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되고 싶어요!
동화작가 김동석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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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먼지들이 바람을 타고 날았다. 머물 곳을 정하지 못한 먼지들은 바람따라 갈수밖에 없었다.
"여기가 좋은데!" 어린먼지는 넓은 사막이 맘에 들었다.
"안 돼! 모래가 많은 곳은 먼지가 흙이 될 수 없어." 늙은먼지가 아직 어린먼지에게 말했다.
"흙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 늙은먼지는 아직도 바람따라 날며 머물 곳을 찾고 있었다.
"아무데나 머물면 안 되나요?" 어린먼지가 물었다.
"안 돼고 말고! 먼지는 흙을 만나야 흙이 될 수 있는 거야." 늙은먼지는 흙이 되길 원했다.
"먼지로 사는 건 위험해! 바람의 명령대로 살아야 해. 또 쉽게 생명을 잃을 수 있어." 늙은먼지는 흙이 되어야 비로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흙! 먼지가 되어 그냥 살아도 되잖아요?" 어린먼지는 바람따라 날아다니는 게 싫었다.
"그냥! 그냥 살아도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 하지만 먼지는 그냥 살아갈 수 없는 존재란다." 늙은먼지의 말대로 어린먼지는 지상으로 내려가 머물고 싶어도 맘대로 되지 않았다.
"바람이 멈추는 곳! 그곳에 내려야 비로소 살아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흙이 되지 못한다면 먼지의 삶은 끝이야." 늙은먼지는 여유가 있었다. 기다림에 지치지 않은 여유였다.
"알겠어요! 바람이 멈추는 순간까지 잘 버틸게요." 어린먼지도 바람을 타고 날며 말했다.
수많은 먼지는 오늘도 바람이 부는대로 날아갔다. 그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먼지들은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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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야! 어딜 가는 거야?" 하늘을 날던 파랑새가 물었다.
"몰라! 바람이 멈출 때까지 날아가야 해." 하고 어린먼지가 말했다.
"먼지야! 이곳에 내려야 흙이 될 수 있어." 파랑새는 하늘 높이 나는 먼지들에게 외쳤다. 수많은 먼지 때문에 눈도 뜰 수 없었지만 파랑새는 외쳤다.
"어떻게! 바람에서 뛰어 내릴 수 있을까?" 어린먼지가 물었다.
"내 깃털에 숨어!" 하고 말한 파랑새가 어린먼지 가까이 날아갔다.
"아저씨! 저는 파랑새 깃털에 숨어 내려갈 거예요." 하고 늙은먼지에게 어린먼지가 말했다.
"파랑새를! 아직 바람이 멈추지 않았는데?" 늙은먼지는 바람이 멈추지 않은 게 무서웠다.
"안녕!" 어린먼지는 수많은 먼지에게 인사한 뒤 파랑새 깃털에 내려앉았다.
"꽉 붙잡아." 파랑새는 어린먼지를 숨기고 하늘을 날았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 더 높이 날았다.
"난! 흙이 될 거야." 어린먼지가 날고 있는 파랑새를 향해 외쳤다.
"흙! 그렇지. 먼지가 흙이 되어야 비로소 생명을 얻지." 파랑새는 먼지가 흙이 되고자 하는 이유를 알았다.
먼지가 되어 방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목숨이 위태로웠다.
"고마워!" 어린먼지는 너무 좋았다. 파랑새를 만난 것도 좋고 또 흙이 될 수 있다는 소원을 이룰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사는 산골짜기로 데려다 줄게!" 파랑새가 말하자
"고마워! 산골짜기에 흙이 있는 거지?" 하고 어린먼지가 물었다.
"당연하지! 숲에는 나무도 있지만 흙이 더 많지."
"좋아! 나도 그 산골짜기에 가면 흙이 될 수 있겠다." 어린먼지는 금방이라도 흙이 될 것 같았다.
파랑새는 열심히 날아서 산골짜기에 도착했다.
"여기야!" 파랑새가 도착한 곳은 아름다운 골짜기였다.
