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있는 풍경
옹기종기 모여 사는 소담스런 초가집에
복숭아 살구꽃 피어나는 곳입니다.
깊은 밤 개짖는 소리에 단잠을 깨고
수탉 울음 섞여 은은한 새벽 종소리 들려오는 곳입니다.
희미한 초롱불 밣힌 어머니는 한을 달래시며
아이들은 아득한 옛날의 얘기에 소곤소곤 잠드는 곳입니다.
방울모자 푹 눌러쓰고 가는 발걸음엔
군불 지핀 따끈한 아랫목이 그리운 곳입니다.
솔가지가 부러지도록 서설은 소리 없이 쌓이고
시린 문풍지 소리에 손 불어가며 편지 쓰던 곳입니다.
여린 몸짓의 아지랑이 피어오른 언덕배기에
쑥이랑 냉이랑 캐며 봄처녀 가슴 사랑이 이는 곳입니다.
토끼꽃 하얀꽃 엮어 목걸이 만들어 걸어주며
동구 밖 개울가 가재를 잡던 동심이 놀던 곳입니다.
논둑 길 메뚜기 펄펄 뛰고 텃논에서 벼 타작을 하면
아이들은 밤을 주우며 해맑은 웃음소리가 사는 곳입니다.
고향사람의 후덕한 인심으로 아픈 가슴 덮어주고
빛 바렌 사진첩에 남은 얼굴들 차마 몾잊는 곳입니다.
아무것도 내 세울 수 없는 가난함일지라도
라일락 향기보다 더 진한 정이 서린 곳입니다.
잿빛으로 토해낸 지난 세월처럼
따스한 토담길 오후의 정다운 풍경이 있는 곳입니다.
그리움과 추억이 물씬 베어나는 고향의 품속이
사랑으로 채워져 언제나 안기고 싶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