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어젯밤 별 총총했는데 아침 텐트 문 열어보니 사락사락 고요히 눈 오시더이다 라이몬도는 양 천정창의 덮개 닫으러 나갔군요
루치아가 가장 좋아하는 "그랑"도 하얀 눈세상이 되었네요
밖엔 눈내리고 흙난로는 활활~~~!!! 이젠 제법 불피일 줄도 알지요 이웃분이 이제 막 나무를 해다줘서(말하자면 '젖은 나무') 불붙이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답니다
장작불은 활활 타고... '안드레아 보첼리'는 감미롭게 노래하고... 라이몬도와 루치아는 커피 한잔 ^^ 눈오는 날, 이보다 더한 호사가 있을까요 (오늘 도시에서 출근 전쟁을 치뤘을 우리의 모든 벗님네들, 사랑하는 님들께는 무지무지 죄송하옵니다)
불피우는 데 없어서는 안될 '부지깽이'랍니다 궁하면 부지깽이도 태운다는 말있죠? 저희도 몇번 궁한 김에 부지깽이까지 불쏘시개로 썼었지요 이 녀석도 곧 그 운명 다할 듯...
신암은 눈오면 꼼짝마라 랍니다 길이 워낙 구불구불 험하니까요 제가 보기엔 아름답기 그지없지만요 골의 울산아저씨와 동철씨와 함께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이상하죠? 저희 집이 군용 텐트라서인지 남정네들은 저희집에만 오면 십팔번이 군대얘기죠 ^^) 호호호...
정말 리얼하죠? 라이몬도가 눈치우는 '강그래'(? 이곳 말로 뭐라 했는데 맞나?!)만드는 동안 루치아는 그 창고 한쪽에서 신김치 넣고 라면 끓였죠 술꾼 부부 답게 잊지 않고 맥주도 한잔~~~ 보기엔 쫌 빈티 나 보이지만 눈오는 날 라면 맛은 그저그만이지요 아직 이사짐을 다 옮기지 않아 늘 캠핑 생활이에요 사실, 더이상의 물질 없이도 이토록 풍요롭기만 한데... 이보다 더한 행복을 바라지도 않고요
눈은 어느 정도 그쳤죠 줄자로 재보니 이곳은 14센치가 내렸어요 눈 온 뒤의 이 블루톤이 저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네요 라면 먹고 힘쓰자!!! 라이몬도, 텐트 지붕 눈치우러 보무도 당당하게 핫 둘, 핫 둘!!!
내 남편, 이젠 만들었다 하면 "작품" 나오죠 뚝딱 하면 완성!!! 성능 제법 좋아요 긴 장대 나무가 쪼금 불안했지만요 저희 텐트 안을 보신 분마다 천장 서까래를 불안해 하셨죠 이곳 눈이 장난 아닌데 이렇게 해선 무너진다, 자다가 눈 쌓이면 어찌 되겠나?! 그래서 저희도 먹을만치 겁 먹었죠 허나 이정도면 끄떡없을 듯...^^
아~~~ 또, 가슴 설레이는 블루...... 오후 나절부터 다시 "풍경" 바빠졌지요 골바람이 세찬 기운으로 뻗치기 시작했어요 불테면 불라지 뭐!!! 이젠 저희들 서바이벌 능력이 상당해졌답니다 자연을 그대로 느끼는 이 현장감, 박진감이여!!! |
출처: 신암에서 보낸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Lucia Jang
첫댓글 나무 난로와 구들방의 열효율을 보면 구들방이 훨씬 장작이 덜들어가지요. 참고하시길...
흙난로가 축열식으로 되어 있어서 장작이 적게 들더군요. 다음에 텐트 옮겨 칠 때는 구들 겸 축열 난로로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저 부럽습니다..제꿈도 아무욕심없이 사는 전원 생활이 꿈인데 언제나 이룰나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