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7년 11월 5일 일요일 날씨 하루종일 쾌청
누구와:필자와 아내 둘이
이 구간에 억지로 제목을 짓는다면 "맛있는 밥도 잘 짓고 음식도 잘하시는, 언제나 내편이신 어머니의 손맛 같은 길"이랄까?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비록 한글학회의 회원은 아니지만 쓰면 쓸 수록 감칠나고 포근한 언어가, 국토의 표면의 한쪽을 담당하고 다양함을 이어주는 대간길을 설명함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어서이다. 별로 기대를 안하고 간 길이었지만 매우 만족한 일정이었다.
대관령 닭목재 산행지도 개요(산길따라 발걸음님 블로그 펌)
원래 이 구간은 대관령에서 삽당령까지 25.9Km를 한구간으로 다니는 것이 일반이지만, 아내와 같이 천천히 가기에, 그리고 겨울에 해가 짧아 두 구간으로 나눈다.
대관령에서 출발, 능경봉, 고루포기산, 왕산1.2쉼터, 닭목재까지. 도상거리 12.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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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험하거나 높은 산도 없고 돌이나 미끄러운 마사토도 없고 큰 급경사도 없다. 아침에 5시경에 집에서 출발하여 7시25분 쯤에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한다. 간단하게 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8시경에 대관령 표지석을 지나
고속도로 준공 기념탑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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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주일 전에 선자령을 지나 대관령으로 올 때는 늦가을의 최절정이었다면 오늘은 초겨울이다. 불과 7일만에 단풍은 한 그루도 보이지 않고 앙상한 가지만이 천지 사방을 에워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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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많지는 않지만 어제의 눈이 사뿐히 내려 앉아 음지에는 살짝 쌓여 제법 겨울 기분이 난다. 대관령 근처는 눈이 많고 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곳 아닌가? 모처럼 겨울 냄새가 나니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조금 걸으니 산불감시초소가 나오고, 본격적인 눈길 산행의 시작이다. 그런데 한사람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이 있는데 약간 얼어 붙었다. 발자국은 북진 방향으로만 있을 뿐 남진쪽으로는 없다. 늦은 산행이었지만, 오늘은 아직 아무도 산행을 시작하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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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산에서 합류되는 3거리를 지나 능경봉(陵京峰 1123m) 에 오르니 헬기장이 있고. 추위가 만만치 않은데도 배낭족들의 천막 2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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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경봉은 한자로 陵京峰 혹은 陵景峰이라 쓰는데, 대개 더 높은 산이 상대적으로 낮은 산을 거느려 대개는 '능경봉 제왕산'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이지만, 신기하게도 여기는 '제왕산(帝王山 840m) 능경봉'이라고 표현 한다. 능경봉보다 제왕산이 주산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제왕산이 능경봉을 거느리는 것으로 묘사된다. 능경봉은 여지도서(與地圖書) 강릉부 산천조편에 보면 소우음산(所于音山) 혹은 능정봉(凌頂峰:정수리 같은 산)이라고도 했다.
제왕산은 이름 그대로 제왕과 관계되는 산으로 고려말 공민왕의 아들 우왕(禑王)이 처형되기 전에 이곳 강릉부 왕산면 능선에 유배되었다가 재기를 위하여 제왕산에 성곽을 쌓고 항전을 준비했던 곳이라하여 제왕산이라 했다. 제왕산이 보인다. 허리에 산길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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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경봉이라 함은 제왕산 쪽에서 보면 마치 큰(京:여기서는 서울 경 이 아니라 클 경) 능(陵)처럼 보여 이름했다고 하기도 하고, 강릉인들에게 있어서 제왕산은 진산(鎭山:主山)이라. 진산을 에워싸는 이 산이, 강릉인(江陵人)의 큰산(京)이라는 의미도 함유되었다고 생각해 陵京峰이라 했다. 능경봉에서는 강릉쪽으로 시야가 트여있다.
강릉에는 왕과 관련된 이름이 많이 있다. 제왕이 계시는 마을이라는 명칭인 왕산마을. 우왕과는 상관이 없지만 옥녀봉과의 전설이 깃든, 이름에 왕이 붙여진 발왕산 . 왕산면과 이웃한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의 왕고개등의 지명이 아직도 남아 있다.
능경봉을 지나면 대간길은 서쪽으로 우틀하여, 강릉쪽으로 화살처럼 둥글게 원형을 보이면서 휘어져 있다.
