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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에멀린 by Taryn Bowe
서미단
샹들리에 호수는 어두운 밤처럼 검푸른색을 띠었다. 모터보트와 납작한 배들에 의해 잔잔히 흔들렸고, 거북이와 비버들이 재빨리 움직이는 소리도 냈다. 탑을 이루듯 높은 침엽수들과 돌이 많은 언덕들이 호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고, 수면은 하늘을 반사하며 희미하게 아른거렸으며, 구름까지도 호수로 끌어들였고, 때론 나무도 키를 줄여 반사했다. 합의금이 들어오자, 아버지는 내게 백 달러지폐를 건넸다. 그 돈은 의미 있게 써야 할 것이라고 내게 말하셨다. 겉만 번지르르한 변호사들, 수금 독촉 전화, 엄청난 의료비 청구서가 지난 3년간 숨이 막히게 밀어닥쳐 부모님은 생생한 좌절을 맞이했었다. 우리가 호수의 캠프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미 그 소중한 돈을 열두 병의 부시 라이트를 사느라 다 썼다. 모로시 아저씨는 미성년자에게 가격을 대폭 올려 술을 팔았다. 내 남동생, 일라이는 연주하지도 않을 보통 기타를 사는 데 합의금을 써버렸다. 사망 보상금으로 무엇을 할지 정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우리의 어린 여동생, 에멀린은 척추뼈 갈림증을(척추피열) 앓았다. 그 애는 머릿속에 작은 관을 심어 뇌가 부풀지 않도록 해야 했다. 의사가 그 작은 관이 막혔다는 것을 찾아냈더라면, 지금은 열한 살쯤 되었을 텐데, 하지만 의사들은 그 부분을 놓쳐버렸고, 8살 생일을 두 달 앞두고 죽었다. 부모님들은 지난 3년 동안 스프링필드에 있는 슈라이너 어린이병원과 협상 전쟁을 벌였다. 지루한 법정 공방이 끝난 후, 이백만 달러가 더 생긴 자산가가 되었고, 호수에 있는 캠프장을 소유하게 된 부모님들은 그곳을 아픈 아이들을 위한 여름 휴양지로 만들 작정이었다.
아가왐에 있는 집을 팔고, 그해 오월에 이곳에 왔을 때, 10개의 숙소 중에 7개는 숲에 사는 쥐들로 오염되어 있었다. 쓰러진 나무가 식당 지붕으로 뚫고 들어와 구멍을 냈다. 캠프장에는 휠체어를 고려한 시설이 하나도 없었다. 여자아이들의 목욕 시설은 무너질 듯한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콘크리트 단 위에 있었다. 숙소의 문들은 좁았을 뿐 아니라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벙커 침대 사이를 지나다니기엔 공간이 아주 협소했다. 수영할 수 있는 물가로 가는 길은 나무뿌리와 바위들로 울퉁불퉁했다. 덩굴옻나무가 지천에 마구 널려 있었다. 여름의 가장 무덥고, 가장 긴 날을 앞으로 몇 주 남기고 있음에도, 모기들은 사정없이 우리의 피를 빨려고 달려들었다.
그 첫날 밤, 아버지는 여러 개의 손전등과 배터리를 사러 메레디스로 밴을 다시 운전했다. 엄마는 우리 숙소의 구석에 있는 군용 간이침대에 앉아서, 피스타치오 껍데기를 까 그릇에 담고 있었다. 내가 알던 예전의 엄마는 이제 아니다. 엄청난 에너지로 지나치게 활기찬 힘을 가진 모습이거나, 아니면 파괴돼서 가라앉는 배의 모습, 둘 중 하나였다. 그 중간 정도가 그립다. 이를테면 엄마가 낄낄거리거나, 조니 미첼 노래를 부르거나, 나무스푼에 남아 있는 반죽을 핥아 먹는 모습이다. 내가 엄마를 더 슬프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살아남은 딸이지만 내가 사는 이 모습을 보라. 몇 달 전, 25불에 찌질이들 한테 수음해 주곤 했던 것을 어떤 친구가 선생님께 일러바쳤다. 교장은 엄마에게 전화했다. 나는 정학을 당했다. 엄마는 3초도 채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리셨다. 나는 숙소를 나와 선선하게 푸른 밤을 거닐었다. 완만하게 기울어져 있는 넓은 잔디밭의 경사면은 농구 골대들이 옆에 있는 운동장까지 닿아 있었고, 담이 처져 있는 테니스장은 잡초로 무성했다. 테니스장 너머에는 침엽수들이 우뚝우뚝 서서 내 시야를 막아 조약돌 많은 물가를 볼 수 없었다. 호수는 수평선에 검은 줄을 그어 놓은 것 같았다. 입소하는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캠프장은 유령마을 같을 것이다. 아비새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 여깄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럼 너는 어디에 있니?”
