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약디 강의 강물 소리에 밤잠을 설쳤다.
초저녁에는 피곤해서 깊은 잠에 빠졌지만 한 잠을 자고 일어나자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강물소리가 깊은 잠을 방해한다.
한 밤 중에 바깥에 나와 하늘을 보니
계곡 사이로 보이는 좁은 하늘에 별이 쏟아진다.
생각보다 쌀랑하다. 별을 보다 침낭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아침을 먹고 출발 준비로 분주하다.
그런데 올해 히트 상품인 셀카봉을 설악아씨가 가져왔다.
우리도 텔레비전에서 본 걸 참고삼아 셀카봉 놀이를 했다.
주게빠니에 웃음이 넘친다.
오늘은 바가라까지 간다.
1,500m 높이인 주게빠니에서 2,000m고도인
바가라까지는 4~5시간 거리다.
주게빠니에서 조금 걸으면 나오는 마을이 나우라다.
주게빠니는 지도에도 나오지 않고 과연 여기가 나우라인지 알 길이 없다.
어디까지가 참인지 나 자신도 헷갈린다.
여기서부터는 급경사 언덕길을 오른다.
언덕을 오르면 농가가 한 두 채 있고 이 농가에서 소와 염소, 닭을 키운다.
텃밭에는 채소가 자라고 히말라야 고추도 있다.
손톱만한 히말라야 고추는 우리나라 청양고추처럼 아주 맵다.
매운 고추를 좋아하는 우리 팀은 2백루피를 주고
고추를 달라고 하니 한 컵 따 준다.
다시 쉬어쉬엄 급경사길을 오르며 고도를 높인다.
날씨는 맑고 온 몸에 흐르는 땀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식힌다.
일정이 빡빡하지 않고 한가로워서인지 마음마저 한가롭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듯한 산허리를 깎아 만든 길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길을 만든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한가롭게 히말라야를 즐기며 길을 갈 수 있는 것이다.
다울라기리 트레킹 코스에도 유난히 크고 작은 폭포가 많다.
쉬엄 쉬엄 걸으며 폭포를 감상한다.
어마어마한 길이의 폭포를 보며 몇미터쯤 될까 가늠해본다.
족히 수백미터는 되지 않을까?
다울라기리 베이스캠프 가는 길은 아직 때묻지 않은 길이다.
그만큼 트레커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집들은 집 벽을 황토와 하얀 석회 같은 걸로 채색하여
그 색이 자연스럽고 정갈한 느낌이 든다.
마나슬루 트레킹 하면 본 윈시의 모습과는 다르다.
12시 20분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길을 오르니 바가라 마을 입구다.
힘들게 올랐으니 땀도 식힐겸 시원한 탄산 음료가 당긴다.
프랑스 팀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프랑스 팀은 12명으로 구성된 제법 큰 트레킹 팀이다.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는 사람도 있다.
여기 와서 들은 정보로는 이미 독일 팀이 이탈리아 베이스캠프에 들어가
눈에 막힌 프렌치패스 가는 길을 뚫고 있단다.
우리는 그들의 도움으로 프렌치패스를 넘을 수 있으리라하는 기대가 생겼다.
제일 먼저 도착한 우리 팀이 제일 좋은 자리에 텐트를 쳤다.
프랑스 팀은 우리 옆에 텐트를 쳤다.
4시쯤 되자 포터도 가이드도 없이 모든 장비를 자신이 지고 오는
건장한 청년 3명과 아가씨 1명으로 구성된 체코팀이 왔다.
도착하자마자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듯이
훌훌 벗고 씻는 그들을 보니 부럽기도 하다.
이렇게 젊은 산악인도 왔으니 길이 뚫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더 커졌다.
조금 있으니 가이드 리마와 우리 쿡 마카르가 자기들도 십시일반 할테니
염소를 한 마리 잡잔다.
왜 가이드와 쿡이 돈을 내려고 할까 의아했다.
부식으로 쓸 돈을 내는 것일까?
어쨌든 프랑스팀도 동참하여 큰 염소를 한 마리 잡아 반씩 나누기로 했다.
포터들과 염소고기를 나눠 먹고 소주와 럭시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저녁이 되자 이 마을에서도 공연을 할 테니 기부금을 내란다.
그들이 어렵게 만든 길을 가는 것이니 양해를 구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쾌히 1천루피를 기부한다고 했다.
이 돈은 설악아씨 부부가 내겠다고 해 박수로 성의에 고마움을 표했다.
바가라 마을의 공연은 시방 마을의 공연보다는 많이 부실한 느낌이 들었다.
공연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끝까지 보지 않고 텐트로 들어갔다.
첫댓글 다음에도 셀카봉을 꼭 챙겨가야 겠어요.ㅎㅎ
셀카봉 놀이가 넘 재밌었어~ㅎㅎ
필수품이 될듯~ㅎㅎ
설악아씨 부부의 훈훈한 마음도 넘 멋있었어~
땡큐~^^
글이 정겹게 잘쓰시네유~
폭포크기가 어마어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