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生과 死
여산 홍성도
유체를 이탈한 영혼의 길목 위치란 서 있는 사람의 부표浮標
생각은 어제를 맴돌고 육체는 고뇌를 넘나 든다
빛의 열락! 산다는 것이 "별거"란 것을 알아차릴 즈음
먼 곳에서 들리는 소리 세상은 "별거"란다
유혹의 고개 위에 선 충혈된 눈빛의 저승사자
조여 오는 그리움에 사랑하는 사람들
아직은 빛을 보아야 한다
꺼져가려는 의식에 매달린다 아직은 안 갈 거다
-폐렴 치료 중 병실에서-
2. 病床에서 - 아! 아버지 -
여산 홍성도
病床에 누워 천정을 보면 이방 연속 무늬 속 얼룩진 얼굴 하나 28세 청년 내 모습이다 앳된 모습 속에 마감한 삶의 연민 통곡은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삶과 죽음의 질곡 속에 천수를 다하지 못한 것이 형벌이라면 세상에 뿌려 놓은 씨앗을 거두지 못한 것은 더 큰 天刑이어늘........ 보고 싶은 마음이 또 하나의 형벌이다 얼룩진 무늬에 겹쳐진 실루엣
아! 아버지
임인년 새해 95세 천수를 누리는 어머니 콧물을 소매 끝으로 훔쳐대든 6살의 내가 병마에 신음하고 있다 나보다는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한다 어머니의 읍소가 눈자위를 적신다
산다는 것은 참으로 별게 아닌데 초 정월의 햇살이 입원실 창에 무늬를 이룬다
3. 유년의 겨울
여산 홍성도
유년의 겨울 기억의 저편에서 울고 있는 동박새는 아직도 초라하다
새벽 눈을 뜨면 요의가 차오르고 요강까지의 거리 천 길이다
더듬거리며 찾아낸 요강은 얼음 덩어리가 되어 있다
방문을 나서노라면 문고리가 손에 얼어붙는다
밖은 천지가 하얗다 수채 구멍에 볼일을 보노라면 눈 위에 탄흔이 나고
얼어붙은 몸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더듬는다
겨울 안갯속 아버지를 향해 누운 어머니
6살의 나에게도 겨울밤은 길기만 하다
4. 손주의 아토피
여산 홍성도
여덟 살 손주 녀석의 몸 가렵고 습한 피부 긁다 보면 피멍이 생긴다
神의 저주인가 부모의 天刑인가 회색빛 하늘에 황토집을 짓는다
사랑은 짓는 것인가 허무는 것인가 스스로를 이기지 못하는 눈빛에 그렁그렁 맺히는 눈물
할애비 가슴에 저며 드는 회한 모든 것을 나한테 주려무나
5. 선거공약 II 여산 홍성도 대통령 님!,! 동네 통 반장도 시 군 의원의 할 일도 혼자 다 하세요 여기 가서 이 말 저기 가서 저 말 잘못되어 대통령 되면 제가 한 말도 잊어버리고 모든 것은 네 탓이 될 개미 쳇바퀴의 질곡 윤회의 역사 얼마나 더 속아야 멈출까 헛소리의 향연에 겨울은 더 춥고 봄은 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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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연 그리고 행 간 조절할 수 있도록 편집처리 부문을 갖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