오래지 않아 행운의 돌탑을 지나고, 여기서 샘터 갈림길까지는, 최근에 많은 낙엽이 떨어져 쌓여,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바람소리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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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계치 밑으로는 새로 생긴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1터널이 지나고 ,왕산골 갈림길을 지나 전망대에 이른다.전망대에서는 우측에 선자령에서(화살표) 정면의 황병산 군부대 시설까지 장엄한 설산의 마루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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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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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골 갈림길에 오니, 여기부터는 방화선이, 고루포기산 너머까지 상당히 오랜 길을 부드럽게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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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을 지나 ,바로 앞에 고루포기 마을을 두르는 풍력 발전소 몇 기가 코 앞에 이르자, 고루포기산(1238m) 정상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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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 빈틈없게 많이 퍼져 소복한 어린 소나무를 아기다복솔이라 하는데, 이 어린 아기다복솔 소나무가 지천으로 깔려 있어 마치 배추 포기처럼 군락을 이루었다하여 고루포기 했다. 참 이쁜 이름이다. 대간의 산 중에서 이렇게 예쁜 이름이 몇개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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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바로 직진하면 고루포기 마을이 있는데, 고루포기 마을을 안고 피덕령을 지나 이어지는 안반데기(안반덕)마을까지는 풍차와 더불어 새로운 이국적인 풍광으로 소문 난 곳이다. 차집도 생기도 기념품 가게도 생겼다 한다. 가을 배추 출하 직전에 오면, 푸른 배추밭의 풍경과 함께 어우러져 환상적인 광경을 쏟아 낸다.
고루포기산이 날 반갑게 잡고 좀처럼 놓아주질 않지만, 가야 할 길이 있어 양해를 구하고 뿌리치며 나오는데 , 고루포기산이 아쉬운듯 다시 오기에, 하는 수 없이 다시오마 약속하고서야 겨우 허락을 받아 갈 길을 갈 수 있었다. 약속대로 언젠가 한 번 가을 쯤 오고 싶다. 사진은 고루포기 정상 바로 아래서 찍은 고루포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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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을 따라 지나니, 잠시 후 급경사가 나오고 제2 왕산 쉼터로 이어지는 평이하고 다양한 능선을 따라 닭목재로 향한다.
제2왕산 쉼터에서 닭목재 까지는 너무나 환상적인 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둘레길의 일부처럼 여기도 강릉 둘레길로도 사용하는데 강릉 바우길이라 명칭했다. 어린이나 노인들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순하고 구불어진 길은, 노송과 참죽, 조릿대, 그리고 억새풀과 단풍, 심지어 고랭지l 채소밭 등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다큐영화 우리의 산하의 일부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 구간의 최고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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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왼쪽으로 서득봉을 나란히 한다. 서득봉은 잔차족(하이킹족)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서 정상까지 아름다운 길이 나 있어서 즐겨 찾는다고 한다. 서득봉이 안 보이는 곳 까지 전진하니 살짝 내림길이 있고 어느덧 왕산 제 1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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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 제1쉼터에서 점심을 먹는데 근처에는 온통 산죽 천지다. 고요하고 한적하여 한숨 자고 가고 싶은 정도로 좋다.
대간길은 농장정문의 입구와 함께 하면서 잠간의 포장길을 거친 뒤, 고랭지 채소밭을 따라 그숨을 고르더니, 닭목재(700m)에 이른다. 닭목재 또한 순수 우리말로서 부드러운 대간 남쪽에는 닭목이 마을이 있고 급경사와 골짜기가 있는 북쪽에는 닭목골이 있다. 닭목이란 지형이 닭의 목덜미(項)를 닮았다 하여 명명되었다.한자로 표현하여 계항령이라고 혹자는 말하는데 순수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으면 한자 말을 차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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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길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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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학 상 금계포란형(金鷄胞卵型)으로서 황금 닭이 황금색 알을 품는 형상이라하여 최고의 명당으로 치는데, 이 곳이 닭의 목덜미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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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산행의 들머리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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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곳은 대중교통으로 올 수 있다. 닭목재행은 강릉시 교보생명에서 6시 15분 12시15분 17시15분에 있고,
닭목재에서 강릉 방면은 닭목재 상차 기준, 7시15분 13시15분 18시15분에 있다.
순수 산행시간 5시간 27분 53초. 31638보. 도상거리 12.3km. 만보계상 실거리 21,146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