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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ㅣ세계여행 스크랩 한라산과의 일곱번째 데이트~ 비내리는 어리목
익명 추천 0 조회 27 09.07.30 09:2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제주엔.. 한라산 등산을 목적으로만 올때가 종종 있다.

이번 제주 여행도 순전히 그리운 한라산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동안.. 한라산에 꽤 많이 오른 것 같은데.. 헤아려보니.. 이제 겨우 일곱번째다.^^

 

김포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창밖으로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ㅎㅎ~ 지금 나를 반겨주는 거야??

근데.. 나.. 오늘 산행하기로 했단 말이야~~ 비오는 날을 좋아하긴 하지만.. 오늘 비가 오는 건 곤란한데..^^;;

하지만.. 비오는 날의 산행~ 근사할 것 같기도 하다.

한번 가 보는 거야~ GoGoGo!!!

 

비 내리는 제주는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비 내리는 한라산은 또 어떤 느낌일까?

오늘 특별히 선곡한 곡은 블루의 감미로운 팝송~ 오우~~ 비오는 날~ 분위기랑 너무 잘 어울리는데~!!! 좋아좋아.

특별히 부탁한 렌터카도 매우 쾌적하고, 특히 길이 매우 잘 들여진 녀석이라~ 완전 내 스타일이다~^^

비가 와서인지.. 아님 평일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도로는 너무 한산하였고, 유유히 한라산을 향해 달려간다.

 

 

 

 

이곳은 어리목 등산로 입구.

당초 관음사 코스로  한라산 정상까지 오를 계획이었으나..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발가락과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를 감안해서.. 가장 평이한 어리목 코스를 선택하였다.

 

 

그림과 같이, 한라산을 오르는 4개의 등산로가 있다.

 

관음사와 성판악 등산로는 현재 백록담이 보이는 정상까지 오르는 게 가능하고,

영실과 어리목 등산로는 자연휴식년제기간이라, 윗세오름까지만 오를 수 있다.

나는 영실 등산로를 통해 윗세오름까지 오르는 길을 가장 좋아한다.

이곳 어리목 등산로는 하산은 딱 한번 해봤는데, 이렇게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어리목코스는 4.7km로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2시간이 소요되며, (왕복 4시간 소요)

어리목광장(970m)에서 시작하여 --> 사제비동산 --> 만세동산 --> 윗세오름(1,700m)까지 올라갈 수 있다.

 

 

숲이 우거져 우산 역할을 해주니, 비옷을 잠시 벗어 배낭에 걸어두고 걷는다.

아무도 없는 등산로..

아무리 비가 오는 날이라 해도.. 이렇게 사람이 없다니.. 조금은 무서운 생각마저 든다.

 

 

그렇지만.. 비오는 날의 이 상쾌함에 비한다면.. 무엇이 부러우랴.

오직 내가 만들어낸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빗방울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숲속에 가득하다.

 

 

메마른 계곡 위에 놓여진 다리~ 더욱 빗줄기가 거세진다.

다시 비옷을 입고, 카메라를 주머니 속에 넣는다.

 

 

한참을 걸어 올랐을까..

심장 박동수는 점점 더 빨라지고, 호흡은 자꾸만 거칠어진다.

인적조차 없는 숲은 마치 저녁 7~8시쯤 된 듯한 어둑어둑한 분위기다.

현재 시각만이 유일하게 나를 안심시켜 준다.

 

아무도 없으니.. 내가 빨리 걷는건지 느리게 걷는건지 구분이 안간다.

너무 숨이 차서.. 오르던 길에 몇번이나 멍하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시원한 빗줄기로 세수를 한다.

빠알갛게 달아올라 뜨거운 내 얼굴.. 숲은 이제 요동치는 나의 심장박동 소리로 가득하다.

 

그래.. 어차피.. 우리 모두는 혼자다.

어떤 사람은 늘 정상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고,

또 어떤 사람은 정상을 향해 길을 나서다가도 자주 포기하며 되돌아서고,

또 어떤 사람은 정상 따윈 관심도 없이 살아가기도 한다.

 

정상을 정복하려면, 나와의 전쟁에서 이겨야만 한다.

이 고독하고 힘겨운 싸움에서 나를 이겨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고, 또 다른 정상을 향해 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등산은.. 이렇게 늘 나태해진 나를 채찍질해주고, 에너지를 불어넣어준다.

그래서 나는 등산이 좋다.

특히.. 이렇게 나홀로 산행은 혼자서 많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더더욱 좋다.

하지만.. 오늘같은 날은.. 누구라도 앞뒤로 좀 지나가면 좋겠다.

이왕이면 남자 말고 여자로.. 부부나 연인도 좋고, 가족도 좋고.. 암튼.. 너무 어둑어둑하고 계속 굵어지는 빗방울에 좀 많이 무섭다.^^

 

 

 

딱 1시간 정도 걸어 올라왔는데, 이제부터 사제비동산이다.