다음 날 아침, 일라이와 나는 캠핑장을 두루 살펴보기 시작했다. 숲속에서, 나는 썩어버린 나룻배, 다리가 3개인 벤치, 그리고 마구잡이로 쌓여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서 찢어진 방충망을 찾았다. 일라이는 기이한 마리오넷 인형이 잡목에 걸려 흔들거리는 걸 찾았고, 줄이 풀어진 테니스 라켓, 나무로 만든 말 한 쌍을 찾았다. 우리는 찾은 것들을 수영할 수 있는 물가로 끌고 와서 그날 밤늦게 태울 생각으로, 잡목 덩굴들과 꺾어 온 나뭇가지들을 함께 쌓아놓은 더미 위로 던졌다. 물속에 있는 나뭇가지들은 건져내 제거해야 했다. 물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황소개구리 냄새가 났다. 나는 티셔츠와 속옷만 남긴 채 나머지는 벗어버리고, 물을 헤치며 걸어 들어가, 눈을 감고, 수면 밑으로 들어가서 날카로운 돌멩이나 나뭇가지를 건지기 위해 바닥의 펄을 더듬었다. 애완동물이나 사람들이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빠지면 죽지는 않지만, 심장이나 두뇌는 얼어붙어서, 몸이 다시 녹을 때까지는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예를 들면 피도, 산소도 필요 없다는 것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괜찮아?” 내가 떨면서, 올라왔을 때 일라이가 물었다.
나는 끄덕거렸고, 걸어 나와 찌그러진 카누 옆에 한 아름 안은 돌멩이들을 내려놓았다.
나는 다시 들어가서, 제거해야 할 위험한 것들이나 잡다한 것들을 건지기 위해 손가락으로 바닥을 헤집었다. 비어버린 프링글스 깡통, 줄이 끊어진 물안경. 한번은, 눈을 뜨려 했지만, 내 얼굴 앞에 있는 손도 볼 수 없었다. 바닥에 웅크리며 낮게 기어가는 그 순간, 내가 다시 물 위로 떠 올랐을 때, 내가 애지중지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또는 아무도 그곳에 없다는 확신에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떠올랐을 때, 일라이가 한 남자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문명을 벗어나 숲속에서 곰과 함께 뛰어다니는 모습을 찍는 네이처 채널의 다큐멘터리에서 걸어 나온 듯한 사람처럼 보였다. 머리카락은 턱까지 내려왔다. 턱수염에는 나뭇잎 조각들이 붙어 있었다. 그가 거울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옷은 빨아 입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캠프장의 유일한 일꾼이라고 말하며, 부모님이 캠프장을 구매할 때 함께 넘겨졌다고 했다.
“저기가 내가 있는 곳이야.” 식당으로 가는 구불구불한 좁은 길 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작은 판잣집을 가리켰다.
나는 바지와 스웻셔츠를 바위에서 집어 흠뻑 젖은 속옷과 셔츠 위에 입었다. “그러니까, 은둔자 같은 건가요?” 내가 물었다.
“정원사에 더 가깝지?” 그가 말했다.
“맥주 좀 사주실 수 있어요?”
“차가 없어.”
차가 없어도 된다고 말했다. “일라이가 우리 아버지 밴으로 태워줄 수 있어요.”
그날 저녁, 귀뚜라미가 울고 초승달이 떠올랐을 때 물가에서 우리 셋은 술을 마셨다. 우리 셋은 말이 없었다. 일라이가 모아놓은 나뭇가지에 휘발유를 부어 놓았었다. 나는 성냥을 던져 불을 붙였었다. 불꽃이 공기를 가르며 우리 주변에서 앵앵거리던 곤충들을 다 몰아냈을 때, 우리는 통나무 위에 균형을 잡고 앉아 있었다.
나는 불꽃의 끝자락들을, 그곳에 있지도 않은 뭔가를 보려고 노려보았다. 우리가 호수에 이사 오기 전부터, 에멀린이 자연 속에서 신호를 보내준다면 알아차리기가 훨씬 더 쉬울 거란 어리석은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다. 야생의 자연에선, 훨씬 더 많은 메신저가 있기 마련이다. 나방들, 잠자리들, 한 줌의 시원한 바람, 자욱이 깔리는 안개. 저 멀리에서, 딱따구리가 나무를 파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에멀린이 내게 딱따구리를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뭔가 좀 눈부시게 찬란한 걸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세 번째 맥주를 땄다. “이상하지 않아요?” 내가 물었다. “다 큰 성인이 노예처럼 캠프장에 딸려 오다니요?”
잔디 깎는 남자가 맥주를 새로 퍽 땄다. “근데, 누가 에멀린이야?” 그가 물었다.
길 끝에 있는 커다란 녹색 싸인 판 위에 그 애의 이름이 이미 쓰여 있었다. 아버지가 공사를 시작할 때 제일 먼저 한 일이다.
“우리의 죽은 동생.” 일라이가 말했다.
내가 끼어들었다. “이제 아저씨 차례에요. 우리에게 아저씨 얘기를 해봐요. 진짜 이야기를요.”
“인제 그만, 립스,” 일라이가 말렸다. “너무 늦은 시간이야.”
“가족들은 어디에 있어요? 그들에게 뭔 짓 했나요?” 내가 물었다.
술에 취한다는 건, 상처를 주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알고 싶은 건 뭐든지 물어볼 수 있어 좋다.
잔디 깎는 남자는 자리에 깊숙이 가라앉았다. 일라이가 일어나서, 빈 깡통을 들어, 호숫물을 채우더니, 불 위로 쏟았다. 일라이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자 내 머릿속에서, 나무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일어서려고 애썼으나, 무릎이 꺾였다. 두 번째 다시 시도해 보려는데, 잔디 깎는 남자가 내 팔꿈치를 잡아줬다. 우리 셋은 숙소로 향하는 길을 비틀거리며 걸었다. 토할 것 같았는데, 그 대신 잔디 깎는 남자의 가슴으로 무너져 버렸다.
