사이, 행과 행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다. 면의 가장자리에도 빈자리가 남아 있다. 종이 면 위에 인쇄된 글자가 목소리라면 행간과 가장자리의 여백은 침묵이다.(중략)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이나 볼로뉴 숲의 바가텔 정원이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작은 정원들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통일된 공간을 이루듯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의 연속되는 면들은 거대한 관념의 정원을 이루며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다. 독자의 눈은 그 정원에 뿌리내린 식물들이 바람의 흐름에 맞추어 추는 춤을 감미롭게 음미한다. 책을 읽은 일은 커다란 정원을 이루는 연이어진 작은 정원들을 거니는 유쾌한 산책이다. (31쪽, 책에 대한 명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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