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창 묘소
깔끔하게 단장된 계단 덕에 묘소도 그러려니 했다. 비탈에 덩그마니 봉분만 있었다. 처음엔 관리 소홀이려니 했다. 그러나 명분을 싫어하고 이름마저 남기는 걸 싫어했던 평소 그의 태도나 글을 보면 아마 당연할 거 같기도 하다. 마을로 한참 좁은 길을 들어와 보면 언덕 비탈에 외롭게 단분으로 서 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정제두 묘소와 비교하면 모양새의 초라함이 확연하다. 강화학파의 태두라는 정제두, 그의 학통을 계승했다는 이건창도 강화도 사람이다.
15살에 급제한 명석한 두뇌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낮은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았던 이건창의 인간관이 묘소에도 반영된 듯하다.
남불 세트에서 봤던 발레리의 묘소 생각이 난다. 수많은 묘소의 하나에 불과했던, 특별한 어떤 팻말도 없었던 발레리묘소, 불란서 상징주의의 정점이었던 그의 묘소와 묘비와 석물도 없는 이건창의 묘소는 멀리서도 세상을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주는 방법에 있어서는 어쩌면 동서가 같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가 옛사람을 기리고 생각하기에는 번듯한 문무석과 석상을 갖춘 정제두의 묘소가 더 마음이 편하지 않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인다.
위치 : 경기도 인천 강화군 양도면 건평리
방문일 : 2019.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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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소 앞자락은 마을을 품고 있다. 강화도 낮은 산자락에 편안하게 안긴 마을, 이제 병인양요도 없으니 생계를 안락하게 꾸릴 수 있다. 그도 이름없는 백성이 되어 편안하게 잠들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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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소 뒷편으로는 해송 몇 그루가 시원하게 하늘을 향하며 지천의 바다를 함께 내려다 보고 있다. 이렇게 그의 뜻이 시원으로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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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이건창 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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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제두 묘소, 이건창 묘소, 저도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그런지 글과 사진이 반갑고 정답습니다.
참 대조되는 묘소지요. "성현은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의 반발 때문에 고난을 겪을 수 있으나, 늙은이는 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만 해서 더욱 훌륭하다. 성현이라는 이들은 반발을 사서 비방을 초래하고, 근심과 재앙을 당해 두려워하고 편안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했다. 늙은이는 반발의 여지가 없이 훌륭하기만 한 일을 하면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유감이 없다. 이름나기를 바라지 않으니 성현보다 더욱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이건창이 쓴 신 삼는 노인의 묘지명에 대한 선생님의 해설입니다. 이 글을 보니 비석없는 묘소가 이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