“우리가 돈이 많다는 걸 들었군요.” 내가 말했다. “안 그래요? 그래서 강도질하려고 여기 왔죠.”
“헤이, 너무하는데, 와,” 그가 나를 마주 잡았다. “멋진 밤 망치지 말아요.”
“뭐가 멋진데? 아저씨가 사 온 맥주는 더럽게 맛이 없어. 내 돈 돌려줘.”
“내가 데리고 갈게요,” 일라이가 나섰다.
일라이가 팔을 내 어깨에 둘렀다. 일라이는 나를 언덕까지 데리고 왔다. 샤워장에 와서 나를 여자 욕실 쪽으로 밀어 넣은 다음, 수도꼭지 밑에 두 손을 오므려 내가 마실 수 있도록 한 줌의 물을 담아 주었다.
아침에, 물안개가 호수 위로 피어올랐다. 두통이 심해서 아스피린을 다섯 알 먹었다. 6월 1일이었고, 첫 번째 캠프 손님이 오기 전에 모든 것이 준비되려면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톱질 소리가 끊임없이 났다. 잔디 깎는 남자는 제초기를 타고 넓은 초원을 달렸으며 들판을 가로질렀다. 일라이는 테니스장에서 진흙더미를 긁어모았고, 발로 꼼꼼히 밟아 평평하게 만들었다. 나는 숙소를 쓸었고, 매트리스에 쥐나 벼룩이 없는지 살폈다. 엄마는 매레디스에 있는 보험브로커와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소송하기를 좋아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상대로 우리의 치부를 덮을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모든 숙소에, 에멀린에 관한 것들을 갖다 놓았다. 예를 들면 그 애가 쓰다듬고 했던 털 없는 빨간 토끼 인형, 표면이 거친 노란색 담요, 지금은 보풀과 실밥이 엉켜진 덩어리 그 이상도 아닌 것들이었다. 숙소들이 소나무잎들과 다람쥐 똥으로 범벅이 된다고 할 지라도, 하나하나의 숙소가 죽어버린 조그만 소녀에겐 적어도 기이하게 성스러운 장소라고 말하며 나와 일라이는 농을 쳤다.
“안내 책자에다 그걸 넣자.” 엄마의 감독하는 목소리를 흉내 내며 내가 말했다.
“앞에 그리고 가운데.” 일라이가 말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애의 젖어서 찰팍거리는 낄낄 웃음소리, 전혀 부끄러움을 모르는 태도, 때로는 어떻게 했는지, 우리 셋이 텔레비전을 볼 때, 그 애는 자기 몸을 만지기 시작하면서, 즐거움에 아주 부드러운 한숨 소리를 내어서, “에멀린, 변태. 그런 건 은밀한 거야.”라고 일라이인지 나인지 말했을 때, 그 애는 우리가 마네킹인 양 바라보곤 했다. 그 애는 마치 계속 존재하기 위한 비밀을 이미 발견한 듯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이런 것 또한 하지 않았을까?
밤에, 부모님이 뒤척이는 소리를 들었는데, 사용 시간에 따라 침대나 소파가 될 수 있는 공동침구 쪽으로 한 분이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가셨다. 나도 숙소에서 나와서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달은 자그마했지만, 호수는 달을 더 크고 밝게 보이도록 반사했다. 나무들로 겹겹이 가려진 틈 사이로 잔디 깎는 남자의 기울어진 지붕을 찾아보았다. 짐승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으려고 자신을 짐승으로 변화시켜 본 적이 있는지 그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가 봐온 것 중에 가장 나쁜 것은 무엇인지? 그가 한 일 중에 가장 나쁜 짓은? 사람이 죽어갈 때 껴안아 본 적이 있는지? 이리 나와봐요, 라고 생각만 했다. 제발, 나와봐요. 오두막 위를 덮고 있는 나무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온전히 원한다고 해서 누군가를 형상화할 방법은 세상에 없었다.
부모님들은 에멀린 캠프장을 최고의 장소로 만들기 위해 지역의 잡다한 일꾼들을 잔뜩 모았다. 길 아래쪽 이동식 주택에 살고 있는 요리사인 엥구스는 캐비닛 안에 탄수화물 식품들과 양념 재료들을 잔뜩 채워 준비했다. 청소 담당 우두머리 우르슬라는 목욕 커튼을 깨끗하게 표백했고 하수구 막힌 곳도 뚫었다. 바로 옆집에서 여름을 보내는, 근엄하고 땅딸막한 사립학교 선생님인 오로브씨는 중고등학생의 상담사 자리를 뽑기 위해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면접했다. 이어서, 레이드 터퍼맨이 숙소 F로 들어왔다. 그는 센터하버의 남학생만 있는 천주교 예비학교에서 떠오르는 샛별이었다. 당뇨병 환자인 골프선수는 만성적으로 아픈 아이들에게 실제로 롤모델이었다. 어느 날 아침에, 튀어나온 뿌리가 물가로 가는 길을 막고 있자 그가 그걸 걷어내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셔츠는 가까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피부는 땀으로 젖었다. 조그마한 곤충이 그의 어깨에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리비예요,”
내가 아가왐에서 말썽을 부릴 때 함께 놀았던 B급 목록의 아이들을 그가 연상시켰다.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운동선수. 살짝 귀여운 모습. 또래의 여자애들과 신체적 접촉을 엄청나게 하고 싶어 할 때이다. 그런데 이곳에선 여기서 좀 시달리고, 저기서 물어뜯기고, 분노와 난폭함의 찰나가 지나가고, 더군다나 상호작용도 전혀 없어서, 그들은 열이 식을 수밖에 없었고, 축 늘어진 몸을 소파에 던지고 밤을 맞이해야 했다.
