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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독종(毒種) 중의 독종 -1
백리웅은 목석(木石)처럼 생활했다. 먹여 주면 먹고 안기면 범했
다.
그는 과거의 그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행화(杏花)가 품에 안겨 있었다. 그녀는 애써 제 젖가슴을 백리웅
의 가슴에 압박시키며 한 손가락으로 백리웅의 뺨을 쓰다듬고 있
었다.
"공자의 성함은 무엇인가요?"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백리웅은 여전히 무뚝뚝했다.
"호호, 벌써 백 번도 넘게 물었습니다. 이제 떠날 때가 되셨는데
… 이름 정도는 알려 주실 수 있지 않으십니까?"
"없다, 내게는 이름이라는 것이!"
"흐으으…음, 그럼 나이는?"
"후후, 이제 젖먹이다."
"젖먹이라니요?"
"새로 태어났다는 말이지."
백리웅은 절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정말 지독한 자다. 이곳을 거친 많은 사람들 중 가장 특징 있는
자다. 아아, 이 사람은 남의 수하(手下) 노릇을 하기에는 너무도
뛰어난 사람이다. 그러나 뜻하는 바를 성취할 사람이라면 장차 위
험하더라도… 이러한 인재를 써야 한다.'
행화는 남자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느낌으로
남자를 안다. 그것은 여인, 특히 남자와 많이 접촉한 경험이 있는
여인이 갖게 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한데 백리웅만은 행화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는 정녕 과거라는
것이 없는 사람 같았다. 행화는 백리웅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백리웅은 무정(無情)한 눈빛으로 천정을 보고 있었다. 한순간 백
리웅은 뜨거운 것을 느꼈다.
"마지막이에요."
행화가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이번만은 행화답지 않게 수줍어하
는 눈빛이었다.
"꼬옥 안아 줘요."
"후후, 나는 너의 연인이 아니다. 최음제를 쓰기 전에는… 너를
안지 않는다."
"정말 무정하군요?"
행화는 조금 슬픈 기색이었다.
"정(情)? 후후, 이런 강호(江湖)에 살기 위해서는… 정이라는 것
이 후후, 거추장스러운 것이라 여기지 않느냐?"
백리웅은 냉소하며 눈을 감아 버렸다.
'이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되는 여인은… 아마도 고금(古今)에서 가
장 행복한 여인일 것이다. 자신마저 사랑하지 않는 이 사람의 사
랑을 받는 여인이라면…….'
행화는 탄식하다가 손가락으로 백리웅의 허리를 찍었다. 팟-!
"으으음……."
백리웅은 천천히 의식을 잃었다. 그가 모르는 사이, 예정되었던
십 일이 지나가 버린 것이었다.
"부디… 살아남아요."
행화는 입술을 백리웅의 입술에 댔다. 두 입술이 꽃잎이 겹쳐지듯
이 포개졌다. 행화는 백리웅의 빙골(氷骨)에서 잃어 버린 인간에
의 정(情) 같은 것을 느낀 듯 자꾸만 백리웅의 입술을 탐닉했다.
"으으음……."
그녀는 한 마리 여왕봉(女王蜂)이었다. 그녀가 백리웅의 입술에서
제 입술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스으으… 스으으…, 밖에서 들이닥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흔적을 남기지 마라!"
"모두 죽이고 핏물로 녹여라!"
휘휘휙! 다섯 명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스슥슥…, 그들은 환락굴(歡樂窟) 안을 돌아다니며 격공지력(隔空
指力)을 잇따라 튕겨냈다.
파팟-팟-!
"으으…악!"
"크으으…윽, 초…총관(總管)들이… 어이해?"
"거금(巨金)을 주어 고향으로 보내 준다더니… 죽여 입을 막는
군."
"케에…엑!"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났다.
요화(妖花)들, 그네들이 주검으로 화하는 것이었다.
상대가 될 수 없는 무자비한 도살(屠殺)이었다.
행화! 그녀는 백리웅과 입을 맞춘 채 밖에서 날아드는 지력에 천
령개(天靈蓋)에 구멍이 나서 시체가 되었다.
휘휙-휙-! 다섯 그림자는 호선을 그으며 돌아다녔다.
"생존자가 있으면 아니 된다!"
"지옥마도로 갈 자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그 후 시체를 녹이고
불질러라!"
가늘게 말하는 소리들. 피의 막(幕). 그것이 짙게 내려지는 순간
이었다.
강호(江湖)의 호사가(好事家)들에게는 섭섭한 일이 생겼다.
