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시장은 더 이상 시민들의 축제를 망치지 말라”
- 유등축제 가림막에 대한 시민여론조사와 평가토론회를 제안합니다!
2010년과 2011년 연속으로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된 남강유등축제가 자치단체장의 과욕과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돈만 밝히는 가림막 축제’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지금도 남강유등축제 공식 홈페이지(www.yudeung.com) 자유게시판에는 작년 유등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이 남긴 비난과 항의성 댓글이 넘쳐난다.
‘남강유등축제’가 대한민국 대표 축제를 넘어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축제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남강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진주성 전투에서 순국한 7만 민관군의 혼을 달래는 역사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남예술제에서 시작해 개천예술제, 유등축제로 이어지는 동안 진주시민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만들어온 아름다운 유등과 소망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주시민에게 유등축제는 단순한 볼거리와 한순간 돈벌이를 위해 벌이는 ‘쇼’가 아니다. 선인들이 흘린 피의 역사가 있고, 남강이라는 삶의 터전이 있고, 오랜 세월 함께 참여하고 만들어 온 전통이 살아 있는 가장 큰 잔치판이다. 하지만 지난해 난데없이 남강 일대를 둘러친 ‘가림막’은 지금껏 함께 축제를 만들어온 시민과 관람객들에게 극심한 소외감과 모욕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가림막’은 “돈을 내지 않으면 남강도 보여줄 수 없다”고 어깃장 놓는 행정의 폭력성, 시민과 대화하지 않는 불통 행정을 스스로 증명하는 표본이고 상징물이었다. 축제가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서도 안 되겠지만, 남강 조망권을 빼앗은 ‘가림막’은 돈벌이 측면에서도 철저히 실패했다. 진주시는 스스로 밝힌 자료에서 2014년 축제에 280만 명이 방문해 160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가림막을 둘러친 2015년에는 겨우 40만 명이 찾았을 뿐이고, 그나마 유료입장객은 25만 명에 불과했다. 진주시는 이걸로 22억 원 벌었다며 ‘대성공’ 운운했지만 2014년 그토록 떠들던 ‘경제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입장료 몇 푼 벌기 위해 200만 명 이상을 축제장 밖으로 몰아내 지역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그야말로 ‘소탐대실’한 축제였다.
그 밖에도 유료 관람객의 재입장을 허용하지 않은 점, 경로우대가 없었던 점, 하류 쪽 부교 통행료를 받은 점, 주말 지역민들의 무료입장을 허용하지 않은 점 등 수많은 실책이 있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진주시는 올해 10월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3월 14일 실무토론회를 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축제를 발전시키려는 방법을 논의하기 보다는 ‘가림막’을 반대하는 시민 여론을 차단하고 집회를 무산시키는 방법들이 논의됐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하다.
불빛에 물든 아름다운 남강과 촉석루를 바라보지도 못하게 꽁꽁 싸맨 흉물스런 가림막은 누가 뭐래도 지난 축제의 가장 큰 패착이었다. 축제에 대한 평가와 발전 방안은 그것을 먼저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남강유등축제 유료화와 가림막 설치에 대한 공정하고 정확한 시민 설문조사를 제안한다. 설문조사는 축제를 진행하고 있는 진주시와 문화예술재단이 이미 해야 했음에도 그럴 계획이 전혀 없는 듯하니 지역 시민단체들이 먼저 나서서 진행하는 것이다. 4월 둘째 주부터는 매주말마다 거리에서 가판 설문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진주 유등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재정문제 해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방안 등을 놓고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진주시와 이창희 시장은 시민을 대상화하고 통제하려는 구시대적 불통행정을 즉시 중단하라. 대신 유등축제를 아끼고 걱정하는 시민들의 소리에 마음과 귀를 열어 성공적인 여론조사와 시민토론회가 열릴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
2016. 3. 29
(가칭) 남강유등축제를 지키기 위한 진주시민행동
3.29-유등축제 관련 기자회견문.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