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 시가 있는 시론3 4 송광사 방문이후 망월동 참배
송광사에 간 이유는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을 역임한 활안 대종사스님이 열반하여 모셔진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기에 방문했다. 송광사에는 불일 보조 스님이 상주하면서 고려 불교를 중흥하였던 송광사다.
근대에는 효봉 스님이 불교를 중흥하여 불교의 새로운 역사를 전승하기도 했던 송광사 특히 법정 스님이 불교를 통해 발전시키려고 했지만 송광사 중흥불사에는 구산 2대 방장스님이고 시봉을 했던 현호 조계종 원로 위원 스님이라고 생각한다.
송광사 말사에 거주한 조계산 호랑이 활안 대종사 스님과 인연을 맺었던 것은 금강산 신계사에 방문을 통해서 인연을 맺었다. 송광사에 모셔진 활안 대종사스님을 생각하면서 참배를 하였다. 참배하고 나오니 대한불교조계종 제 13교구 불교음악의 성지 지리산 불락사 회주 휴봉 상훈 스님을 만나 광주 망월동까지 왔다.
망월동에는 문병란 시인의 유택이 있는데 올해 4주기라고 전갈이 와서 시간상 여유를 내여 참배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당일 날 참여해야 하지만 조선대학교 교육대학원 지도교수님의 지도를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문병란 시인의 시를 감상하고자 한다,
바람의 노래
어젯밤 알프스 넘어간 구름
오늘은 어느 항구에서 빈 술잔에 포도주를 채우는가.
방랑길에서 바람이 가르쳐 준 말은
인생은 맹세하지 말라는 것
머물지 않는 바람은 저만치 고개를 넘으며
내일 쉴 곳을 정해놓지 않는다.
오늘은 오늘의 술을 마시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국경이 없어도 외롭지 않은 바람은 유유히 손을 흔든다.
정 주지 마라
꿈을 버려라
미워하지 마라
미련을 남기지 마라
네가 앉았던 자리
네가 마셨던 잔
이제는 다른 사랑이 속삭이고
다른 잔을 마신다, 뒤돌아보지 마라.
바람이 앉았다 간 자리
오늘도, 작은 풀꽃 하나 흔들리고 있다
이름이 무어냐고 묻지 마라, 다짐하지마라.
인연 서설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의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불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못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부서지고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가서 고이 죽어가는 일이다
직녀에게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 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꽃씨
가을날
빈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
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
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
오직 한 알의 작은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
빛나는 여름의 오후,
핏빛 꽃들의 몸부림이며
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
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
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버리면
갑자기 뜰이 넓어가는 가을날
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
고이 여물어가는 빛나는 외로움!
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
기인 기다림의 창변에
화려한 어젯날의 대화를 묻는다.
2019년 9월 20일
진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