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결혼하여 이곳에 살면서 아무리 이곳 가족들이 날 특별히 대접해주고, 잘 챙겨주어도,
어쩔수 없이 느끼는 소외감이랄까 공허함이랄까 이런 것들이 있었다.
투어 일로 또 대가족 장남으로 항상 바쁜 남편에게 너무 많이 기대할 수 없는건 어쩔수 없는 현실이고...^^
(이걸 받아들이는 것도 사실 힘들었다 ^^)
아이가 생기면 내 마음도 많이 달라질꺼란 기대가 있었는데, 정말 달라지더라. ^^
아이들이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어디든 제 집인냥 스스럼 없이 지내다 보니(당연한 것이겠지만 ^^) 나도 함께 가족들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갈 수록 또 고민들이 생겨난다.
난 내가 좋아서 선택한 삶이지만, 내 아이들은 내 선택으로 자신들은 원치도 않는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면 어쩌나...
일단 아이들의 외모가 이집션이라기보다 한국인에 가깝다 보니(다른 혼혈아이들은 이집션에 가깝던데...), 어딜가나 이목이 집중된다.
외국인들이 이집트에 와서 겪는 고통중의 하나가 ^^ 어딜가나 헬로~헬로~ 불러대는 이 집요한 인사들인데,
6년이 넘게 바하리아에서 자란 우리 아이도 아직 길에 나가면 아이들이 헬로~헬로~라고 따라다닌다.
제지하는 아빠가 옆에 있을때도 이런데, 저희들만의 공간인 학교에 가면 어떨까?
숫기가 많지도 않고, 예민한 큰 아이가 외국인도 드문 시골학교에서 ,별나디 별난 이곳 남자아이들 사이이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더욱이 학교일은 언어적 문제로나 종교적 문제로라도 남편이 다 알아서 해야하는데, 바쁜 남편이 얼마나 신경써줄 수 있을지...
더욱이 바하리아 공립학교들의 무성의한 수업들에 대한 얘기를 듣자니, 내 유전자 깊이 내재되어 있던, ^^ 한국인의 교육열이 슬슬 고개를 드는 것인지,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싶어졌다.
공부하고 싶으면 뒷바라지 해줄것이요~ 아니면 이곳 아이들처럼 널널하게 학교다니고 신나게 놀며 키우겠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였지만, 적어도 학교 다니는 것이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카이로에서 학교를 보낼까? 비싼 집세며 국제학교 학비, 소음과 공해...아이들이 뛰어놀 야외공간이라고는 없는 삭막한 곳이라 내키지 않는다. 우리 사막투어 일로 버는 돈이 바하리아에서야 부족하지 않은 것이지만, 카이로에서는 넉넉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한국으로 갈까? 엄청난 교육열과 교육비, 또 혼혈아로서 겪어야할 남다른 시선들 별로 좋은 선택같진 않다.
조기유학들을 보내는 다른 나라들로 눈을 돌려보았다.
저렴한 학비, 생활비, 여러국적의 아이들이 모여있는 다문화적인 곳. 쾌적한 생활환경 등을 고려한 곳이 태국이였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니, 직접 가보기로 하였다.
짧은 사전답사를 거치고, 어렵게 남편의 동의를 받은 뒤~ 아이들과 태국에서 3개월동안 살아보았다.
적은돈으로도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최대 장점이다. 학비에 비해 학교 수준들도 괜찮다. 온순한 태국사람들의 심성도 좋고, 한국과 비슷한 자연환경도 참 좋다.
어느 날 주변 온천에 아이들과 놀러갔었는데, 가족을 중시하는 태국인들답게 할머니부터 갓난애기까지 모두 대동한 대가족 나들이객들 사이 둘러싸여 있다 보니, '아~ 여기서 학창시절을 보낼려면, 우리 아이들도 내가 이집트에서 느꼈던 소외감, 이질감을 느끼겠구나'싶었다.
가족이라는 끈이 얼마나 안심되는 보루이던가...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더욱이 이집트의 사막투어 손님이 갑자기 급감했다는 소식이다.
몇년전부터 투어예약은 내가, 투어일은 남편과 가이드들이 전적으로 맡아오던 터라 내가 이집트에 없더라도 손님이 약간 줄지는 몰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꺼란 생각이였는데,
내가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들 데리고 한국으로 가버렸다는 황당한 소문이 어디선가로부터 퍼지면서, 현지에서의 예약손님이 많이 줄은 것이다.
'그래~ 좋은 것을 먹고, 입고, 보고 하는 것보다, 풍족하게 누리지는 못하겠지만,(이집트 물가는 태국물가보다 훨씬 비싸고, 뭐든 질적으로 떨어진다ㅜㅜ) 아이들의 마음의 고향이 되어줄수 있는 가족들이 있는 이집트가 나을 것이다.'
