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차 최고위원회 모두발언
(2020.08.06/09:00) 국회 본청 225호
▣ 안철수 당대표
전국이 물 폭탄을 맞고 있습니다. 상황이 심각합니다.코로나19로 엎친 데 부동산이 덮친 상황에서 물난리까지 가세했습니다.
어제 오후 10시 반 집계로만 스물여섯 분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셨고, 1,68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유가족과 이재민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야는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재난방지와 복구에는 한마음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특히 이중, 삼중의 국가적 재난이 덮친 지금, 정부 여당이 집중해야 할 일은 야당에 대한 정치공세나 감사원장, 검찰총장 등 올곧은 공직자들에 대한 비난과 보복이 아니라, 유가족과 이재민에 대한 지원과 피해 복구입니다.
재해복구예산과 예비비를 활용하고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본예산 세출 항목 변경을 포함한 재해 추경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신속한 응급복구와 지원, 그리고 항구적인 시설 보강에 나서야 합니다.
이미 한 해 3번이라는 이례적인 추경을 했지만 재해 추경은 성격이 다릅니다. 태풍 루사, 태풍 매미 때도 편성된 사례가 있습니다.
단, 재난 추경이 편성된다면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 불 끄러 다니는 일자리나, 장마철에 산불 감시하는 황당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이재민 지원과 피해시설 복구에 한정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더 이상 추경을 이용해서 정권의 선심 쓰기 용 예산이나 일자리 통계조작을 위한 예산을 끼워 넣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 정권이 아무리 몰염치하더라도 재해 추경 편성 때 이재민의 눈물까지 팔아먹는 짓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정책은 한 마디로 우왕좌왕, 허겁지겁입니다.
실책을 만회하겠다며 서두르는 모습이 갈수록 더 심해집니다.
서울 안에서는 지을 데가 없다고 외곽에 신도시를 만들겠다더니 이제는 골프장이라도 갈아엎어서 서울 안에 집을 짓겠다고 합니다.
3년간 내내 규제와 억제로 수요를 잡는 데만 집중하더니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라던 말을 뒤집고 사과나 설명 한마디 없이 갑자기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 합니다.
지난 3년간 문재인 정권 사람들과 지금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입니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기 전에 전 국민이 부동산으로 고통받게 만든 치명적 과오에 대해 국민께 사과부터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정권 내부의 중구난방, 허접한 모습은 더 한심합니다. 정부는 50층이 된다는데, 서울시는 죽어도 35층이랍니다.
정부 발표 세 시간 만에 지방정부가 반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과천시장도 반대하고 심지어 친문 핵심 의원들도 안 된다고 어깃장을 놓습니다.
이런 꼴을 보이는 게 정부입니까?
정부는 지자체와 협의도 안 하고 밀어붙이고 서울시는 마치 북한처럼 전 시장의 유훈을 내세우며 자기들끼리 싸우는 사이에 정작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등골이 휘는 것은 아무 죄 없는 국민들입니다.
또 하나, 정책을 입안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관련자들의 수용성입니다.
일례로 이번에 발표된 공공참여형 고밀도 재건축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민간참여를 통한 공급의 확대를 원한다면 공적 환수 비율을 완화해야 하는데 그런 인센티브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공급 확대와 이익 환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둘 다 못 잡는 결과가 우려됩니다.
왜 계속 이런 아마추어 같은 정책이 나오는 것일까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를 나쁜 놈이라고 규정하고 누구를 벌주려고 하기 이전에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집중해서 정책을 설계해야 합니다.
정책에 감정을 담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탐욕스러운 투기꾼과 보통 시민들의 건강한 욕망은 전혀 다른 차원의 영역입니다.
문재인 정권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투기꾼을 잡으려면, 먼저 이 정권 권력 내부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앉아 엄청난 집값 상승으로 웃음 짓고 있는 투기꾼들부터 퇴출시키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이 정권의 정책은 우왕좌왕, 중구난방인데도 유일하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여당 단독으로 밀어붙여 끝낸 7월 임시국회입니다.
7월 임시국회는 한마디로 국회가 아닌, 민주당 의원총회였습니다.
아니, 민주당 의원총회를 넘어,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라는 조선노동당의 구호를 연상시키는 행태였습니다.
앞으로 정부 여당이 국회를 계속해서 깔아뭉갤 거라면 국회의 간판을 내려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도 당명에서 ‘더불어’와 ‘민주’라는 말을 떼어내야 합니다.
여러분들의 당명과 여러분들이 보여주는 행태의 불일치는 한마디로 ‘언어도단’이고 ‘언어모독’입니다.
의회! 국회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바로 ‘논의하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아예 논의 자체를 못 하게 만들었습니다.
소위도 건너뛰고 절차적 정당성은 완전히 팽개치고 마구잡이로 밀어붙였습니다.
국민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법안인 세제 개정안 등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된 보고도, 설명도 없었습니다.
87년 민주화 이후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 모든 사달이 “7월 안에 반드시 법을 통과시키라”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촉발된 것입니다.
