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비록 열풍은 아니지만 봄의 미풍이 나의 귓불을 만지다. 내 마음속에서 가득한 지식들이 서로 튀어 나오려고 봄에 솟아 오를 만치 치열하다. 무료하게 시간을 죽이느니 차라리 내가 겪은 삶의 언저리라도 적어 남기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렇게 봄바람에 봄 봄을 외치듯 나를 추근거린다. 무엇이라도 이 봄에 봄~ 봄~ 거리며 시작하자. 내 인생에 다시 깨달은 봄이다.
봄은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계절이다. 희망적이다. 새 출발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얼었던 마음을 녹여주듯이 따사롭고 포근한 봄바람이 나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이 좋은 봄을 만나 어찌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으랴. 예순을 바라보면서 이 계절에 용수철 튀듯 생각을 펼친다.
여기저기에 하얀 꽃, 보라 꽃, 분홍 꽃, 노란 꽃들이 고개 들어 나를 반겨준다. 그래서 나도 미소 꽃을 만들어 본다. 내가 만든 말이다. "미소 꽃" 이면 세상의 봄을 만나듯 미소 꽃을 피웠어야 만이 용기다. 자연의 살아 있는 꽃이 아니라 용기의 꽃인 것이다. 나는 겁도 없이 내가 만든 말의 책임을 내가 질 것이다. 알록달록한 꽃이 아니라 세상에서 무엇이든지 해 내려는 살인적 미소를 짓는 일이다.
눈길을 주기 힘든 작은 모퉁이서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예쁘게 피어 있다. 몇 해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그 봄꽃들, 2023년의 봄에는 더 새롭다, 생명의 경이로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새롭게 와 닿는 것 같다. 어쩌면 내 삶의 봄이 시작되었나 보다. 아마도 내 생전에 처음으로 수필을 배우기 시작한 봄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가 자서전을 쓰는 것이다. 늘 마음속에 봄의 새싹이 파릇파릇 피어나듯이 꼼탈꼼탈 거리도 있었다. 2023계묘년 어느 봄날에 S님이 나에게 글 쓰는데 함께 가자고 하였다. "너무 재미있다" 면서 함께 배워보자고 제안해 주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정할까말까 망설이었다. 고민 고민 끝에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기운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해 보기로 어설프고 여린 마음을 먹었다.
내 인생의 봄꽃을 한 잎, 한 잎 붙여 보기로 결정하였다. 어쩌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작은 결정도 쉽사리 하지 못한다면 세상에서 무엇을 해낼수 있겠는가? 평생에 글이라고는 잘 써 보지 못하였는데 갑자기 난데 없이 글을 쓰자니 이 또한 참 황망한 순간이다. 그러나 사람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안 해보았기에 이제껏 못한 것이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라 했듯 내가 이제껏 살아왔고, 넘어야 할 산과 그 많은 고비를 넘겼으니 오로지 나의 결정뿐이다. 나도 글을 쓰면 쓸 수 있다. 하고자 하는 욕망이 바로 결정인 것이다.
이게 나의 젖 먹던 마지막 용기인 것이다. 드디어 10기로 등록하였다.
내 삶의 아름다운 봄꽃 피우기 위해 한비수필학교 "10기" 에 씨앗을 뿌렸다. 한편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글쓰는 마당이요, 옥토에 뿌려진 씨앗이 되었으면 하고 바래어본다. 글밭에 글이 모여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얀 백지 위에다 저마다 잘도 표현한다. 나는 처음에 글 쓴다는 말에 검은 색은 글자요, 하얀 바탕엔 종이일 뿐이라 생각하였다. 듣고, 생각해 보니 그 하얀 종이위에는 앞으로 내가 살아 왔던 살아 있는 나의 체험이 생선가게 고기가 살아 튀듯 내 생각이 팔딱일 것이다. 물론 대문호는 아닌데 무엇으로 웃옷입히고, 무엇으로 치마를 걸칠 것인가는 한 줄의 문장에서 시작 될 것이다.
2023년 3월 어느 멋진 봄날에 살포시 나는 꿈을 꾸게 되었다. 글 쓰는 글쟁이가 되려면 피나는 독습(獨習)이 필요할 것이다. 나의 생각을 글로 옮기고, 그것을 천착(穿鑿)하여 긴 문장을 만들어 갈 것이다. 현실은 부족하지만 한 번 던진 작은 겨자씨가 자라서 겨자나무가 되듯 나도 이제부터 시작한다. 용기 백배하여 글쓰기에 매진함이 버킷리스트에 올린 자서전 쓰기 첫 발자국이다. 화려하진 못하지만 간소하나마 첫글로 내 이름을 자랑한다.
속담에 "첫술에 배부르랴?" 했듯 무슨 일이나 단번에 성과를 거둘수 없다는 말이다. 천지분간도 못하면서 몇 줄의 글을 늘어 두고 만리장성 쌓듯 시작하는 성밑의 준비를 늦었지만 시작하였다. 대양을 향해 항해하는 것처럼 뱃고동 울려 이 봄바람에 바람 타듯 나비처럼 폴폴 날아서 이 글을 짓는다.
(20230321)
첫댓글 잘 썼습니다.
진솔한 표현은 수필의 생명입니다. 새벽 가는 시간에 글 보낸 용기는
칭찬할만 합니다.
다음부터는 일찍 준비하여 늦어도 화요일 낮 12시 이전에 올려주세요.
한비수필학교장.
잘썼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소질이 있어요
끌어주는 분이 있고 잘 지도해 주는 분이 있으니 안전빵입니다.
신선한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