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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0일 일요일, Christchurch, YMCA Hostel
(오늘의 경비 US $96: 숙박료 30, 아이스크림 3, 점심 9, 휴대전화 29, 선불 전화요금 30, 공책 1, 스카치테이프 5, Christchurch 기념 마그넷 5, 맥주 병마개 따기 3, 환율 US $1 = NZ $1.2)
오늘 숙소를 식물원 근처에 있는 YMCA Hostel로 바꾸었다. 그동안 묵고 있던 Jailhouse Hostel에 오늘 잘 빈 침대가 없기 때문이다. YMCA Hostel은 어제 예약을 해두었다.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해먹고 한참 동안 Jailhouse Hostel에서 빌린 책을 읽다가 오전 9시경 체크아웃을 하고 11시 반까지 책 읽기를 계속했다. YMCA Hostel 체크인 시간이 12시이기 때문이다.
자전거에 짐을 실었는데 배낭이 없어서 그런지 짐이 커져서 싣기가 힘들었다. 짐을 좀 줄여야겠다. 우선 취사도구를 없애야겠다. 캠핑을 할 때 취사는 안 하는 쪽으로 해야겠다. 취사를 안 하면 불편한 점은 있지만 짐이 간편해지고 생활도 간편해진다. 우선 취사 연로인 알코올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YMCA Hostel로 자전거를 타고 가서 체크인을 했다. 오늘 하루만 예약을 했는데 내일도 하려하니 내일은 빈 침대가 없단다. 직원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좀 쌀쌀하게 느껴졌다. 여행을 하면서 “Kiwi Hospitality"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나는 아직 한 번도 느끼질 못했다. Kiwi는 뉴질랜드에만 사는 새 이름인데 뉴질랜드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미국 사람들이 Yankee로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Kiwi Hospitality는 대강 ”친절하기로 이름난 뉴질랜드 사람들“이란 뜻이겠다.
Kiwi Hospitality는 이제는 세상이 변해서 없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백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황인종을 싫어하거나 두려워한다는 생각이 든다. 200여 년 전 자기네들이 마오리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뉴질랜드 땅을 차지했듯이 이제는 언젠가는 황인종들이 자기네를 뉴질랜드에서 밀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YMCA Hostel 체크인을 끝내고 자전거를 타고 다시 Jailhouse Hostel로 돌아가서 내일 밤 예약을 했다. 다행히 빈 침대가 딱 하나 남아 있어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Jailhouse Hostel과 YMCA Hostel은 Christchurch에서 제일 인기 있는 배낭여행객 숙소라 방을 잡기가 쉽지 않다. YMCA Hostel은 Jailhouse 같이 특이한 것은 없지만 위치가 Jailhouse Hostel보다 좋고 방도 넓고 밝고 거실도 욕실도 Jailhouse Hostel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처음부터 이곳에 예약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YMCA Hostel로 돌아와서 길 건너에 있는 식물원 산책을 나갔다. 식물원에는 오늘도 여러 가지 행사들이 많다. 주로 가족 위주의 행사들이다. 내 배낭을 잃어버린 화장실로 가서 주위를 둘러봤다. 혹시 가져간 사람이 자기 필요한 물건만 빼고 배낭을 화장실 주위 숲속에 던져놓지 않았을까 해서였다. 그리고 식물원 Information Center에 가서 혹시 내 배낭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문의를 했다. 그러나 모두 허사였다. 점점 배낭을 찾을 희망이 없어진다.
오늘 드디어 Christchurch의 중심광장인 Cathedral Square 구경을 했다. 광장 중심에 있는 성당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 주위를 철조망으로 막아놓아서 약 300m 거리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데 종탑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내가 보기에는 복구가 불가능할 것 같은데 복구할 계획이란다. 서울의 남대문 같이 복구를 하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다. 시내 중심가에도 현대식 건물들은 말짱한데 옛날 건물들은 대부분 무너졌다. 200여 명이 생명을 잃었다니 매우 큰 지진이었다.
어제 밤 9시경 약한 지진을 느꼈는데 오늘 알아보니 강도 4.5 규모의 지진이었다. 뉴질랜드는 일본 같이 지진이 많은 곳인 모양이다. 한국은 지진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제 점심을 먹은 Southgate Mall에 다시 가서 맥도날드 점심을 다시 먹었다. 맥도날드 음식은 가격이 미국이나 한국 가격과 비슷해서 다른 음식점 가격보다 싸게 느껴진다. 맥도날드 음식은 $9 정도면 먹을 수 있는데 다른 음식점 음식은 거의 배가 든다. Mall 안에 있는 대형 서점에 들어가니 내가 잃어버린 킨들도 있고 뉴질랜드 Lonely Planet 여행안내서 책도 있다. 이제 잃어버린 물건들을 사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Mall 안에 있는 Warehouse라는 대형 상점에 들어가서 $29짜리 싸구려 삼성 휴대전화를 사고 $30 어치 선불요금을 치렀다. 뉴질랜드 여행하는 동안 충분히 쓸 수 있는 금액이다. 이 전화기는 내년 유럽 여행할 때도 현지에서 SIM 카드만 바꾸어 끼면 현지 휴대전화로 쓸 수 있다.
오늘도 오후 4시경 다시 경찰서에 들려봤으나 역시 내 배낭은 돌아오지 않았다. 내일 아침에 마지막으로 들려보고 배낭이 없으면 쇼핑몰에 가서 배낭을 비롯해서 잃어버린 물건들을 모두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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