"와! 물도 흐르다니." 어린먼지는 파랑새가 사는 산골짜기가 맘에 들었다.
"여기서! 나도 흙이 될 수 있겠다." 어린먼지는 흙이 되어야 비로소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알 수 있었다.
"먼지야! 세상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거 알지?"
"응! 그러니까 나도 흙이 되고 싶은 거야." 어린먼지는 수많은 먼지들이 흙이 되어야 한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기! 어린소나무 밑으로 가서 흙이 되는 건 어때?" 파랑새가 묻자
"저기! 아주 작은 소나무?"
"응! 이제 막 태어난 소나무야."
"좋아! 어린소나무 밑에서 흙이 될 거야." 하고 어린먼지가 대답하자
"여기 숨어!" 하고 파랑새는 날개를 펴고 어린먼지가 숨도록 했다.
"고마워!" 어린먼지는 파랑새 날개를 타고 어린소나무에게 갔다.
"안녕!" 파랑새가 어린소나무에게 인사하자
"안녕하세요!" 어린소나무가 귀엽게 인사했다.
"여기! 어린먼지를 데리고 왔어. 둘이 친구가 되면 좋겠다." 하며 날개에 숨은 어린먼지를 보여줬다.
"안녕!" 어린먼지가 인사하자
"안녕! 반가워." 어린소나무가 반갑게 인사했다.
"여기! 여기서 흙이 되고 싶어." 하고 어린먼지가 말하자
"좋아!" 어린소나무는 친구가 생겨서 좋았다. 또 어린먼지가 제공할 영양소가 뭘까 궁금했다.
"널! 아주 튼튼하게 자라도록 흙이 되어줄게."
"고마워!" 어린소나무는 온 몸에 에너지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나는 간다!" 파랑새는 어린 먼지를 내려주고 산골짜기로 돌아갔다.
"안녕! 고마워." 어린소나무와 어린먼지가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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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먼지는 흙이 되었다. 어린소나무 밑에서 흙이 된 어린먼지는 흙이 주는 선물을 받았다. 그것은 소중한 생명이었다. 먼지로 살아갈 운명을 바꾼 어린먼지는 생명의 흙이 되었다.
"먼지가 흙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를 이제 알았어!" 어린먼지는 바람을 타고 날으는 먼지를 보면서 느꼈다. 생명을 잉태하는 흙이 얼나마 소중한 것인지 알았다. 비록! 하찮은 먼지라 할지라도 흙을 만나면 생명을 위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먼지가 되어! 하늘을 나는 게 좋았어. 그런데 먼지의 운명은 죽음 뿐이라니." 어린먼지는 흙이 되고서야 먼지의 서러움과 아품을 알 수 있었다.
"하늘을 나는 먼지야! 빨리 산골짜기로 돌아가 흙이 되어야 해." 가끔 어린먼지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먼지를 향해 외쳤다.
"바람이 멈추지 않아!" 가끔 어린먼지를 향해 외치는 먼지들도 있었다.
"파랑새를 만나면 도와달라고 해!" 어린먼지는 하늘을 나는 파랑새를 찾아보라고 대답했다.
"파랑새! 그게 뭔데?"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파랑새를 먼지들이 알리 없었다.
"파랑새! 하늘을 나는 파랑새를 찾으면 도와달라고 해." 어린먼지는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먼지들이 하루빨리 흙이 되었으면 했다.
파랑새는 하늘을 날며 많은 먼지들을 산골짜기에 데려왔다. 어린먼지도 있고 젊은먼지도 있었다. 가끔 늙은먼지도 파랑새 도움을 받아 산골짜기에 왔다.
"생명을 잉태하는 흙! 우리는 흙이 되어야 비로소 생명을 얻는 거야." 늙은먼지의 말처럼 파랑새가 구해준 먼지들은 모두 흙이 될 수 있었다.
흙은 수많은 생명을 잉태했다. 하찮은 먼지들도 생명이 탄생하는 데 작은 밀알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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