나는 레이드 터퍼맨에게 물가에서 밤에 질펀하게 놀았던 것에 관해 얘기했다. “잔디 깎는 남자에게 돈을 주면 맥주를 사다 줄 거야. 더 받는 돈은 없어.”
모기가 그의 목에 앉았다. 그가 반대편 쪽을 딱 쳤을 때, 나는 “거기 아니야,”라고 말했고, 내 손가락 끝으로 햇볕에 탄 그의 미끈거리는 피부를 쓸어줬다. 나는 그가 에멀린에 관해 얘기할 것을 기다렸다. 매일 밤, 우리의 “캠프 식구들,” 부모님들은 그들을 그렇게 불렀다. 퉁퉁불은 스파게티나 셰이크엔 베이크 닭고기 접시 앞에 모두 모였을 때 아버지는 에멀린의 이름을 먼저 말한 다음, 새로운 보트 선착장을 잘 설치할 힘을 달라는 간단한 기도 또는 진짜 멋진 캠프간호사를 구할 수 있는 지침을 달라는 기도를 했다. 때로는 모두 낯선 사람들이 아닌 것처럼 흐느끼기도 했는데 나는 나의 음식 속으로 기어들어 가 죽고 싶었다.
“저기 또 한 마리 있네.” 레이드의 관자놀이에 있는 모기를 가리켰다.
그가 자기 머리를 세차게 때리자, 핏방울이 남았다.
그날 밤, 우리 넷은-일라이, 잔디 깎는 남자, 나, 그리고 레이드-물가에 불을 피워 놓고 마셨다. 연기가 우리를 덮쳤고, 우리의 머리카락으로 옷으로 스며들었다. 일라이는 벌레 물린 턱을 뜯었다. 나는 뜯지 말고 그냥 가만히 두라고 말했다. 피터 트레이러, 아가왐의 학교 대표 축구 골키퍼인데 그날 그의 베게 밑에서 편지를 발견했었다. 거기엔 ‘나는 너처럼 잡놈이 아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태워버리자,”라고 그 편지에 대해 말했었다. 지금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좀 더 말하고 싶었는데, 그가 누군지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하지만 괜찮다. 그에게 그것에 대해 아는 척하는 누구라도 심장을 씹어서 뱉어버릴 거였다.
잔디 깎는 남자는 머리를 뒤로 제치고, 눈은 나무를 보면서 술을 마셨다. 레이드가 우리는 늘 이렇게 조용하고 지루하게 마시냐고 물었다.
“그렇지. 뭐.” 일라이가 답했다.
레이드는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일어나서, 지퍼를 내리고, 바지를 발목까지 내렸다. 속에 입고 있는 트렁크는 반짝거리는 원단에 연한 청록색의 돌고래들이 그려져 있어 마치 수영복처럼 보였다. 그가 나무쪽으로, 휘 돌아섰을 때, 금발의 부스스한 솜털들이 그의 종아리 중 하나에서 반짝거렸다. 다른 한쪽은 플라스틱이었다. 레이드의 생물학적인 다리는, 살이 붙어 있는 다리에는, 내가 본 적이 없는 아주 터무니 없이 과장된 문신으로 덮여있었다. 두 개의 커다란 갈색 눈. 튀어나온 코, 바로 순진한 새끼 사슴 밤비.
“저게 뭐야?” 일라이가 물었다.
“한 여자애를 웃게 하려고 잉크 좀 썼지.” 레이드가 말했다. “그 애는 지금 어디 있는지 궁금하지?” 그는 바지를 다시 끌어 올려 버튼을 채웠다. “눈치챘겠지, 천재들, 지금은 나랑 있진 않아.”
잔디 깎는 남자는 내가 그를 만난 이후로 처음 그렇게 웃었다. 일라이는 일어나서 나무토막을 불에다 하나 더 던졌다. 나는 일어나서 보트 선착장으로 향해 걸었다. 선착장은 좁았고, 알루미늄이었다. 은색의 T자처럼 호수 위에서 반짝거렸다. 끝자락으로 가서, 샌들을 벗고, 발가락을 물에 담갔다. 너무 어두워 수면 아래 미끄러운 떨림이 미꾸라지인지 혹은 내 몸 깊이 외로워서 몸 외부를 스치는 그 어떤 것 이상으로 원하는, 그동안 잔뜩 꿈꿔왔던 격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일라이는 연주해 본 적이 없는 기타에 대해 늘 말하길 좋아하는데, 잠시 후, 레이드가 기타를 부탁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과연 일라이가 숙소로 달려가 그것을 가져올까? 일라이는 달려갔고, 잔디 깎는 남자는 선착장으로 걸어와서 내게서 좀 떨어져 앉았다. 그에게서 맥주 냄새와 나무 타는 냄새가 났다.
“취하고 나면 좀 귀여운 남자애랑 놀고 싶을 거야,” 그가 말했다, “쟤랑 한번 해봐,” 그는 일라이를 기다리고 있는 레이드를 향해 몸짓했다.