금릉천향원(金陵天香院), 서주일월기루(徐州日月妓樓), 나부산하
(羅浮山下) 빙화기원(氷花妓院)… 삼산오악(三山五嶽)의 꽤나 유명하던 기루들이 어느 날 갑자기 멸망했기 때문이었다. 천신이 노해 환락굴을 불태워 버린 것일까?
거금(巨金)을 끌어모았던 기루 스물다섯 군데가 동시에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시체
한 구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혹자(或者)는 이렇게 평했다.
- 적도(賊徒)들이 금은자(金銀子)를 훔치고 기녀들을 납치해 갔다.
- 기녀들은 염라대왕에게 끌려갔다.
갑론을박(甲論乙駁). 대체 누가 진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
백리웅(百里雄). 그는 이상한 곳에서 눈을 떴다. 어둠이 있을 뿐
이었다.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사지를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여…여기가 어디일까?"
백리웅이 중얼거릴 때 어둠 속 어딘가에서 차디찬 목소리가 들렸
다.
"지난 십 일 간 어땠느냐?"
바로 혈두옹(血頭翁)의 목소리였다. 그는 백리웅이 볼 수 없는 곳
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귀하를 만날 순간만을 기다리며 지냈소!"
백리웅의 목소리는 곧 침착해졌다.
'대응하는 능력이 유달리 큰 놈이다. 극락에서 신선 행세를 하고,
지옥에서는 곧 마귀가 되는 정말 엄청난 놈이다. 영주가 찾던 그
런 놈이다.'
혈두옹은 허공에 있었다. 보이지 않는 이유는 흑무(黑霧)를 모공
에서 피워내 몸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흑마잠형술(黑魔潛形術). 그것은 일백 년의 내공 수위가 없이는
시전하지 못할 좌도마공(左道魔功)이었다. 시전하면 상대는 모습
을 보지 못한다. 은신흑무(隱身黑霧)를 뚫어보려면 최소한 삼갑자
(三甲子)에 달하는 내력(內力)이 있어야 한다.
삼 갑자의 내력. 그것은 오기조원지경(五氣朝元之境)에 도달하기
전에는 얻지 못할 절대적인 공력이었다. 그렇다면 혈두옹이 혈뇌
옥에 잡혔다는 것은 모순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는 길은 하나, 일부러 잡힌 길뿐이었다.
혈두옹은 웃으며 말을 받았다.
"혈뇌옥 안에서 한 맹세에는 변함이 없겠지?"
"영주라는 사람이 뜻을 이룰 때까지 절대복종한다는 맹세말이오?"
"그렇다."
"흠, 그 뜻이 무엇이오?"
"후훗, 그때란 바로 그분에게 네가 필요 없게 되는 시기이다. 즉,
그 순간으로 거래는 끝나고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모르는 사이라?"
"훗훗, 큰 것을 얻기 위해 조금은 무정한 짓을 해야 한다. 물론
상대는 모두 나쁜 자들이니 무자비해도 나쁠 것은 없지."
"……."
"자, 다시 묻겠다. 절대 복종하겠느냐? 도망치려 하지 않겠느냐?"
"훗훗, 내뱉은 말은 지키리다!"
백리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투툭, 무엇인가 백리웅의 복부
위로 떨어져 내렸다.
"너는 이 순간 너의 모든 과거를 지워야 한다. 너는 입이 무거운
놈이니, 네놈에 대한 것을 남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걸로 믿겠다!"
"……."
"그리고 너는… 얼굴을 버려야 한다!"
"어떻게?"
"네게 지금 면구(面具)를 던졌다. 그것을 써라!"
"으으음!"
"훗훗, 이제 너는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거기서는 죽는다는
것이 산다는 것보다 오히려 쉬운 일이다."
"지…지옥?"
"그곳은 참기만 한다고 살게 되는 그런 곳이 아니다. 무엇이든 이
겨내야 한다. 훗훗, 수백 번의 사경(死境)을 거친 다음에야… 너
는 영주를 뵙고 영주의 팔(臂)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으으음!"
"모든 것은 준비되어 있다. 너는 독종(毒種) 중의 독종이니, 죽음
의 시험을 거치고 살수(煞手)가 되기를 바란다. 열 중 아홉은 죽
고(十中九死) 하나만 남아 (十中一生) 살수가 될 것이다. 훗훗,
너만이 시험받는 것이 아니다. 어찌 생각하면 네가 가야 할 길을
잘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혈두옹은 그렇게 말한 다음 지력을 튕겨냈다.
