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경제학부 3학년째 다니고 있는 공태인이라고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벌써 삼 년이나 지나 현대고 앞의 수학사랑학원에 대한 글을 남기려고 하니 아련하고 좋네요.
처음 수학사랑 학원 계단을 올라갈 때, 뒷골목이나 화장실이 허름해서 압구정의 한 복판에 이런 곳이?하고 놀랐던 것이 생각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원장실이 바로, 나오고 거기서 약간 두려운 마음으로 입학 시험지를 받았었죠.
그 시험지를 작은 교실에서 혼자 앉아 풀자 하니 무척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거기서 자습도 하고 삼각김밥을 까먹는 것이 제 고등학교 일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부터 3학년 봄까지 학원을 다녔는데 학원을 오래 다닐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원장님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학원을 무척 싫어하는 스타일이어서 꾸준히 다닌 학원은 수학 학원 밖에 없었거든요. 학원의 커리큘럼에 따라가는 것보다 제 페이스대로 빠르게 또는 천천히 나가고 싶어하는 저에게 수학사랑은 꾀나 잘 맞는 학원이었습니다. 수강생이 적고, 원장님이 워낙 많은 시간을 우리에게 투자하셔서 제가 하고싶은 방향대로 많이 맞춰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쌤은 어떨 때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특히 오답노트나 숙제 푼 것을 검사할 때는 입학시험을 채점받는 그 긴장감이 항상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수학 공부에는 오답노트가 정말 중요하면서도 습관을 들이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오답노트를 하는 습관을 들여주신 것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또 (물론 베낄 생각은 하나도 없었지만) 숙제를 베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선생님이 풀이까지 다 체크했기 때문이죠. 제가 대학생이 돼서 수학 과외를 해보니, 선생님이 왜 그 때 답을 맞추는 것보다 정확하고 빠른 풀이에 집착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제가 수험생이었을 때 풀이 위주의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선생님 덕분이었습니다. 가끔은 오래걸려서 귀찮을 때도 있었던 선생님의 꼼꼼함과 엄밀함이 수학공부에 무척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수학사랑에서 가장 좋아했던 것은 프린트였습니다. 선생님은 교재를 하나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문제를 한 곳에 모아서 예쁘게 노란 테이프를 싸서 뽑아주십니다. 그리고 이름을 달아서 표지를 만들어주시죠. 예쁘거나 코팅된 것은 아니지만, 단원별 프린트, 혹은 고난이도 문제 프린트는 제 학교 자습시간의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학원 이름을 다 알 정도였어요. 이름도 특이하고 해서... 여하튼,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프린트 문제도 굉장히 다 좋았습니다. 시중문제집을 사면 너무 쉬운 문제만 많아서 어려운 문제를 풀고 싶을 때 항상 고르기 어려웠는데, 프린트에 어려운 문제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제가 나중에 과외선생님이 되었을 때도, 수학사랑 프린트를 종종 이용했습니다.
수학사랑 선생님은 공부나, 개인적인 일에나 항상 따뜻한 관심으로 저를 돌봐주셨습니다. 당시에는 공부하는 것이 당연히 힘들었겠지만, 지금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도 선생님 덕분인 것이 많아요. 지금 오랜만에 수학사랑에 대해 무엇을 얘기할까 고민하다가 생각나는 에피소드도 많고, 같이 수업 듣던 서초고 애들과 지영이 수연이도 생각이 나네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수험생분께 고등학교의 일상은 힘들고 스트레스의 연속이겠지만,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친구들과 나누면서 힘내라는 응원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잡담같은 (별로 도움 안되셨을 것 같아요..) 글 읽어주신 것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