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a의 큐슈 간이역 기행 #2. 여행준비 & 출발
무엇을 볼 것인지, 어디부터 볼 것인지 계획을 세우느라 정작 필요한 준비물은 하루 전에 몽땅 챙겼다. 아무리 급해도 꼭 챙겨야 할 3가지가 있는데, 여권/돈/그리고 레일패스다. 이것만 있으면 일단 여행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테니 필수품부터 챙기고, 카메라, 상비약, 속옷, 겉옷, 프린트자료 등을 챙긴다.
-. 여권
병역은 오래전에 필했고, 유효기간도 6개월 이상 남아있고, 일본비자가 별도로 필요없으니 여권은 일단 오케이.
-. 레일패스
큐슈레일패스는 5일권+코비 왕복 승선권을 25,000엔에 판매하는 상품으로 구입했는데, 요즘 환율이 많이 좋아져서 21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했다. 구매신청에서 등기우편 배달까지 3일 정도 소요되었으니 무척 빨리 준비한 셈이다. 제주도 왕복 비행기 표값이 15만원에 육박하고, 펜션 하루 숙박이 7-8만원 수준인 것을 보면 철도여행이 아니라도 숙식만 잘 해결한다면 제주도 보다는 큐슈를 추천하고 싶다.
-. 돈
레일패스 외에 30만원을 준비했는데, 대부분의 여행이 관광지 입장이 아니라 JR큐슈 소속의 철도를 이용하는 일이었으므로 이정도면 충분하다.
-. 숙박
돈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열차이동계획과 숙박계획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루종일 배낭을 메고 기차를 타거나 걸어다녀야 할 것을 생각하면 기차에서 1박을 하는 일은 대단한 체력을 필요로 했고, 다음날 여행에 지장을 줄 수도 있으므로 아깝지만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는 최소한 잠은 제대로 자도록 계획을 짰다. 김성수님을 통해 알게 된 캡슐호텔 '캬비나스'에서 1,2일차 숙박을, 3일차는 호텔패스닷컴을 통해 선라이프 호텔을 미리 예약하고 출발했다. 마지막날은 큐슈지방 유일의 야간열차인 드림니치린을 이용하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하루하루 기차만 타고 다니는 일이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었는데, 제대로 잠자지 않고 돌아다녔다면 반나절 쯤 돌아다니고 KO 되었을 것이다.
-. 옷
여름이라 티셔츠는 하루 한 벌, 양말도 하루 한 켤레, 바지는 1장을 가져가되 츄리닝 비슷한 걸로 여분 1장을 가져간다. 부피는 가장 작은 것들로 준비하고, 수건 1장 정도면 준비완료.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므로 긴팔 티셔츠는 가져가지 않았지만, 함께 떠나는 박군은 긴팔티셔츠 1장을 준비해서 유용하게 잘 썼다고 한다. 취향에 따라 모자나 선글래스, 마스크, 방독면(-_-;;;) 따위를 준비하면 될 것이다.
-. 그 외
세면도구, 여분의 안경 1개, 휴지, 수첩, 펜을 준비했다. 손수건 1장을 주머니에 넣어 갔는데 굉장히 유용했다.
http://ekikara.jp 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부지런히 눌러가며 계획을 짰는데, 결과는... 일정대로 움직이기는 힘들었다 -_-... 열차는 제시간에 왔지만, 어떤 간이역은 조금 더 머물고 싶어지고, 어떤 간이역은 이동수단이 전혀 없는 등의 문제가 있어서 그냥 제껴버리고 등등...