파팟! 둔팍한 소리가 나며 백리웅의 표정이 변했다. 잠시 짜릿한
느낌이 들더니 몸의 굳은 부위가 시원스레 풀리는 것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팟! 경미한 파공성이 나더니 실내가 환해졌다.
작은 방 안, 머물러 있는 사람은 백리웅뿐이었다. 그는 손에 목갑
하나, 그리고 면구 하나를 쥐고 있었다.
목갑 안에는 검은 단환(丹丸)이 하나 들어 있는데, 냄새가 꽤나
쓴 것이었다.
<일단 단약을 먹고 면구를 써라>
목갑 위에는 그런 글이 적혀 있었다.
"오냐, 뜻대로 해 주리라. 어차피… 나는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처지이니까!"
백리웅은 비웃듯 말하며 목갑 안에서 단환을 꺼냈다. 그는 그것을
물도 없이 한입에 삼켜 버렸다.
약은 이상하게도 침에 닿자마자 녹아 불이 되는데, 그와 함께 지
독한 열기가 사지백해로 퍼져 나갔다. 백리웅은 몸이 불탄다 느끼
는 가운데 얇은 면구 한 장을 뒤집어썼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봄볕에 잠드는 아이마냥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백리웅과 같이 잠든 사람은 근처 십 리 안에 정확히 일천 명이었
다. 백리웅을 포함해서!
지옥마도(地獄魔島). 그곳에는 이상한 기문대진(奇門大陣)이 펼쳐
져 있어 나는 새라 해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위이이-잉-! 꽈르르르-릉-!
회선풍(廻旋風)이 일어나 눈발을 하늘 높이 튕겨 버리고 있었다.
쏴아아… 쏴아아…….
험한 물살이 지옥마도의 기슭으로 가려다가는 이상한 힘에 의해
되튕겨졌다.
섬 깊은 곳, 언제부터인가 모습이 같은 일천인(一千人)이 머물렀
다. 누리끼리한 얼굴을 가진 사람들. 나이가 아주 어린 사람도 있
고 서른다섯 정도 된 사람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얼굴이 같았다.
모든 사람은 면구(面具)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들은 살수(煞
手)들이라 불렸다. 그들은 각기 다른 출신(出身)을 갖고 있었다.
역적(逆賊)이었던 자, 색마(色魔)였던 자, 도적(盜賊)이었던 자…
신기하게도 모두 한 번 제명(除名)당하고 형장(刑場)에서 이슬로
사라질 뻔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십인(十人)의 사부가 있었다.
십대총관(十代總管).
그들은 언제나 채찍을 들고 있었다.
"너희들에게는 눈물이 있을 수 없다!"
"훗훗, 모두 지독한 놈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나… 우리들은
더욱 지독하니 꾀부리지 마라!"
"너희들은 모두 목숨을 영주(令主)에게 팔았다."
"도망치려 하지 마라. 훗훗, 도망치려 하는 자는 찢겨 죽는다!"
십대총관들은 살수들을 가장 강하고, 가장 잔혹한 자들로 단련시
키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영주(令主).
그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십대총관도 그가 누구인
지 모르고 있었다.
살수들은 죽게 되었다가 지옥마도로 왔다. 반면, 십대총관은 영주
에게서 물건 몇 가지씩을 받고 악마들을 기르는 교두(敎頭) 노릇
을 하게 된 것이었다.
백리웅은 한천(寒泉)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뼈를 얼게 하는 한기
(寒氣). 살수들은 지독하게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머물러야 했다. 백리웅은 가장 늦게까지 의식을 잃지 않았
다.
그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눈빛을 던지곤 했다. 그는 과거의
백리웅이 아니었다. 과거의 백리웅은 혈뇌옥 안에서 죽은 것이었
다. 지금 있는 백리웅은 혼백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는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그는 가장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살수들은 눈을 검은 수건으로 가린 채 무정대(無情臺)라는 뾰족한
바위 위에 앉아 있어야 했다. 그러면 어디에선가 채찍이 날아든
다.
쌔-액-! 짜작-!
"크으으-윽!"
살점이 뜯기는 소리와 함께 단말마의 비명 소리가 났다.
"너…너무도 고통스럽다!"
"크으으,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자결하겠다!"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이 바위 아래로 몸을 내던졌다. 꽝!
"아아-악-!"
"케에-엑-!"
처절한 비명 소리. 이미 죽은 사람이 또다시 죽어가는 소리였다.
백리웅, 그는 언제나 무심(無心)한 눈이었다.