나는 수면을 찼다. “아저씨는 귀엽지는 않아요. 중년의 남자 같아요.”
“나는 24살이야.” 그가 말했다.
호수 건너편에서 폭죽이 휘파람을 불었다. 그는 5인치는 뛰어올랐다.
내가 말했다. “요전 날에는 내가 완전히 돌아버렸어요.”
“사과하는 거야?”
“아마도”
그가 말하길, “삶이 너에게 레몬을(어려움을) 줄 때, 너는 망나니가 되는 거야.”
“그게 그런 말이었어요?” 내가 물었다.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 그가 답했다.
우리는 더 이상 말이 없었는데, 형편없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퍼플레인.” 어깨너머로 바라보니 레이드는 일라이의 손을 기타 위에 올려놓고, 그에게 지판을 따라 각기 다른 위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잔디 깎는 남자 쪽으로 몸을 다시 돌렸다. 때로 그는 멍해 보였다. 그러나 어떤 때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나의 진짜 모습인 형편없는 모습을 꿰뚫어 보는 걸 느꼈다.
그다음 날 밤, 안개는 낮게 깔렸다. 비가 우리 위의 침엽수들을 때렸고 레이드가 일어서서 소리 질렀다. “수영할 사람?” 일라이가 그를 따랐다. 그들은 함께 뛰어들었다. 내 남동생이 맘껏 노는 것이 보기 좋았다. 어느 순간, 일라이의 손이 레이드의 어깨를 잡고 물밑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웃기는 밤이야.” 잔디 깎는 남자가 뺨을 적시는 물기를 닦아내며 내게 말했다.
“뛰어들게요?” 내가 물었다.
“아니.” 그는 카누를 꺼내고 싶어 했다.
나는 그를 따라 보트 진열대로 가서, 선반에서 카누를 함께 미끄러트렸다. 물가로 가지고 갔다. 내가 앞에 앉고, 잔디 깎는 남자가 뒤에서 자리 잡고 밀었다. 나는 노를 잘 젓지 못해서 그가 방향을 잡는데 더 힘들게 했고, 그래서 우리는 교대하기도 했다. 그가 노를 저을 때 나는 뒤로 누워 잠시 눈을 감았다. 비가 내 얼굴을 적셨다. 보트는 내 아래에서 흔들거렸다. 귀뚜라미가 크게 울 때면 육지가 가깝다는 거였다. 아비새가 우는 게 들리면 둥지를 튼 바로 그 지점으로 우리가 가고 있다는 거였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눈을 뜨고 앉았다. 비는 멈췄지만, 달은 여전히 뜨지 않은 밤이다. 나는 노를 물속으로 깊이 밀어 넣어 당겼고, 기독교 여학생들의 캠프가 있는 북쪽, 어딘가로 가까이 가고 있다고 여겼다. 거기서 6주나 머무른 한 여자애도 알고 있었다. 그곳은 하트랜드 캠프장이라고 불렸다. 낮에는, 캠프하는 사람들이 예수에 대한 찬송가를 불렀다. 밤에는, 활 쏘는 운동장으로 달려가 샤피마커를 들고 서로서로 몸에다 낙서했다.
“몇 시에요?” 내가 물었다.
“돌아갈 시간이 된 것 같아.” 그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가지 않았다.
깜깜한 어둠 속 어딘가에서, 잔디 깎는 남자가 물었다. “부모님은 다 괜찮으셔?”
내가 말했다. “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우리는 모두 유령이고 여기 있는 건 그 애뿐이에요.”
“그래.” 그가 마치 이미 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듯이 말했다.
물고기가 수면으로 튀어 오르는 소리를 들었다. 움직임을, 은빛처럼 빛나는 찰나를, 푸른 물보라를 찾아보려 했다. 잔디 깎는 남자가 뭔가를 말하기를, 난데없이 이 캠프장의 호수에서 카누를 타고 왜 여기에 있는지 설명하기를 기다렸다. 그가 정원사라고 여겨지지는 않았다. 우리가 캠프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마당이 말끔하다거나 정리 정돈이 된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아마도 그는 단지 이곳에 멈춰서, 쉬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가야 할지, 헤아려 볼 장소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이런 이야기는 나에게 그다지 낯설진 않았다. 가족관계를 물어보았다.
“피가 반 섞인 누이 하.” 그가 말했다.
나는 그에게 에멀린에 대해 말했고, 그 애에게 늘 일어났던 불행한 일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 애의 알레르기가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위장이 문제였을 거다. 위장이 아니라면, 아마도 관절이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그 애의 폐가, 아니면 흐려진 시력. 그 애는 끔찍한 두통을 앓아, 실체가 아닌 것을 보곤 했다. 그 애가 난리를 칠 때마다 나는 항상 그 애의 침대로 기어들어 갔다. 그 애의 따스함 없이 어떻게 잠을 잘 자는지 알 수가 없다.
“내 말 듣고 있어요?” 그에게 물었다.
“듣고 있어.” 그가 답했다.
그의 노는 물속에 깊이 들어가서, 배는 뒤쪽으로 미끄러졌다.
“여기가 어딘지 알아요?”
“헉스 네스트 비치에서 좀 떨어진 곳이야.”
“다행이네요. 캐나다로 표류하는 건 아니네요.”
