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은 권력이다
ㅡ감정평가사는 왜 바보가 되었나?
조정흔(감정평가사)
감정평가사는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을 하지만, 부동산 가치를 모른다.
왜냐하면 이미 누군가 보이지않는 손이 작동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을 미리 세팅해놓기 때문이다. 그것은 때로는 분양가이고, 담보가이고, 보상가격이다.
3억에 분양했는데 누군가가 구매했고, 2억8천의 전세금을 주고 누군가가 임대차계약을 완료했다. 거래사례비교법으로 평가해야하는 감정평가사는 무슨 수로 3억 외의 가격을 결정하겠는가. 왜 분양가가 3억으로 결정되었는지, 왜 유사면적의 옆건물은 불과 6개월전만해도 분양가가 2억5천이었는지,
옆건물 분양가가 2억5천인데, 2억8천의 전세는 위험하지않은건지,
대체되는 다른 아파트의 전세가와 월세가는 얼마인지, 전세와 월세중 어떤 거래가 더 많은지, 전세비중이 높아지고있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 대상이고, 어떤 아파트는 대상이 아닌지, 분양가상한제는 어떤 근거로 결정되었는지, 이런걸 궁금해하면 안된다. 고작 3억짜리 아파트 하나 평가하면서 수수료 몇십만원 받으며 현장 다녀오고 감정서 작성하기 위해서는 투입할수 없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어느 감정평가법인의 대표이사는 은행의 담보감정을 할때 무조건 거래시세의 120%이상으로 감정하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는데, 이후 이 회사의 담보감정 매출은 폭증했고, 대표이사는 회사의 매출증대에 기여한 능력있는 평가사로 칭송받고있단다. 0.01%의 금리에도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건물주들과 대출영업에 배고픈 지점장들은 시세보다 넘치게 펑펑 감정가격을 잘 내주는 평가사를 좋아한다. 담보가격이 넉넉해야 조금이라도 금리를 낮게해주고, 대출영업을 할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평가사들끼리도 영업 경쟁, 가격 경쟁이 붙는다.
감정가격(시장가치)는 거래가격을 뒤따라가는 가격이 아니라, 사용가치, 투입원가, 거래가격을 통하여 시장을 분석하고 상호검증하여 도출되는 가격이지만, 어느누구도 감정평가사가 똑똑해지기를, 시장을 제대로 분석해주기를 바라지않는다.
일 잘하는 평가사는 시장을 제대로 분석해서 부동산 가격의 적절한 균형점을 잘 찾아내는사람이 아니라, 거래처가 원하는 가격을 펑펑 잘 질러주는 사람이다.
부동산 가격은 권력이다. 하찮은 평가사에게 감히 거대한 성과 같은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도록 허락하지않는다.
거대한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건 건설,금융,관료 카르텔이다. 평가사들이 많은 데이터를 갖고 논리적으로 따지고들면서 이들을 견제하고, 부동산 가격에 제동을 건다면 골치아픈 일이다.
그래서 평가사는 적당히 돈이나 받고 자기들이 세팅해놓은 판에 만들어놓은 가격에 도장이나 찍어주기를 바라는것이다.
어디 감히 건설사가 만들어놓은 분양가에, 건물주님께서 원하시는 가격에, 국토부께서 지시하는 가격에 반기를 들수있겠는가.
부동산 하위시장과 가치 평가의 3방식을 제대로 검토하는건 매우 어렵고 머리아픈일인데, 수수료를 지불하는 의뢰인께서는 원하지않는다. 자기가 요구하는 가격에 도장찍어주기만을 바란다. 심지어 지번하나 불러주면 30분 내로 감정가격을 불러달라는 탁상감정을 요구한다. 애초부터 불가능한일이다.
이런 환경에서 똑똑하고 유능한 많은 평가사들은 바보가 되어간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하여 바보로 훈련되고 키워지는것 같기도하다.
이렇게 부동산가격은 힘센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제도적으로 결정된다. 평가사들은 하나의 거래처라도 더 만들어 회사의 매출증대에 기여하기위해 최선을 다해 싸운다. 자기들끼리 거래처경쟁, 가격경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