쌔-액-! 짜작-짝-!
무수한 채찍질이 그를 괴롭혀도 그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그를 때리는 사람이 오히려 겁을 먹을 정도로 그의 눈빛은 흔들리
지 않았다.
"정말 독종(毒種)이구나!"
"아아, 네게도 마음이란 것이 있느냐?"
십대총관은 차츰차츰 백리웅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백리웅은 지옥마도의 수련이 시작되고 십 일이 되기도 전에 가장
뛰어난 자로 평가받게 되었다.
한 사람, 그는 어둠 속에 앉아 가슴을 부둥켜안고 있었다.
'괴롭다. 하나, 곧 나아지겠지. 가슴의 피멍을 풀어 줄 살수들이
자라고 있거늘 훗훗, 내가 어이해 아파하겠는가?'
그는 누구일까? 그는 어둠 속에 앉아 종이를 쳐들어보고 있었다.
종이에는 살수들에 대한 기록이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누가 어떻
게 참아냈고, 어떤 자가 참지 못하고 포기했는가, 많은 사람들의
행적이 그대로 종이에 기록되어 있었다.
"십대총관들, 천하의 위선자들. 백도인이면서, 황금과 비급에 눈
이 멀어 천하에서 가장 악독한 본좌와 손을 잡은… 훗훗, 가장 지
저분한 자들."
그는 가끔 비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한순간 그는 종이 한 장을 들
고 눈빛을 번득였다.
<혈뇌옥에서 꺼낸 자. 그는 문일지백(聞一知百)의 초기재(超奇才)
임. 공적(公敵)으로는 여겨지지 않는 기이한 기질을 지니고 있음.>
그 종이에는 바로 백리웅에 대한 것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파르르 떨었다.
"결국 한 마리 용(龍)이 끼여 있었단 말인가? 아아, 드디어 한 마
리 용이 될 자를 발견했단 말인가?"
그는 꽤나 흥분하고 있었다.
지옥사곡(地獄死谷). 그곳은 독충(毒蟲)이 우글대는 곳이었다.
십대총관이 천하 각지에서 골라온 사람들은 발가벗기워진 채 지옥
사곡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피부에 꿀(蜜)을 듬뿍
발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백리웅은 제일 앞에 서서 걸었다. 온몸에 꿀을 바른 채!
지옥사곡은 다섯 사람이 어깨를 마주대고 겨우 걸어 들어갈 수 있
을 정도로 폭이 상당히 좁은 곳이었다.
그 안. 우웅- 웅-,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노을이 핏빛으로 뿌려지고 있는 하오. 백리웅은 구름 덩어리처럼
뭉쳐 다가오고 있는 독충 떼를 볼 수 있었다.
부웅-웅, 위이이-잉-.
벌 떼들은 세상에서는 보기 힘든 혈갑마봉(血甲魔蜂)이었다. 자두
만한 크기이고, 침을 적에게 쏘고도 죽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는
종자였다.
위이이-잉-, 독벌 떼는 사람들의 머리 위쪽으로 날아 내렸다.
"크으, 꿀 냄새를 맡고 왔군!"
순간 누군가 앞에 벌어질 일을 생각하고 몸서리를 쳤다.
위이이-잉-, 벌 떼는 구름이 흐트러지듯 흩어졌다. 백리웅의 몸
근처에는 수백 마리 독벌이 날아들었다.
독벌의 움직임은 말할 수 없이 빨랐다. 파팟-팟-! 백리웅의 피
부는 독벌 떼로 인해 붉게 뒤덮여졌다. 벌 떼는 사정없이 몸에 달
라붙었다. 그리고 잠시 후, 백리웅의 피부에서 붉은 피가 스며나
오기 시작했다.
'아프다. 하나, 견딜 만하다.'
백리웅은 가려움과 동시에 아픔을 느꼈다. 그러나 그간의 생활이
너무도 혹독했던 탓에 이 정도는 견딜 만했다.
그는 터벅터벅 걸음을 내딛었다. 그는 절대 나뒹굴거나 손으로 벌
을 잡지 않았다.
우웅-웅-, 벌 떼는 그의 피부에서 꿀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그
를 괴롭혔다.
먼 뒤쪽.
"케에-엑-!"
"잡으려 하자, 쏘는군. 으으-윽, 따갑더라도 참아야 했는데!"
"크아아-악! 나…나를 죽여 주시오, 영주!"
독벌을 잡으려다가 독벌의 재물이 되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지
옥사곡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백리웅은 비명 소리에도 무신경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