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가 국제 문화교류를 활발히 하였다는 것은 중국문헌인 『수서』와 『구당서(舊唐書)』등의 외국문헌에 나타나 있는 사실이다. 『수서』와 『구당서(舊唐書)』에는 중국 수(隋)와 당(唐)나라 때 궁중에서 연주되던 각 나라의 음악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7부기, 9부기 등의 기록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은 중국 고유의 음악을 포함하여 당시 중국에 새로운 문화를 전해준 중앙 아시아, 서아시아 등 7개국, 9개국의 민족악단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사항은, 이 중에 우리나라 고구려의 악단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고구려기의 악기편성을 보면 오현. 쟁. 금. 피리. 고. 소 외에 수공후·비파 같은 새로운 서역악기가 추가되었고, 여기에 오직 고구려기와 서량기(西凉伎)에만 쓰였던 제고와 담고 등의 타악기가 추가되어 총 15종의 악기로 편성되었다. 이 15종의 악기는 주로 서량기의 것과 유사한 것으로 당시 고구려가 중국 북조와의 긴밀한 교류를 유지했음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선진화된 음악문화를 형성하였음을 짐작케 한다. 이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서양음악 수용 방식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고구려는 대륙의 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여 발전시켰고 국제적인 음악문화교류를 활발히 하였던 문화강국이었음을 알 수 있다.
주체적인 문화수용의 실례는 고구려만이 아니라 이미 삼국이전의 가야국에서부터 시작했다. 순수한 우리나라 향악기라 알고 있는 가야금과 거문고는 사실을 알고 보면 외래악기에 대한 개량으로 주체적인 문화수용의 대표적인 실례이다. 이에 대한 고증은『삼국사기(권32)』에 분명히 기록되어있다. 거문고는 진나라에서 수입되어진 칠현금을 고구려 왕산악이 법제를 개량하여 연주하였다고 밝히고 있으며, 가야금은 가야국의 가실왕이 당나라의 악기를 보고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편종, 편경 등의 아악기 일체가 고려 예종 11년(1116)에 송나라 휘종(1101~1125)으로부터 수입되어진 악기라는 것은 고려사에 기록된 사실이다. 또한 최근의 연구발표에 의하면 장구가 고려 때 서역에서 실크로드를 통해 우리나라에 수입되어진 악기라 밝히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양금(구라철사금)은 Dulcimer라는 서양악기이다. 회교도 음악에 사용되던 이 악기가 1580년경 선교사 마테오 릿치(Mateo Ricci)에 의해서 중국에 전해지고 우리나라에는 조선 영조 초에 수입되어진 악기라 한다. 조선 영.정조 대의 실학자 박지원의『연암속집』에 의하면 홍덕보라는 사람이 구라철사금을 가지고 가곡, 시조 영산회상 등을 연주하기 시작하기 9년만에 금사(금연주자)로서는 연주할 줄 모르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 수입되어진 외래 악기는 분명히 '우리화'에 성공했다. 이는 우리민족이 문화적 자구 능력이 있었다는 증거이다. 가야금 거문고와 같이 악기를 다소 개작을 해서라도 '우리화'했고, 그것이 아니라면 Dulcimer라는 양금(구라철사금)과 같이, 악기는 수용하되 연주는 우리 혼이 깃들어있는 음악을 연주해서 우리 악기 화했다. 이것은 단순히 우리음악과 만나게 되는 수준을 뛰어넘어 오히려 한국음악의 개성을 더욱 뚜렷하게 하는데 기여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야 한다. 따라서 똑같은 장구라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연주하는 장구의 소리와 우리 음악에서의 장구소리는 천양지차로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가 외래악기의 토착화로 나타나는 결과인 것이다.
문화란 상호간 교류를 통해 변화되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현재도 태고의 원시 그대로 변함없이 머물고 있을 때 항변의 답이 되어진다. 이 과정에서 분명한 것은 문화수용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력이 있는 문화민족은 여과능력이 있어 자기 문화 화하지만 수용능력이 없을 때는 무조건적 답습으로 스스로가 변질되어 가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이러한 교훈을 거울삼아 외래악기를 어떻게 하면 한국음악의 독특한 개성을 형성하는 데 쓸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외래문화의 수용에 있어 무조건적 답습으로 변질될 것인지, 아니면 여과능력을 가지고 토착화하여 변화할 것이지는 문화민족의 자긍심 척도에 따라 선택과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