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손님들께서 아이는 어디서 낳았냐고 물어보실때
바하리아에서 그것도 첫 아이는 집에서 낳았다고 하면, 깜짝들 놀라신다. ^^
오늘은 집에서 아이를 낳게된 사연을 얘기해볼까 한다.
바하리아는 시골이라 의료시설이 카이로에 비해서 많이 열악하다.
마을에 하나 있는 보건소가 가장 큰 병원이며, 의사들이 개인적으로 개업하여 진료를 하고 있지만, 진료실만 하나 달랑 있는 수준이다.
첫 아이를 임신하고, 산부인과를 주로 보는 바하리아 여의사를 찾았는데,,,
초음파기계도 없고, 지저분한 진료실에 적잖이 당황을 했다.
하지만, 인정이 넘치는 의사의 진료태도만은 무척 맘에 들었는데, 나중에 둘째때 한국에서 경험한 한국의사들의 기계적이고 초스피드한 진료와는 많이 비교가 되었다.
다행히 세번째 진료때부터 여의사의 진료실에 초음파기계가 들어와,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주었다.
그런데, 진료는 그럭저럭 할만하지만,
산달이 다되어가서는..아무래도 이 허술한 진료실에서 아이를 낳을 마음이 안생겼다.
무엇보다, 진료실 벽에 붙어있는 수십마리의 모기들때문에도 더 그랬다.
사실 난 모기들이 무척 좋아하는 체질이라...
'진통을 하고 있는 사이, 저 모기들이 나에게 다 달려들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낯선 카이로에서 불친절할 것 같은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것도 싫고, 출산후 바로 다시 바하리아까지 오는 것도 걱정이였다.
한국에서 출산을 한다면, 출산전 미리 가야하고, 출산후 몇달은 한국에 있어야 하는데, 손님도 걱정이고,
특히 일때문에 못가는 남편이 출산때 자기가 옆에 있어줄 수 없다는 사실에 무척 상심을 해서...^^
에잇~여기 사람들도 다 여기서 아이 낳고 하는데, 나라고 못 할 것이 뭐가 있냐는 생각으로
바하리아에서 그냥 출산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출산일날
진통이 시작되고, 남편이 서둘러 의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의사가 카이로에 교육을 받으러 가고, 없단다... 왓~~@@
그럼...어쩌지?
다른 여의사가 있는데...무지 불친절하고 실력이 없다는 소문에 마음이 내키지 않고,
또 다른 의사는 보건소장님이신데, 실력은 있다지만,남자인데다,,,,더욱이....시아버님 사촌형님이시란다....안돼~~~~~
결국 잘한다는 조산원을 집으로 불러 집에서 출산을 하기로 하였다.
헙....그런데, 도착한 조산원을 보니, 나만큼 배가 부른 임산부였다.
따뜻한 미소와 친절함은 맘에 들었지만, 아무래도 100% 신뢰하기는 어려웠다.
진통이 몇분간격으로 잦아지자 몇번 체크하더니 대뜸 힘을 줘보란다.
응? '아직 아닌 것 같은데....분명 미리 탐독해둔 출산책에는 미리 힘을 주면 아이가 산도로 나오는 걸 방해한다는데....'
더욱이 만삭 산파의 다리를 내 다리로 꽉 밀려 힘을 주라는데...이것도 마음도 쓰이고,
그리고 한국에선 출산 직전이 되면 해준다는 관장도 안해준다....으~~~~~ @@ 어떻게 힘을 줘~~~
결국 대충 힘준다고 혼만 났다.
시간이 더 지나자 진통이 더 심해지고, 난 절박하게 아무래도 화장실을 다녀와야....힘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사정을 했다.
산파와 시어머님은 펄쩍 뛰셨지만, 나의 확고한 의지로...화장실을 다녀온 뒤에야....
마음놓고 힘을 줄 수 있었다...휴~
그런데, 너무 미리부터 힘을 계속 주다보니, 막판에는 힘이 다 빠져서
한손은 시어머님이, 또 한손은 한국에서 오신 엄마가 잡아주시고 사력을 다해 힘을 주는데도
아이 머리가 살짝 보이다 말고, 보이다 말고,,,한단다.
슬쩍 보니, 엄마는 긴장과 걱정으로 나만큼 기진맥진한 표정이였다.
난 걱정이 되어, 엄마는 밖에 나가계시라고 했더니, 나가셨다가 걱정이 되셔서 금방 다시 들어오셨다.
