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종주 (양양 구룡령-조침령)
07.8.19(일)
흐림
구룡령 3:30
갈전곡봉 6:00
왕승골안부 8:00
연가리골샘터 9:50
바람불이삼거리 12:50
쇠나들이고개 2:10
조침령 3:10
조침령터널입구 3:30
총산행시간 12:00
산행거리
구룡령-3.9-갈전곡봉-4.7-968.1봉-4.8-1080봉-6.9-조침령
(총거리 20.3km)
교통(갈 때)
서울-양양 (강남터미널 11:30 막차, 차비 23,200원, 8/18 11:30- 8/19 2:45)
양양-구룡령 (택시, 40,000원)
교통(올 때)
조침령-양양 (택시, 20,000원. 양승복기사, 011-378-1159)
양양-서울 (양양터미널, 차비 14,300원, 6:25-11:10)
오늘 구간은 구룡령에서 조침령까지. 토요일 퇴근하면서 전화를 거니 가끔 등산을 하는 한 친구가 따라 나선단다. 휴가도 못 가고 여름 내내 열심히 일만 해서 무슨 거리가 없나 하고 있었던 눈치이다. 강남터미널에서 밤 11시30분 양양행 막차를 탄 후 새벽에 구룡령에 택시로 도착하니 3시가 조금 넘었다. 구룡령휴게소앞에는 산악회버스가 한대 도착하여 산악회원들을 내려 놓고 있다. 이분들은 나와 반대방향으로 출발하고 있다.
우리도 짐 챙기고 몸을 가볍게 푼 후 들머리 계단으로 올라선다. 시간은 3시 30분. 모처럼 헤드랜턴을 켜고 올라선다. 산악회 따라 하루 종일도 산행을 따라 다녔다는 친구녀석은 초반부터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느린 걸음에 거친 숨소리를 내기에 물어 보니 먼저 가라며 걱정 말란다. 새벽안개가 가득 끼어 있어 시계가 좋지 않아 발걸음을 조심조심 내딛는다. 한참을 가니 상당수의 반딧불이가 보인다. 지난번 두로봉에서 명개리로 지방도로를 밤에 내려 올 때도 몇 마리의 반딧불이를 보았는데 이번에는 개체수가 훨씬 많다. 구룡령이 오지는 오지인가 보다.
랜턴빛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앞서 나가다 보니 서서히 주변이 밝아진다. 안개 때문에 일출을 볼 수는 없으나 한결 걷기가 수월하다. 갈전곡봉 못 미쳐 새벽에 사온 김밥을 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대구에서 오신 ‘구구클럽’ 산악회분들을 만난다. 여러 무리로 나누어 지나가는 분들을 뒤따라 갈전곡봉에 도착하니 6시. 이분 들도 상당히 유쾌하신 분들이다. 서로들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을 잠깐 보다 먼저 출발한다.
쉬엄쉬엄 왕승골안부에 도착하니 8시. 친구덕분에 인물사진은 쉽게 찍었으나 자동카메라인데도 초점을 이렇게 못 맞추는지. 이미 출발할 때부터 힘들어 하더니만 아까부터 계속 퍼지는 분위기다. 물도 얼마나 마셨는지 떨어진 지 오래고. 왕승골안부에서 조경동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수량이 아주 적은 것이 얼마 전 비가 온 것을 생각해보면 약간만 가물어도 말라버리기가 쉬울 것 같다. 새로 물을 마시고 힘을 내 다시 출발.
연가리골샘터에 도착하니 널찍하니 비박 하기 좋은 공터가 나온다. 쉴 의자도 몇 개가 있고 야영지라고 알려주는 팻말도 있다. 하지만 이 구간은 진드기가 많다고 했는데 어떨 지? 물을 뜨러 연가리골쪽으로 내려가니 수량이 풍부한 계곡이 나타난다. 목욕도 가능할 정도이며 물가에 등산로 정비를 한 인부들이 묵었던 텐트자리가 있는데 바닥에 구들을 깔아 놓았다. 비박 하기에는 아주 좋은 장소인 듯 하다. 물을 떠오니 친구는 의자 위에 퍼져 있다. 물을 주며 물어보니 산악회를 따라가본 것은 한번뿐이란다. 세상에! 꽤 산을 탄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쩐지 그렇게 힘들어 하더니. 그래도 끝까지 갈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힘을 내 다시 출발.
950.9봉을 지나 1080봉에서 점심을 먹는다. 오늘도 예의 그 발열도시락을 꺼내 점심준비를 하니 친구녀석이 상당히 신기해 한다. 자식! 나도 처음 봤을 때는 신기했으니 너도 그럴밖에. 친구녀석에게도 맛을 보여 주고 설명도 해주고 하다 보니 30분이 후딱 지난다. 벌써 12시가 다 되어 간다. 이제 3시간만 가면 된다고 친구에게 힘을 북돋워주며 일으켜 세운다. 상당히 힘들어 보이는데도 힘들다는 소리 한마디를 하지 않고 따라 오는 녀석. 장거리산행에 익숙하지 않아 고생을 하지만 듬직한 구석이 있기는 하다.
바람불이삼거리를 지나고 요즘 대간꾼들에게 인기가 있는 둥지산장안내문도 지나 옛조침령인 쇠나드리고개에 도착하니 2시 5분 정도가 되었다. 이제 거의 다 왔다고 분위기를 살리며 조침령으로 향한다. 여기부터 실제 조침령정상석까지는 상당히 힘이 드는 구간이었다. 멀리 조침령으로 올라서는 도로가 보이는데 실제는 상당히 돌아서 조침령으로 접근을 하는데다가 이후 예상하지 못한 봉우리들이 계속 나타나며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비록 길이가 길지는 않으나 마지막에서 사람 진을 다 빼놓는 것이다. 흡사 빼재에 내려설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제 다 왔겠지 하면 또 나타나는 봉우리.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는 봉우리들이 계속 나타날 때 그 허탈함과 힘든 상황. 여기서 친구녀석도 나를 따라오기를 포기하고 그냥 혼자 천천히 오겠단다. 나도 힘이 부쳐 그냥 혼자 앞으로 줄행랑. 결국 나무 다리에 도착하여 한참을 쉬며 기다려 합류한 후 조침령정상석에 내려선다.
역시 대간길은 대간꾼에게나 정다운 길이지 일반 민간인(?)에게는 그렇지 않은 듯. 게다가친구까지 끌고 갔는데 어찌 그리 전망이 없는 지. 한번도 전망구경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구간이었다. 이래저래 고생한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며칠 후 통화해보니, ‘야! 스트레스 다 풀렸다. 다음에도 같이 가자.’ 한다. 어찌해야 할 지.
들머리 계단
이번 구간 중 가장 높은 봉우리인 갈전곡봉(1204m)
왕승골 안부
연가리골샘터 삼거리
옛 조침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