카누는 나무로 된 뭔가에 걸렸다. 호수의 서쪽 가장자리를 따라, 나무들이 비스듬히 자라고 있어서, 금빛 갈색으로 빛나고 있는 수면 밑으로 마치 가라앉는 배의 선체처럼 나무들이 몸통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 부모는 이걸로 힘든 소송을 했어요. 그 애가 감염돼서 머리에 혹이 있었거든요. 그 애가 그걸 나한테 보여줬는데, 나는 그냥 만져보고 신경 안 썼었어요. 다음날 그 애는 중환자실에 들어갔어요. 아마 나를 소송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방임, 살인, 뭐 그딴 것들로.”
“그렇지 않을 거야.” 그는 조금 더 노를 저어서 기독교인 캠프장의 불빛이 잦아들었다. “어쩔 수 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은 살릴 수도 있는 뒷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 만한 나이잖아. 내가 잃어버린 모든 사람도,” 그가 계속했다. “꼭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못했을 수도 있고. 정제 약들. 그밖에 다른 것들, 바라보고 기다리는 수밖에 할 게 없어.”
나는 노의 손잡이를 감고 있는, 내 손가락을 보았다. 우리는 마치 새롭게 물갈이한 물속으로, 끔찍한 진실의 대기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뒤로 손을 뻗어 그의 무릎을 두드려 주고 싶었지만, 배가 뒤집힐까 봐 하지 않았다. 배가 뒤집어져서 그걸 다시 뒤집어 올라타야 한다면 보트를 어떻게 제대로 뒤집어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 “나는 내 자신을 다시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내가 말했다.
그가 말했다. “나도 그래.”
얼마 못 가 물 튀기는 소리와 내 동생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앞쪽에서, 일라이가 금속 선착장에서 튀어 오르더니 포탄처럼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잔디 깎는 남자가 배를 돌려 물가에 대었다. 얼마나 오래 있었을까? 모르겠다. 우리는 떠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아무도 우리가 없어진 걸 눈치채지 못해서 좀 더 오래 머물다 왔어도 괜찮았다는 생각이었다.
카누에서 밤을 보낸 후 바로, 잔디 깎는 남자는 며칠 동안 지속되는 편두통을 앓았다. 첫날, 그는 잔디 깎는 기계를 나무에 박았다. 엄마는 그에게 쉬라고 말했다. 나는 눈치채지 않게 시간마다 그를 살폈다. 유일하게 하나 있는 창문을 통해 그의 오두막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지나가면서, 그곳에 잠시 머물러, 그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지, 그의 어깨가 움직이는지, 그의 잠자는 몸의 윤곽을 살펴보았다. 삼 일째에는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어보았다. 그의 오두막에선 곳간 냄새가 났고, 갇혀있는 생물의 열기로 가득해서 신선한 공기가 없었다. 허리띠가 못에 걸려 있었고, 의자 위에 던져져 있는 회색 수건이 있어서 그것을 이용해 그의 이마를 닦았다. 잠시 동안, 베게 옆 딱딱한 바닥에 앉아, 물건들을 바라보며, 숨소리를 세어보았다. 분침이 망가져 있는 시계. 겨드랑이 냄새 제거제 한 통. 금속 수저. 한번은, 그가 소리 지르는 바람에, 땀으로 젖은 그의 구레나룻에 내 손가락을 갖다 대어봤다. 아픈 애들이 오면 마약을 훔치러 양호실을 몰래 드나드는 것처럼 그도 그래서 여기 온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 잘해봐. 하지만 이런 생각조차 그가 나를 덜 외롭게 한다는 사실, 그가 나의 추악함을 보고도 구역질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왜곡하진 않았다. 그를 놔두고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침대로 기어들어 가 꽉 껴안고 싶었지만, 입소하는 사람들이 5일 이내 모두 올 것이다. 할 일이 많았다.
그날 밤, 잔디 깎는 남자는 캠프파이어에 오지 않았다. 나는 목이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저녁 인사를 일찍 하고,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얼마 안 가, 물가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선착장 하우스의 불빛이 보이지도 않고, 식당의 오렌지 등불의 일렁임도 보이지 않는, 아주 깊숙한 오솔길의 어느 부분에 이르렀다. 내 앞에서 잡목들 사이로 희미하게 반짝이며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 불빛이 나무들 사이를 갈라줄 때 서둘러 그 불빛을 따라갔다. 그건 사적인 공간인 어느 물가에서 멈췄다. 그곳은 한 그루의 나무가 호수의 경계선을 넘어 뻗쳐서 물가를 아무나 들여다볼 수 없게 가려줬다. 처음에, 엄마를 알아보지 못했다. 엄마는 가슴을 수건 한 장으로 가리고 그 외에는 벗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어깨 아래까지 길었다. 엄마는 물가를 향해 천천히 이리저리 걸었다. 엄마의 뒷모습은 아름다웠다. 등은 곧았고 당당했고, 흉터나 반점은 없었다. 나는 이걸 잊어버리고 있었다. 엄마가 웅크리며 들어가자, 물은 엄마의 머리카락 끝을 적셨다. 나는 엄마에게 간절히 가고 싶었고, 수영해서 다가가, 내가 태어난 오롯한 그 살결 속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곳엔 갈 방법이 없었다. 이것은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가족 중에, 한 사람만 잃은게 아니었다. 한 사람이라도 잃게 되면, 모두가 바뀐다. 