교시(敎示)가 곧 법이 되는 정치체제, 우리는 이것은 독재라고 부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볼 때 의회의 역할은 행정 권력이 마음대로 세금을 만들고 세율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 맞서 국민의 재산을 지켜야 할 국회가 반대로 세금 올리는데 총대를 메고 앞장서서 돌격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국회는 행정부 견제는커녕, 통법부, 거수기를 넘어 행정부의 주구로 전락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합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우왕좌왕 부동산정책, 중구난방 국정 운영에 대해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하기 바랍니다.
또한 “투기꾼이 문제이지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라고 고집부리다가 사과 한마디 없이 하루아침에 부동산정책 기조를 바꾼 정책실패의 주범들을 당장 해임해야 합니다.
그런 최소한의 조치 없이는 성난 민심을 가라앉힐 수 없고 정책의 신뢰도 확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당에게 촉구합니다.
세입자도 국민이고 집주인도 국민입니다.
집 가진 사람들이 모두 투기꾼은 아닙니다.
서민들이 내 생애에 집 사는 거 포기하게 하고, 세입자 힘들게 만든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바로 여러분들 아닙니까?
물타기 한다고 실패의 본질이 바뀌지 않습니다.
의회의 본분을 망각하고, 정당의 책임을 방기한 채 오직 대통령 명에 따라 세금 폭탄 폭격기, 증세 돌격대장, 행정부 꼭두각시가 되지 말기 바랍니다.
훗날 역사의 법정에서는 “대통령이 시켜서 했다”라는 비겁한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의당은 무능한 정치, 잘못된 정책, 코로나와 수해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께 조금의 희망이라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며, 앞으로도 쉼 없이 달려가겠습니다.
▣ 최연숙 최고위원
올해 장마 피해가 어느 해보다도 큰 상황입니다.
먼저 피해를 입으신 국민들께 진심으로 위로를 드립니다.
정부는 폭우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복구 지원을 신속하게 조치해 주시기 바랍니다.
염려스러운 것은 아직도 장마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늘도 여의도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습니다.
그런데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는 곳은 비단 하늘만이 아닙니다.
민의의 전당인 이곳 국회의사당에도 민의를 거스른 독선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법안과 공수처 법안을 힘으로 밀어붙이며 6월에 이어 7월 임시회에서도 독선적 국회 운영을 이어갔습니다.
하늘의 먹구름이야 곧 걷히고 장마가 끝나겠지만 국회의 먹구름은 도통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매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권력의 중독성은 마약이나 도박 못지않습니다.
여당의 국회 권력 독점과 독선적인 국회 운영은 이미 중독의 단계로 들어선 듯합니다.
중독의 마지막 단계는 회복 불가입니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는 지금은 중독을 치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국회 운영을 민주적으로 정상화하여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당장 대화와 타협, 배려와 존중의 의회민주주의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 이태규 최고위원
‘민주주의의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라는 윤석열 총장의 신임검사 임명장 수여식 발언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관점에서 보면 진부하다 싶을 정도로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도 여당에서 발끈하고 나선 것은 ‘한마디로 자업자득(自業自得)이고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격'입니다.
여당이 윤 총장의 발언을 참지 못하고 발끈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 하는 양태를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재인 정권은 국회를 통법부, 거수기로 만들었습니다.
법과 원칙을 헌신짝처럼 버려 의회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87년 민주화 이후의 민주적 관행과 전통도 모조리 말살됐습니다.
선거로 탄생한 정부라는 정당성만 있을 뿐, 권력 행사의 절차적 정당성 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던진 ‘민주주의의 허울을 쓴 독재’라는 데 뜨끔해서 반발하는 걸 보면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아직 살아있는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합니다. 생각해 보면 문재인 정권은 이미 수많은 것을 훔치고 빼앗았기 때문입니다.
촛불정신이 자신들만의 것인 양 훔쳤고, 남북 정상이 만나기만 하면 곧바로 평화가 올 것처럼 선전하며 표심을 훔쳤습니다.
국민의당의 '일하는 국회' 슬로건을 가져다가는 ‘내 맘대로 하는 국회’로 전락시켰습니다. 국민에게서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빼앗고, 열심히 일하면 집 살 수 있다는 기대도 빼앗았습니다.
이제 하나하나 바로잡아야 합니다.
감사원장의 공명정대 의지가 공격받는 나라, 검찰총장이 지극히 당연한 말을 강조해야 하는 나라, 그리고 그것이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정치적 공방이 되는 나라, 분명 정상적인 나라는 아닐 것입니다.
부동산 정책 발표장에 경찰청장이 배석하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입니까? 협박입니까? 부동산 정책에 경찰이 관여할 사안이 무엇이 있습니까?
방송을 다루는 고위공직자가 했다는 발언은 윤석열 죽이기가 단순한 권언유착 차원이 아니라 정권차원에서 진행된 정치공작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는 즉시 국민 앞에 자진신고하고 이실직고해야 합니다.
이런 나라, 이런 사회가 지속된다면 이제 우리 국민에게는 정권교체와 운동권 정치, 그리고 꼰대정치를 대체할 세대교체라는 희망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 희망이 현실이 되고, 문재인 정권이 국민에게서 빼앗은 모든 것을 되찾아 드리는 것이 국민의당의 역할이 될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