거의 평지에 가까운 길로 윗세오름까지 쭈욱 이어져 있을거니깐.. 수월한 걸음이 될 것이다.

 

 

내가 걷는 등산로와 가까운 주변 수풀만 보일뿐.. 모든 것이 안개와 비에 휩싸여 아득하다.

드디어 하산하는 사람을 한명 만나고,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는다.^^

 

 

아무도 없는 약수터.. 빗줄기를 하도 많이 맞아서인지.. 목마름이 느껴지질 않는다.

 

 

이 길은... 이 길은... ^^

보이진 않지만.. 아마도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바로 몇 미터만 나아가면 윗세오름 대피소가 보일 것이다.

산을 오른지 1시간 50분만에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한다.

 

 

이곳에 서면, 이쁜 한라산 정상의 봉우리가 보이는데... 전혀 앞이 보이질 않으니.. 아쉽다.

하지만.. 워낙 선명하게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지라... 보이진 않지만.. 마음 속으로 그려보고 빙그레 미소지어본다.^^

 

 

그런데 어찌 사람 한명 안보이는지..

매점으로 들어서니, 딱 네 사람이 앉아서 라면을 먹고 있다.

우와~ 라면~ 좋아좋아^^

 

 

이게 얼마만에 맛보는 윗세오름표 라면이냐~ ㅎㅎ

지난 1월에 눈오는 날, 눈 위에 앉아 오돌오돌 떨면서 먹었으니깐 딱 5개월만이네.^^

완전 꿀맛이다. 으음~~~ 좋아, 맛있어~~ K형에게 라면 한컷 찍어서 한라산에 올라왔다고 자랑하고.^^

 

 

라면을 먹고 나오니.. 바깥은 더욱 어둑어둑하다.

인제 낮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인데.. 얼릉 내려가야겠다.

 

 

 

하산길엔.. 더욱 빗방울이 굵어져서.. 겁이 났다.

나무바닥이 되어 있는 평평한 길에선 거의 달리다시피하면서 황급히 내려간다.

그러다가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서서히 걷는데.. 옆 수풀에서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져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앗~!!! 노루다!

순간.. 너무 놀라 노루와 난 서로를 경계하며 잠시 동작그만 상태로 서 있었다.

우왕~~ 난 동물이 넘 무서워~~~ 저 녀석이 나한테 덤벼들면 어쩌지.. 어떡하지.. 불안한 마음으로 서서히 뒷걸음질을 치니, 노루도 움직인다.

저 녀석은 내가 무섭지 않나보다. 옆 수풀에서 나오더니 바로 내가 서 있는 길로 들어선다.

여유있게 나무틈 사이로 나 있는 풀까지 뜯어먹는다. ㅋㅋ~ 녀석~ 배고팠나 보네.

그제서야 나도 경계를 풀고, 얼릉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내들고 슬쩍 녀석을 담아본다.

안녕~~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

 

 

 

또 뛴다.

뛰다가 잠시 숨을 고를때마다, 주머니 속 카메라를 꺼내들고 내가 가는 이 길을 담아본다.

난.. 길이 좋다.

앞으로 쭈욱~~ 놓여 있는 길... 내가 걸어가야 할.. 이 길이 좋다.

꾸불꾸불한 길도 있고, 쭈욱 시원하게 뻗은 길도 있고, 평평한 길도 있고, 울퉁불퉁한 길도 있지만.. 어떤 길이라도 다 좋다.

이 길이 있기에.. 오늘도 난 걸을 수 있고,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까... 내가 살아 있다고 느껴지는 이 순간.. 나는 너무 행복하다.

 

 

 

저 녀석이 보이는 것을 보니.. 사제비동산의 끝자락이다.

이제 저 숲으로 들어서면 내리막길 계단이 나올 것이다.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가 없어서.. 내내 아쉬웠지만..

그래도 비가 오니.. 가까운 곳에 보이는 녀석들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띈다.

잠시 비가 약하게 내리는 틈을 타서.. 발밑에서 반짝이는 초록이들을 담아본다.

아잉~~ 귀여운 녀석들~~ 너희들도 비가와서 좋구나~^^ 안녕~~ 담에 보자.^^

 

어둑어둑한 숲길로 내려오다보니.. 이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몇 사람 만나게 된다.

그리고 하산하는 사람도 몇 사람 만났다.

조금은 덜 무섭고 위안이 되었다.^^

 

 

울창한 숲길로 내려올땐 몰랐는데.. 엄청 비가 내리는구나.

이 다리만 지나면.. 이번 산행도 끝이다.

잠시 나무 아래 서서 비오는 풍경을 감상해본다.

 

관음사 코스를 오르지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담에 올때 오르면 되니깐.. 설레이는 맘으로 다음을 기약해둬야지~^.^*

암튼.. 비오는 날의 나홀로 산행~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어리목코스.. 2007년에 남겨두었던 후기를 다시 꺼내본다.

아하~ 이곳이 어리목코스~^^ http://blog.daum.net/ssun925/11442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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