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 친구와 오랜만에 긴 통화를 했습니다.
서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서로에게 '통했다'는 생각을 하게 한 말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한계가 있으니, 선택을 잘해서 집중을 해야 해. 그리고 선택을 잘 하려면 나를 잘 알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
어떻게 생각하면 만고의 진리같은 말을 처음해 본 양, 우리는 만족스럽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참 중요한 질문이면서, 평생 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늘 동일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처한 상황과 나이에 따라 다르니까요.
요즘 자기보고식 성격유형 검사인 MBTI가 MZ세대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합니다.
뭐 .... MZ세대들이라고 말할 것도 없이 대부분의 젊은이들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왜 MZ세대들이 이 MBTI검사에 열중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 질문에 대해 이화여대 사회학과 최샛별 교수님은 다음의 칼럼(중앙일보, 2022년 7월 9~10일)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첫째, '미 제네레이션(Me generation)'이라고 불릴만큼 MZ세대들은 타인보다 자기자신에게 관심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둘째,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할만큼 각종 정보기술(IT) 기기와 온라인 환경을 접하고 자라온 MZ세대들은 디지털을 통해 자아를 재미있게 탐구하고 타인을 파악하는 것에 쉽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셋째, '엄지족'이라고 불리듯이 스마트폰이나 SNS를 통해 관심사와 성향이 맞는 사람과 쉽게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관계를 맺는 효율성이라고 여기는 MZ세대들에게 오랜시간 공들여 타인을 알아가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입니다.
넷째, 한국 역사상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과 문화자본을 갖춘 세대로 성장한 MZ세대가 맞이하게 된 현실은 둔화된 경제성장과 더 이상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는 대학졸업장이었습니다. 개인이 스스로를 기획하고 관리하면서 자기경영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실패없는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시행착오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안에서 완벽한 '선택'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나에 대한 정확한 탐구인 것입니다.
이러한 MZ세대들의 MBTI를 통한 자아탐구에 집중을 하도록 더욱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또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기업채용에 MBTI자료를 등장시킨 것입니다.
위의 칼럼, 중앙일보 김창우기자님과 오유진기자님이 기고하신 글(중앙일보, 2022년 7월 9~10일)에 의하면 기업채용에 활용되고 있는 MBTI검사가 무엇인지를 좀 더 살펴볼 수 있습니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지료)는 성격유형검사의 일종입니다.
1944년 미국의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의 딸 이사벨 마이어스가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이론을 토대로 만든 성격검사입니다. 그러니까, 심리학자가 만든 것이 아니네요.....
MBTI 검사의 내용은
관심의 방향에 따라 E(외향)-I(내향), 사람이나 사물을 인지하는 방식에 따라 S(감각)-N(직관), 판단의 근거에 따라 T(사고)-F(감정), 선호하는 생활양식에 따라 J(판단)-P(인식)으로 나누고 4가지 유형을 결합해 16가지로 성격을 분류합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MZ세대가 MBTI에 꽤나 열중하고 있는 이유를 기성세대와 달리 학력, 신분, 직장 등 소속된 조직이나 집단이 '나'를 설명하거나 정의하지 못한다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기성세대보다 심리적 특성에 관심이 많고,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타인을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보니 심리검사수단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자아를 탐구하는 것이라고 임선영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님은 분석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MBTI가 다른 심리검사보다 신뢰도나 타당도가 높지않다는 것과 자기보고식 검사이기 때문에 시행할 때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겠습니다. 특별히, MBTI가 업무능력과는 다르기때문에 맹신하여 주변환경에 쉽게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 MBTI연구소 김재형 연구부장의 말씀처럼 "MBTI의 본래 취지가 16개의 다양한 성격유형이 공존하며 서로를 보완하자는 것"은 우리 젊은이들이 자신을 이해하는 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MBTI로 모든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곤란한 문제라고 말씀하신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님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MBTI검사는 나를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거울일 것입니다.
거울을 보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만족스런 내 모습을 확인하든지.....
무엇인가 내 모습에 허물이 있을 때 없애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 나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종류의 거울이 세상에는 많다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보아야 겠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평생 내가 나 자신에 해 보아야 할 그 질문,
나는 누구인가? .... 에
성실하고 정직한 답변할 수 있도록 늘 "용기의 운동"을 열심히 해 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