삭막한 도시지만, 가족들을 자주 볼 수 있는 카이로에서 한국인 학교에 보내기로 마음을 먹고, 이집트로 귀국하였다.
지금은 카이로와 바하리아를 오가며, 내년 큰아이 한국학교 입학을 위해 이것 저것 준비하고 있다.
조금 자리가 잡히면, 카이로에 가족손님들을 위한 소규모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아직도 갈팡질팡 헤매는 엄마이지만, 고민해가며, 그때 그때 나름 최선을 다한다면, 아이들도 밝게 잘 커주리라 스스로 위안한다.
조금은 특별난 엄마에게서 태어난 자신들의 운명도 있으니까 말이다.. ^^
첫댓글 그랬구나! 마음 고생이 나름 많았었겠군, 영선! 같은 또래의 아이가 있는 애엄마로써 나도 이해가 많이 가는데....
^^ 이쁜 앨리스는 미도보다 일찍 학교에 갔군요~ 씩씩한 앨리스, 담대한 해랑쌤...항상 멋지셔요~ ^^
항상 화이팅!! 늘응원하고 있어요~~~
이쁜유나~잘지내지?? 언제함 보꼬?^^
오랜만에 들어와보니 미도엄마의 고민을 엿보게 되었네요...산하도 이젠 조금 있으면 초등학교 졸업하고 드디어 정글로...ㅋㅋ...
사립을 다니다 보니 동네아이들과 노는 것 보면 바보같아서...이러다 중학교들어가면 왕따 되지 않을 까 노심초사...저도 해외도 알아보고...결국
가족은 헤어져서 사는 게 아니란 걸 알고..그냥 집옆에 있는 학교에 맡길라구요...
걱정마세요...예전의 우리를 생각해보면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을 까요...?
늘 건강하시고 산하가 친구들과 다시 사막여우를 보러갈 때 까지 잘 계셔야해요....^^
^^ 정말 산하아버님말씀이 정답인것 같습니다.
7월이후로 이집트 시위가 격화되고, 손님들도 많이 줄고, 카이로 치안도 저혼자 아이들과 살기에 버거워서...^^
한국에 다녀온뒤에, 카이로 집을 철수하고, 바하리아로 돌아왔습니다. 저희 시부모님말씀처럼 모든 건 신의 뜻인가봅니다..ㅎㅎ
미도는 바하리아 초등학교에 입학하였고,(여긴 가을학기가 신학기입니다)
첨엔 등교거부증처럼..배가 아파서 학교에 못가겠다고 며칠을 울지 않나, 옆아이들이 괴롭힌다질 않나,선생님이 무섭다..
계단에서 누가 밀어서 눈위가 찢어져서 오고....걱정이 되었는데...
지금은 반친구들과 많이 친해지고, 선생님도 잘 배려해주셔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이름 외울 친구들이 많아져서 예전 동네친구들은 까먹을까 걱정이라고 하네요~ ^^
멋진 산하가 드뎌 중학생이 되는군요~ ^^
산하는 꽃미모에 여행으로 다져진 넓은 안목까지 어디서든 인기짱일껀데요~ㅎ
담에 친구들과 사막올땐 정말 멋진 청년이 나타나겠습니다.ㅎㅎ
산하아버님 늘 소식전해주시고, 감사합니다. ^^
종종 또 소식주십시오~ ^^
그러셨군요....그래요...업앤다운이 있잖아요...글구..아이들이 심신 건강하게 자라는것이 최고지요...
이집트사태야 우리 의지로는...시부모님 말씀이 옳습니다....
저도 한 때 영업이 안될 때는 고민하지 않고 그냥 가족이랑 쉬었습니다...ㅋㅋ..
미도가 다행이 적응을 잘해서 마음이 놓이네요...
또 금방 방이 모자랄 정도로 여행객이 올 때가 있을 거여요...바하리야는 미도네가 최고잖아요...홧팅!
주제넘게 조언을 드리자면 아이들이 아직은 너무 어리니 카이로쪽에 한인 학교에 입학을 시키셔서 일정 나이가 될때까지 공부하는거 지켜봐주셨다가
말레이시아에 국제학교로 보내시는게 좋겠네요. 다른 나라들에 비용도 저렴하고 종교도 같고 여러가지 면에서 좋으실것 같네요...
오~ 말레이시아 국제학교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 태국은 이슬람문화권에서 살던 사람에게는 좀 충격적인 문화가 있었습니다.~ ㅎㅎ 정말 같은 종교권이라는 장점이 정말 좋은데요~ ^^ 좋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언니~이글을 저는 이제서야 보게되었네요~ 저는 언니가 아직도 태국에 있는줄알았어요~근데 얼마전에 유나한테 얘기들었어요~~~~언니의 많은 생각들이 느껴지네요,, 요즘은 아가들 잘 지내죠?? 보고싶어요~~
오랫만에 옛날생각나서 들렀는데.. 10년 겨울에 좋은 추억 만들었었어요~ 사업번창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