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8 프롤로그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스톱버튼. 눈물이 핑. 앤의 말을 한 번, 두 번, 세 번 더 들었다.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
될 줄 알았던 시험에서 미끄러졌을 때, 영원할 줄 알았던 애인과 헤어졌을 때,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꾸로 가고 있었을 때, 나는 앤의 말을 떠올렸다. 앤! 정말 네 말처럼,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걸까?
p. 29 삶은 편도야, 앤
"이런 날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지 않니?" 처음 학교에 가는 길, 앤은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다이애나에게 이렇게 외친다. 앤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녀에겐 행복을 '그려내는 능력' 이 있기 때문이다. 앤은 끝없는 사막 속에서도 오아시스를 상상하며 눈앞의 모래바람을 지나가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고아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최악의 순간에도, 길가에 핀 꽃이 아름답다고 말할 줄 아는 그녀의 행복 재능 때문이다.
p. 118 고독을 좋아한다는 거짓말
아이들은 자기를 더 많이 사랑하는 쪽보다 덜 사랑하는 쪽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더 많이 애쓴다. 그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마뜩지 않아 하는 쪽이 자신을 버리면, 미숙한 그들로선 생존이 어려워진다. 아직 너무나 약하기 때문에 본능이 발달한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그것을 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평생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가 효자 효녀가 되는 뜻밖의 일은 이런 기저에서 일어난다. 어린 시절에 생긴 결핍 때문에 부모에게서 평생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가장 나쁜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아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매튜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도 앤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다. 매튜의 깊은 사람으로 결핍 없는 독립체로 자랄 수 있었기 대문에, 매튜의 죽음에도 앤이 그토록 어른스럽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이다.
p.150 슬픔 공부법
새로운 실수를 한다는 건 부주의한 탓도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새로운 실수는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요즘 같은 스마트폰 시대엔 잘못 터치해서 이상한 걸 누르거나 지우는 경우도 많다. 애플이 그냥 사과였던 시절이 그립다. 삐삐를 치고 주머니 가득 동전을 넣어 공중전화를 걸던 시절이 그리울 때도 있다. 그렇다면 내 실수의 목록도 줄어들었을 텐데. 노력해도 안되는 건 잘 안되는 거다. 중요한 건 실수를 자기 몫으로 감당해내는 것이다. 못하는 걸 잘하려고 자책하는 것보다 잘하는 걸 조금 더 잘할 수 있게 정성을 쏟는 일이 어쩌면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언제 위로받는 줄 알아? 쟤도 나처럼 힘들구나! 바로 비극의 보편성을 느낄 때야." 우리는 누군가의 실패에서 위로받는다. 내가 그걸 알게 된 건 서른 세 살이 되던 가을이었다.
한줄평) 모두가 빨강머리 앤이라는 고전(전 보지 않았습니다만) 을 보지 않았어도 앤이라는 친구가 얼마나 긍정적이고 행복한 캐릭터였는지는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요. 어른이 되어 버린 일상에서 앤의 동화를 함께 되짚어보면서 위로받는 책입니다.
* 원에서 올라오는 글에 소개된 책은 유치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책입니다. 혹시 읽어보시고 싶으시다면 댓글, 알림장으로 남겨주시면 1주일간 대여해드릴게요 - 이 책은 원감 개인 기부책이라 밑줄이 그여져있어요(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