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동화/이흥종, 박옥화

[상상의 힘]

◈ 동시

석천 완정리 마을에서

                                                        이 흥 종*

오래된 느티나무

옛이야기 들려주는 완정리 마을에는

석천 맑은 물

낭랑한 물소리

빨간 종탑 사이

빛 속으로 퍼지는 종소리

한낮에 졸음 겨워

음-메에 우는 소울음소리

마을 들녘 한가운데

신화처럼 들려오는 닭울음소리

정답게 다가오는

매-애애 염소울음소리

오랫동안 듣고 싶은 옛이야기처럼

자꾸만 들려오는 낯익은 소리

그래도 더 듣고 싶은 소리

마을 길 달려오는 아이들 소리, 목소리

※석천 완정리 마을 – 충북 황간 월류봉에서 반야사 가는 둘레길에서 만나는 마을

달님이 이사 왔어요

우리 엄마 달구경은

시원한 그늘 만들어 주는

우리 동네 정자에서

우리 아빠 달구경은

밤하늘 바라보는

우리 마을 뒷동산에서

우리들 달구경은

과학관 찾아가는

달 탐험 천문대로

얘들아 달맞이 가자

달님이 이사 왔대

천문대 찾아가는 아이들

골목길

안녕

안녕

밝은 인사

좁다란 골목길이

커다란 운동장보다 넓게 보여요

채송화

봉숭아

나팔꽃 피어오른 담장 밑

옹기종기 골목길이

우리 아기 그림책보다 곱게 보여요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골목대장

개구쟁이 나라 이야기

꼬불꼬불 골목길이

인어공주 나오는 동화책보다 재미있어요

백범 명상 길

공주 마곡사

백범 명상 길

생각하며 걷기

걸어가며 생각하기

산새소리

물소리

걸어가며 듣기

들어가며 걷기

마곡사

명상 길

마음 밝혀

자꾸만 걷는 길

서당마을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

옛이야기처럼

귓가에 다가오는 소리

서당 마을

읽기 시간

하늘 땅

검은 듯 누런 듯

까마득한 우주

넓고 거칠기만 한데

해와 달은

차고 기울고

추위가 오면

더위는 가는구나

아 ! 별과 별자리

하늘 가득 펼쳐있는데

정답게 들려오는

서당 마을 글 읽는 소리

잊어버린 이야기 찾아가는

오래된 오솔길

맨드라미꽃

꽃밭에도

어른이 있나요

벼슬하신 어른 꽃

맨드라미 벼슬 꽃

꽃들도

벼슬 하나요

닭 벼슬

맨드라미꽃

빨강 모자 노랑 모자

머리에 이고

벼슬한 꽃은 맨드라미

어른 꽃은 맨드라미

종알종알 수런수런

수다쟁이 꽃밭 어른

※ 충남 서산 출생. 󰡔아동 문예󰡕 동시 부문 신인상. 충남대 교육대학원 졸업, 한국문인협회원, 한국아동문학회 이사. 동시집『별이 빛나는 날』, blubarle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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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달 토끼와 땅거미 그네

                                                                                                                         박 옥 화 * 

 마을에 쑥쑥 키가 자라던 나무가 있었어요. 방아를 찧으며 달에서 사는 옥토끼의 머리 위까지 쑥쑥 자라난 나무가 있었어요. 사람들은 ‘나무가 뿌리도 줄기도 쭉쭉 뻗는다’하여 쑥쑥 나무라고 불렀어요. 쑥쑥 나무는 사람들에게 그늘이 되기도 했고, 또 놀이터가 되기도 했어요.

또,

 달에 사는 옥토끼는 가끔씩 이 나무를 사다리처럼 타고 내려오곤 했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몰랐어요. 달까지 자란 쑥쑥 나무에는 땅거미도 집을 짓고 살고 있어요. 땅거미도 낮과 밤 사이 땅에서 달까지 ‘오르락내리락’거리곤 했지요.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이 아름드리나무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이 나무는 너무 커서 햇빛을 가려요. 자릅시다!”

“이 나무는 너무 늙었어요.”