엄마는 아래로 가라앉았다. 엄마의 머리가 있었던 바로 그 지점에 잔물결들이 일었다. 내 손가락을 물속으로 집어넣어, 그 자리를 만지고 싶었다. 그랬다면 물은 엄마에게 전기충격을 줬을지도 모른다. 혹은 이런 소소한 방법으로라도, 우리는 여전히 연결될 수 있다. 내가 엿보고 있다는 것을 엄마가 알아차릴까 봐 두려웠다. 나는 손톱을 나무에다 박았다. 엄마가 다시 떠올랐을 때, 엄마의 머리카락은 달빛에 반짝거렸다. 엄마도 에멀린으로부터 어떤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밤에 상담사들이 도착했다. 요리사 앵구스가 닭요리로 성찬을 준비했다. 엄마는 직원들을 반갑게 맞아 주었고 다음 날 도착할 입소자 이름들을 큰소리로 읽었다. 뉴멕시코에서 오는 햇볕 알레르기가 있는 소년, 얼굴의 여덟 개 뼈를 잃은 미니애폴리스에서 오는 소녀. 뇌전증을 앓는 두 아이, 백혈병 환자 하나, 천식을 앓는 승무원. 보스턴의 한 소아과병원에서 빼 온 간호사 쉘비는 펜끝으로 자기 치아를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상담사들은 세계 곳곳에서 왔다. 엘카는 노르웨이에서 왔다. 클라데떼는 프랑스에서 왔다. 모두 침략하듯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나는 식사하는 내내, 잔디 깎는 남자를 살펴보았다, 그는 잡담에 끼어들지는 않았지만, 거기에 반응하는 그의 수염과 얼굴 모습을 살펴보았다. 식사가 반쯤 진행 되었을 때, 그는 일어서더니 없어졌다. 그가 돌아왔을 때, 내게 속삭였다. “립스, 우리 마지막 캠프파이어에 카훌라 가져갈게.”
9시쯤,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차선책은 선착장 창고였다. 그곳으로, 비가 나무를 후드득 때릴 때, 우리는 모두 모여들었다. 모두 흠뻑 젖었다. 나는 퀵마트 비닐봉지를 뒤져 잔디 깎는 남자가 나를 위해 샀다는 카훌라 칵테일 4통을 꺼냈다. 레이드는 배낭에서 깔때기를 끄집어내더니 깔때기 뾰족한 부분을 높이 들어 맥주가 목구멍에 흘러 내려가는 방법을 일라이에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 위세척했었던 우리가 알고 있던 사람들에 대해 얘기했다. 잔디 깎는 남자는 미닫이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이 열려 있어서, 떨어지는 비로 장벽을 이룬 가장자리가 바로 앞이라, 코는 젖을 수 있지만, 몸의 나머지는 젖지 않을 수 있다. 나는 팔을 뻗어 잔디 깎는 남자의 턱을 만졌다. 저녁 식사 후, 그는 구레나룻을 밀었다.
“엄청 부드러워요.”
“취했네.” 그가 말했다.
“아직 그렇게 안 취했어요.”
“눈이 벌게졌는데.”
걸어오면서 좀 울었다고 인정했다. 나는 행복했지만, 행복이 끝날까 봐 두려웠다.
비가 그쳤으면 하고 그가 말했다. 나를 데리고 호수 가고 싶어 했다.
“갈 수 있지요.”
“갈 수야 있지.” 그가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나가지 않았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면도한, 맨살의 뺨을 다시 바라보았다.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내가 물었다. 어깨 너머로 돌아보니, 레이드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깔때기 뾰족한 부분을 입에 넣자 일라이가 깔때기에 맥주를 붓고 있었다.
“이 원숭이들한테서 도망갈까?” 잔디 깎는 남자가 물었다.
나는 큰소리로 숫자를 세어 3이 됐을 때, 물의 장벽을 뚫고 나왔다. 잠깐 사이에 흠뻑 젖었다. 그도 나를 따랐다. 잠시 후에 우리는 그의 오두막으로 뛰어 들어갔다. 우리는 바닥에 앉았다. 그는 침대 밑으로 손을 넣어 병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네줬다.
어느 순간, 나는 그에게 기대 있었고, 그는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었다. 그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아직 말짱해요?” 잠시 후 그에게 물었고, 그는 “아직 말짱해,”라고 답했다.
바닥이 너무 딱딱하고 불편해서 좀 더 가깝게 몸을 고쳐 앉았다.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점차 약해지고 있었다. 그는 나를 팔로 더욱더 꼭 껴안았다. 우리는 여전히 젖어있어서, 내가 떨기 시작했을 때, 그는 침대에서 담요를 끄집어 우리 주변을 감쌌다. 건초 냄새가 났다.
그의 턱은 나의 머리 위에 얹혀있었다. “들어봐.” 그가 말했다. “비가 그쳤지.”
나도 들었다. 이미 멈춘 것을, 비가. 아비새 한 마리가 울었다. 또 다른 한 마리가 그 소리에 화답할 것을 기다렸다. 그들이 그렇게 우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책에서 봤는데, 짝을 찾기 위해서인데, 간혹, 그들의 우는 소리가 짧거나 간결하다면, 가족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으로, 그들이 아직 거기 살아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침대는 우리 옆에 있는데, 침대에 오르지 않고 딱딱한 바닥에 앉아 있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내 손을 그의 가슴 위에 올려놓고, 심장박동을 잘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찾았다. 그러자 나는 참을 수 없어서, 손을 그의 티셔츠 속으로 넣고, 꺼진 배꼽 위로 갈비뼈로 손을 움직였다. 얼마나 오랫동안 만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느 시점, 우리는 뺨을 서로 꽉 붙이고 있었고, 내 코는 그의 귀를 비비고 있었지만, 우리는 키스하지 않았고, 여전히 옷도 입고 있었다. 그의 이름을, 진짜 이름을 불렀는데, 그가 말하길, “쉬, 말할 필요 없어. 우리 그냥 여기서 좀 더 앉아 있자.”