아무튼 이정도 준비물을 갖추니 흔히 볼 수 있는 Jansports 가방 크기 정도의 배낭에 꽉 차는 정도의 용량으로 준비물을 완성할 수 있었다. 문제는 카메라였는데, 좀 큰 놈이다 보니 따로 가방을 메는 것도 어렵고 해서 그냥 말랑말랑한 포치에 넣어 다녔다. 다행히 큰 충격 없이 5일간 잘 작동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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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출발지가 대전이므로 06:51 대전발 부산행 #1 KTX를 타고 08시40분 부산역 도착, 부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부산항 국제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은 09시였다. 통일호를 없앤 주범이자 불편하고 비싸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이럴 땐 탈 수 밖에 없는 KTX는 과연 필요악이 아닌가 싶다 -_-+;;
09:05
국제터미널 2층에 위치한 (주)미래고속해운에 레일패스 교환권을 제시하니 큐슈레일패스와 출국시 승선권을 내준다. 이름과 연락처 등을 적는 작업 외에는 한국에서 기차표 사는 것과 별 차이 없음에 세상 편해졌음을 느낀다.
우리가 탈 배는 오전 10시에 출발, 오후 1시 도착예정인 코비I 호였다.
큐슈레일패스를 받고 내용에 이상없는지 확인한 다음 다시 1층으로 내려가 환전을 했다. 미리 시중은행에서 했더라면 좀더 유리한 조건에 환전 할 수 있었겠지만, 그만큼 덜 쓰면 된다는 단순무식한 사고로 그냥 1층 부산은행에서 환전했다 -.-...
09:20
좀 쉬다가 입국수속을 시작한다. 앗... 이 언니는 지난번 대마도에 갔을 때 입국수속을 해 준 그 얼굴 큰 언니다 (^-^)
출국신고서를 이상없이 적으면 그냥 무사통과다. 이상있게 적어도 제대로 수정하면 역시 무사통과~ 평소에 지은 죄가 없으면 입국-출국시 어깨 펴고 다녀도 된다...(^^)
09:30
많은 사람들이 면세점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가볍게 씹고 화장실 한 번 갔다가 개표구로 간다. 5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코비로 향하는 출입구가 열린다. 전체 승객 중 2등으로 입장~ 왠지 느낌이 좋다.
09:55
예정된 시각보다 일찍 배가 움직인다. 알고보니 후진하는 데만 3분 쯤 걸렸다. 결국 10시 정각에 배가 출발했고, 최고시속 84km를 자랑하는 코비가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전화기를 끄려는 찰나 호텔예약사이트에서 전화가 온다. 신용카드 긁고 호텔 바우쳐 프린트 하라는 전화였다. 망망대해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_-...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나중에 호텔 가서 해결하기로 했다.
바다를 5분쯤 보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창 밖에 뭔가가 지나간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ds29.cafe.daum.net%2Fdownload.php%3Fgrpid%3DNdBA%26fldid%3DfAw%26dataid%3D2%26fileid%3D1%26regdt%3D20060617231226%26disk%3D11%26grpcode%3Djtrain%26dncnt%3DN%26.jpg)
부산으로 돌아가는 카멜리아 호다.
그렇다... 우리는 벌써 후쿠오카에 거의 다다른 것이다.
시계를 보니 1시가 다 돼간다. 음... 코비는 기대에 부응하며 제시각에 후쿠오카항 국제터미널에 도착하고 있었다.
기동력은 생명이다. 배가 멈추면 적당한 때 자리에서 일어나 중간 정도 되는 위치를 점한 다음, 배에서 나오자마자 배낭끈을 조여매고 입국수속 하는 곳으로 달려야 한다.
너무 빨리 달렸을까...? 이번에도 수속순위 2등으로 골인~
-. 입국수속
얼굴 한 번 보고 입국신고서 한번 살피고 도장을 찍어주며 일본어로 '관광오셨습니까?' 물어본다.
나의 한마디 " 하이 "
이것으로 입국수속은 끝이다. 아무튼 입국신고서에 빠짐없이 (특히 여행할 배이름, 숙소 등) 또박또박 기재사항을 적고 나면 질문이 크게 줄어드는 것 같으니 입국신고서는 잘 적고 볼 일이다...^^
입국과정이 간단히 끝났으니 하카타 항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