이렇게 해서 이 나무는 잘려 나가 밑동만 남은 그루터기가 되었어요.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이곳에 자전거를 처음 타는 손녀 수아랑, 할머니가 나타났어요. 수아가 할머니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빙글빙글 돌아다녔어요.

“앗! 조심해.”

말할 틈도 없이 쑥쑥 나무의 그루터기에 수아의 자전거가 걸려 넘어졌어요. 수아의 몸이 하늘 높아 날다가 ‘쿵’하고 떨어졌어요. 그리고 무언가가 ‘쿠쿵! 쿵! 하고 덩달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무엇이 떨어졌을까? 아주 커다란 열매들일까요?

할머니가 달려와 수아를 안아주었어요.

“많이 놀랬지!”

수아가 이제야 울음을 터트렸어요.

“으앙~~~!”

울음소리가 얼마나 큰지 하늘을 흔들었어요.

“너 때문이야! 에잇! 나쁜 나무 떽! 떽!”

처음으로 손녀 수아가 넘어진 날이었지요. 할머니가 그루터기를 때려주었어요. 수아도 덩달아 그루터기를 때렸어요.

“에잇, 너 때문이야!”

저녁이 되었어요. 수아의 창가에도 땅거미가 졌어요.

“밤이야! 깜깜한 밤이야 창밖이 깜깜해요.”

수아가 할머니 등에 업힌 채 말했어요. 수아를 업고 있던 할머니도 말씀하셨지요

”저기 저 달에는 옥토끼가 계수나무 밑에서 절구와 공이로 방아를 찧고 있단다!“

“똑! 똑!”

“똑! 똑! 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어요. 문을 열어보니 달토끼였어요.

“내 절구와 공이를 찾으러 왔어요.”

할머니와 수아가 깜짝 놀랐어요. 말하는 토끼였어요. 세상에 달에서 사는 방아를 찧는다는 옥토끼가 수아의 집을 찾아온 것이지요. 옥토끼가 말했어요.

“나는 달나라에서 왔어! 나는 절구와 공이를 잃어버렸단다. 갑자기 들렸던 큰 울음소리와 부딪치는 소리에 우리 달토끼의 절구와 공이가 떨어졌단다. 우리와 함께 절구와 공이를 찾아주겠니?

옥토끼의 곁에는 커다란 땅거미의 거미줄이 그네처럼 내려져 있었어요.

”같이 찾아보자!“

수아와 할머니, 옥토끼가 낮에 걸려 넘어졌던 쑥쑥나무 그루터기에 갔어요. 사실 낮에 커다란 소리와 함께 떨어졌던 큰 열매들은 옥토끼의 절구와 공이였어요.

” 앗! 찾았다. 찾았어!“

절구와 공이를 찾은 옥토끼가 기뻐했어요.

”수아야, 우리 절구와 공이를 찾아주어서 정말 고맙다! 너의 소원이 무엇인지 말해봐“

옥토끼는 절구와 공이를 찾아준 수아와 할머니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어요. 땅거미 줄을 타고 올라가려는 옥토끼를 바라보다 수아가 소원을 말했어요.

”그네를 타고 싶어! 달까지.....“

옥토끼는 수아와 할머니에게 달에서 타고 온 땅거미 줄로 그네를 만들어 수아를 태워 주었어요.

”달까지～～ 슝!“

”안녕! 수아야～“

얼마 후, 옥토끼가 땅거미 줄을 타고 달나라에 올라가요. 하지만 옥토끼는 ‘또 어떤 날은 수아와 한 명, 두 명, 아니 열 명의 친구들에게 땅거미 줄 그네를 태워주러 오겠다’고 약속을 했지요.

”수아의 창에 달님이 떴어요. 까만 밤이야 달님이 찾아왔어.“

수아가 할머니 등에 업혀 어느새 잠이 들었어요. 할머니가 수아에게 말했어요.

”수아야 처음 넘어진 날, 많이 놀랐지! 자전거 타기는 넘어지며 배우는 거란다!“

쑥쑥! 나무 그루터기에 새 가지,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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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천안 출생, ≪상상의 힘≫(2007) 동화 추천, 동화구연 강사, 배재대 유아교육과 박사과정, oenh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