잠시 후에, 노크로 문이 흔들렸다. 일라이는 반대편 쪽에서 소리쳤다. “우리 모터보트 꺼냈어. 나와봐.”
“부딪히지 마.” 나는 소리를 질렀다. “조심해.”
일라이가 되받아 소리 질렀다. “너도 조심해.”
일라이는 곧 가버렸다. 잔디 깎는 남자가 나를 들어 침대로 데려가서, 그의 몸으로 나를 덮어주길 바랐다. 이미 경험이 있다고, 많은 애들과, 지금도 그들을 생각하면, 천박함, 무감각, 기분이 좋지 않다고 그에게 말할까, 생각했다. 그는 내 머리를 어루만졌고, 그렇게 한참 만진 후, 손으로 내 얼굴을 만질 때, 울뻔했지만, 그러나 여기, 이 유령의 캠프장에, 그의 작은 오두막에 처음 왔을 때보다는 마음이 훨씬 더 단단해졌음을 느꼈다.
“맙소사, 립스,”그가 말했다. “나는 너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너는 아직 어려, 그리고 나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줬어. 내 말은, 나는 딸이 하나 있어. 나는 그 애를 본 적도 없지. 나는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어.”
“나도 그래요.”
“아니야, 들어봐, 너는 잘해 나갈 수 있어. 동생은 너를 소중히 여겨, 너는 다시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야. 꼭 그럴 거야. 나도 그러려고 해. 네 숙소로 함께 걸어가 줄게. 그리고 밤 인사하고 나는 사라질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엄마 등보다 더 아름답다고 생각됐다. 그는 어깨를 펴려 들지도 않았고, 척추를 똑바로 세우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사람들 앞에서 완전히 치료된 사람처럼 으스대는 척도 하지 않았다. 일라이가 흠뻑 젖어서 벌벌 떨며 선착장에서 올 때까지, 나는 숙소 계단에 앉아 있었다. 일라이에게 수건을 갖다주자, 자기들이 본 것을 내가 믿지 않을 것이라며, 그건 바로 전기 장어 한 쌍이라고 떠벌렸다.
“아주 죽여주는 맑은 물속에서 말이야.” 일라이가 말했다. “네온 녹색이야.” 그러면서 잔디 깎는 남자가 신사적이었냐고 물어서,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일라이는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꿈속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언젠가는 우리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그의 딸을 만날지도 모른다. 아마도 우리는 함께 잠이 깊이 들었다기 개운하게 일어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회복하기 마련이다. 그럴 수 없는 건가? 그러지 못했나?
하늘이 훤해지기 시작할 때, 몇 시간 더 잠에서 오락가락했지만, 곧 자동차들이 잔디광장에서 막히기 시작했다. 휠체어를 태울 수 있는 승강기가 있는 미니 밴. 크고 옆으로도 넓은 SUV들.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언덕꼭대기로 올라갔다. 그곳에서는 레이드가 클립보드가 있는 테이블에 앉아 입장하는 사람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일라이는 자동차마다 맞이하느라 뛰어다니면서, 아이들이 머물 숙소를 향해 가족들이 트렁크를 끌고 가는 걸 도왔다. 아버지는 형광조끼를 입고, 언덕의 꼭대기에 서서, 교통의 방향을 잡아 주셨다. 나는 잔디 깎는 남자를 찾으려고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그가 주로 다녔던 지역을 따라 훑어보고, 종종 잡초를 뽑았던 곳, 식당 계단, 그가 커피를 마시면서 서성이던 곳을 살펴보았다. “리비!” 엄마가 소리쳤다. “알렉시스를 만나보렴, 이 애는 우정의 팔찌를 좋아한단다. 제일 좋아하는 캠프 음식은 마시멜로라네!” 엄마 옆에는 네 개의 눈을 가진 여자아이가 햇빛에 눈을 찡그리고 있었다. 이렇게 어리고, 기대에 찬 얼굴들에는 에멀린의 환영이 곳곳에 어려있었다.
엄마는 나를 똑바로 보았지만, 누군가 다른 사람을, 몇 년 전 멈춰버린 어린 나를 보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그의 오두막으로 달려갔다. 그는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갔다. 침대에 누워 그의 냄새를 킁킁거렸다. 냄새를 맡았을 때, 속이 울렁거렸다. 매트리스에 엎드려 울면서, 사람들이 멀리할 병이 나에게 있다고 입소자들에게 말해볼까, 생각했다. 유행 결막염, 노로바이러스, 패혈증 인두염, 수막염, 밖에서, 엄마가 내 이름을 불렀다. “리비, 이리로 나와보렴.” 엄마는 내게 소개할 부모와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남은 여름 내내 그의 오두막 안에서 숨어 있고 싶었다. 세단을 타고, 수바루스를 타고, 입소자들은 계속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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