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 like 를 익히는 영어시간에
'혜원이는 엄마를 닮았어요'를 배우다가
선생님은 태몽이 뭐였어요?
혜원이가 뜬금없이 묻는다.
(태몽은 무슨 태몽.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떼어내려고 간장만 퍼 드셨다는데...)
몰라, 울엄마가 안 가르쳐 주셨어.
엄마한테 물어보면 되잖아요.
민지의 질문이 마치 선생님은 바보 같이 그것도 몰라 하는 듯 튕겨온다.
"흑흑, 울엄마는 돌아가셨거든.
흑흑, 울아버지도 돌아가셔서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가 없어, 흑흑."
난, 고아야. 하면서 엉엉 우는 시늉을 했다.
아들 있잖아요. 혜원이가 위로하듯 말한다.
아들은 부모가 아니잖아. 엄마아빠가 좋지. 그치.
에이, 우리 그런 얘기 그만해요.
민지가 이야기를 끊는다.
맞다. 슬픈 얘기니까 그만. 자, look like를 기억해 보자. 민지는 누구 닮았지?
'민지는 엄마 닮았어요' 하려다가 아차~~ 해서 순간 바꾸었는데, 나의 냄새를 후흡하고 맡아 본 후
I look like my teacher. 하더니 내게서 엄마 냄새가 나나 오늘 따라 엄마가 자꾸 생각난다며 코를 찡끗해 보인다.
같이 가고 싶어하는 혜원이를 먼저 보낸 후, 민지는 그동안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열기 시작한다.
민지 엄마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가게에서 어떤 이상한 아저씨랑 싸워서 그렇단다. 9월 1일 어쩌면 집행유예로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형량이 감소된단다. 경호원이 되고 싶어하는 26살 먹은 오빠가 있는데 엄마랑 잘 싸워서 같이
살 지 못했다는 얘기도 한다. 오빠가 데리고 있는다고 했을 때 엄마가 반대했다. 나중에 교도소에서 나왔을 때 엄마에게 돌려보내지 않을 것 같아서 라고. 아버지는 어디서 사는지 모르지만 엄마 말로 민지 동생을 나았다고 했단다. 몽골여자인지 중국여자인지
하면서 입을 삐죽 거린다. 까만 눈망울이 굵은 검정 안경테 안에서 깜찍하게 반짝인다. 반짝이는 눈으로 ' 성공해서 보란 듯이 살아야지' 하며 웃는 민지는 아주 어른스러웠다.
내일은 먼저 살 던 곳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면서 루루라라 콧노래를 하며 위탁가정으로 돌아갔다.
민지도 가고 난 후, 남은 바람이 내 가슴 속으로 휑허니 스며든다.
며칠 전, 자기는 영어를 못한다며 혜원이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민지가 못하는 게 아니고 혜원이가 1학년 때부터 영어공부를 해서 잘 하는 거다. 민지도 일 이년 열심히 하면 혜원이 처럼 잘 할 거야. 자기 자신을 칭찬해 줘야지 다른 사람을 부러워할 건 없어. 민지 잘한다 잘한다 하고 칭찬해 주면 뇌가 좋아하거든. 20살 될 때까지 잘 배워야해. 그래서 좋은 선생님 만나는 게 인생의 큰 행운인 걸 했을때, '난 행운이네요.' 할때도 잘 못 느꼈는데, 오늘 민지가 세 달 만에 자기 집 이야기를 술술 풀어 놓는 걸 보니, 내게서 엄마의 느낌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더욱 목이 아리아리다.
엄마...... 태몽......
선생님을 닮았어요. 후후.
내 태몽은 무엇이었을까?
간장을 퍼 먹으며 나를 지우려 하셨다던 울 엄마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