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206C790D4B71703C83)
병산서원처럼
서원 주위에 베롱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하여 아름다운 경관과 맑은 풍수를 자랑하는 서원도 아니다.
도동서원처럼
선비의 기강을 나타낸다고 하는 엄청나게 큰 은행나무가 서원 입구에 서 있어
나그네들을 압도하지도 않는다.
호남 유림의 거두 하서 김인후의 학문과 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필암서원의 문루인 확연루를 보면서,
홍살문과 고목이 어우러진 단정하고 소박한 고풍만 느낀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6C790D4B71703C84)
월봉서원 정안문을 내려오며 잠시 묵향에 젖는다.
고결하고 청빈했던 선비의 덕과 정신을 생각한다.
월봉서원은 고봉 기대승 선생을 봉향하는 서원으로
정조대왕이 기대승선생을 일컬어 빙심설월 (氷心雪月 : 인품과 덕이 얼음처럼 차갑고 눈처럼 흰달) 같다는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6C790D4B71703D85)
단청하나 꾸미지 않은 월봉서원 역시 소박하고 소탈한 사람처럼
정이 느껴지는 공간들이 모여있다.
처마끝 기둥마다 걸려있는 현판이 학구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색창연한 품격이 느껴지는 월봉서원을 카메라에 담느라
거의 무아지경인 한 회원님....
가만히 보니, 문정희님의 싯귀대로
세상에서 함께 밥을 가장 많이 먹은 사람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46C790D4B71703D86)
월봉서원 애일당에서 만난 해설자님은 좌중을 압도하는 달변가였다.
애일(愛日)이란 다시 말하자면 내일은 없다라는 뜻입니다.
여러분,내일이란 말에 속지 마세요.
까르르 터지는 회원님들의 웃음소리...
그 선사(?)님은 깊은 내공이 묻어나는 해박한 해설로
우리들의 지적 품격을 한단계 높여주었다.
유우머와 재치마저 여운을 남기는 애일당 선사님께 마음으로 깊은 박수를 보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6C790D4B71703D87)
필암서원은
묵죽도라는 그림을 통해 하서와 정조 임금과의 애틋한 정을 알수있게 해 주었고,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아마도 절로난 몸이라 늙기도 절로절로
많이 알려져 입으로 흥얼거리기도 하는 시조 '자연가'가
하서의 작품이라는 것도 새로 알게 되었다.
청빈과 고결로 옛 선비정신을 지켜나간 거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본 것은
유익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선비들이 애써 살아오고 지켜온 그 정신을 후손인 우리들이 오늘에 되살릴 수 있다면
그분들에 대한 우리들의 예의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내 옷에선 묵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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