결국 입구를 약간 절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아이를 낳을때 저절로 찢어지기도 한다는데....항문쪽으로 잘못 찢어지면 산후에 고생을 많이 할수도 있어,
미리 절개하기도 한다는 것을 출산책덕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마취없이, 그것도 진통중이 아닌, 진통이 없는 휴식기에 그냥 확 절개해버려,
이제껏 큰 신음소리 안내던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출산후 다시 마취없이 바늘로 봉합도 하였다. 우~우~)
그리고는 다음 진통때 젓먹던 힘까지, 아니 거의 초능력까지 다 끌어모아...힘을 줘서...
드디어...아이가 태었났다. 건강하게 울움소리도 들리고...하아~ 하아~
그 안도감과 행복함이란......
이제껏 굳건하시던 울 시어머님, 울 엄마 모두 다 울고 계셨다.
사실 난 겁이 별로 없는 편이라...옛날 할머니들 혼자도 아이 낳았다는데....하며 별로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걱정을 끼치다니 정말 불효녀다....ㅜㅜ
엄마가 아이도 건강하고, 무사히 끝났다는 말을 남편에게 전하러 방문을 열고 나가자,
우리 남편이 방문앞에서 아이처럼 주저 앉아 엉엉 울고 있었다고 한다.
내 비명소리를 듣고는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고 하는데,,,^^
아직도 우리 엄마는 심심하면, 이 일을 가지고 우리 남편을 놀려댄다...ㅎㅎ
나중에 둘째를 낳을때는 진료하던 여의사의 진료실에서 출산을 하였다.
새로 진료실도 단장하고, 에어컨에...(비록 엄마가 찬바람이 좋지 않다고 꺼달라고 했지만,,^^) 깨끗하고, 아늑한 곳에서
관장도 미리 시켜주고, (의사말이 관장을 하자면, 무서워 집으로 도망가 버리는 산모들이 꽤 된다고 한다...ㅎㅎ)
진통이 오는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로 긴장도 풀어주고, 간간히 경과를 체크해주었다.
배가 아파도 힘을 주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더니,
마지막 진통의 최고조....도저히 힘을 주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의 극한이 되자....
이멘(나의 이곳 이름)~ 지금이야...힘을 줘~~~ 와우~굳~ 타이밍~
딱 세 번 힘주고 순풍~ 출산을 하였다. ^^ 물론 둘째 출산이라 더 쉬운 점도 있었지만,
겁먹고 무서워하는 다른 산모와 달리 "브레이브 하트"를 가졌다고 칭찬도 받았다. ^^
남편은 감사의 마음에 보통 사례비의 3배를 주었다고 한다.
의사의 말이 동양인들이 이집트사람들보다 골반이 넓어서 아이를 더 잘 낳는다고 한다.
여기 여자들은 골반이 작아서 태아도 작은편인데,
나는 태아는 작고, 골반은 넓어서 경과가 좋다고 얘기해주었다.
음...그래서 여기 여자들이 엉덩이에 살이 찌면 옆으로 퍼지기 보다...뒤로 높아지는 구나..^^
두번의 출산을 겪고 보니, 질 좋은 의료 혜택이 얼마나 절실한지 깨닫게 되었다.
사실 난 다행히 순산을 하여 괜찮았지만,
자연분만이 어려운 경우 출산지연제를 쓰며, 엠뷸런스를 타고 털컹거리는 사막길을 미친듯이 달려(3시간 걸림) 카이로까지 가야
제왕절개수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의료시설이 열악하다.
수혈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그런데, 피를 많이 흘려서 카이로 가는중에 사망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이집트혁명이후 새정부에 대한 기대가 많은데,
나는 이곳처럼 의료시설이 열악한 곳의 의료지원이 무엇보다 우선되었으면 한다.
첫댓글 와,,성님~얘기로 들었던걸 언니가 쓴 글 쭉---내려보는데,, 눈 앞에 그림이 쫙-----------펼쳐지는데,,내 가슴도 콩닥콩닥,,언니 고생많았어요~~마야 정말 많이컸네요~~ㅋㅋ^_^
우와.. 정말 고생하셨네요! 대단하세요!
영선아! 너 소식을 이미 몇년전에 들엇는데 이제야 검색을 해본다. 검색을 하면 나올수도 있을거라라는 생각을 못했어. ㅎ. 이렇게 사는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반갑고 너 있는 곳에 꼭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가족 (남편, 두 아들) 다 같이 가서 엄마 친구가 이집트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는.. 우리가 보는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싶다. 영선아 잘 지내고.. 언젠가 이집트에서 만날 날을 기다려볼게 잘 지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