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수필의 정의
수필(Essay)이란 무엇인가?
중국 남송시대에 홍매는 『용재수필』의 서문에서 “나는 버릇이 게을러 책을 많이 읽지 못하였으나, 뜻하는 바를 따라 앞뒤를 가리지 않고 써두었기 때문에 수필”이라고 말했다.
몽테뉴는 Las Essais에서 “수필은 인생의 내부적인 문제, 명상적이고 주관적이며 설화적인 내용을 자유로운 마음으로 고백한 글”이라고 했으며, 베이컨 역시 자신의 The Essays에서 “수필은 신중하고 호기심 있게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쓴 비망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몽테뉴는 자신의 수필이 인생의 내부적인 문제로서 내 자신의 일이나 사사로운 사건을 쓰는 글, 명상적이고 주관적이며 설화적인 내용을 자유로운 마음으로 고백한 글이며,…
그리고 영국 베이컨은 수필집에서 수필은 개인의 일에서부터 국가의 문제까지 광범위하고, 자유롭게 쓴 글이지만 신중하고 호기심 있게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쓴 비망록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역사가 기억에, 철학이 이성에 의지할 때, 문학은 상상을 바탕으로 전개된다”고 했다.
여기에서 상상이란 무엇인가. 베이컨은 “상상은 사실의 세계에 매이지 않고 사실들을 마음대로 느끼고, 의미를 부여하며 사실보다 더 아름답게, 좋게, 다양하게 만들어 즐기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문학비평가 알베레스(Albérès)는 “수필은 지성을 바탕으로 한 정서적·신비적 이미지의 문학”이라고 했다.
한국은 서양의 현대수필을 접할 수 있었던 피천득의 「수필」, 「인연」, 이양하의 「나무」, 민태원의 「청춘예찬」, 김진섭의 「백설부」 등에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수필 작법을 볼 수 있다.
피천득은 「수필」이라는 글에서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난이고 학이며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하고 좋은 길이다.”라고 수필 작가의 견해를 비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즉 수필은 붓 가는 대로만 써서 될 일이 아니다. 수필은 자기를 솔직히 나타내는 형식의 글이긴 하지만, 논리적인 구성과 체계적인 전개로 주제의식과 소재에 따른 느낌, 그리고 의미부여가 있어야 수필문학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²
한국수필가협회 초대 이사장 조경희는 수필이란 “생각하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생각하는 사색과 생활을 표현한 글”이라고 말했다.
즉 수필이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란 관념을 넘어서, “일(체험)을 통해 발견한 생각(느낌)에 사색과 생활(탐색과 상상력)을 담아 표현(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글”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 수필이란 무엇인가?
수필이란 어떤 주제(제목)에 대한 삶과 체험을 통해 얻은 인생의 발견과 느낌에 새롭게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 비교적 짧게 쓴 산문 형식의 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수필이라는 단어에는 이미 ‘계획’ 혹은 ‘시험’이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수필은 붓 가는 대로 마구 쓰는 체험의 기록이 아니라, 논리적인 구성(서두-본문- 결미)과 체계적인 전개 (주제에 따른 소재와 느낌, 의미부여)를 통한 형식과 분량으로 절제된 창작적인 산문이란 뜻이다.
수필은 소설이나 시처럼 픽션(Fiction)으로서 상상을 통하여 없는 것을 새롭게 창조하는 허구적 창작이 아니다. 즉 수필은 논픽션 (NonFiction)으로서 직접적 체험(작가의 실제 경험)이나 간접적 체험(독서, 드라마, 타인의 이야기, 다양한 정보매체 등을 통한 간접 경험)을 통해 작가의 눈으로 새롭게 선택되는 주제를 소재로 전개해 느끼고 의미를 부여해서 자신의 삶과 인생을 담아내는 창작이다.
왜냐하면 느끼고 의미화한 것은 사실이나 실재의 부족한 것을 더 아름답고 완전하게 꾸며 감동. 감명을 줄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수필은 직접적·간접적 체험 속에서 어느 사람이 여태껏 발견하지 못한 느낌을 발견해 새로운 의미로서, 주제가 의미하는 의의, 가치, 본질, 보람, 바람직한 방향 등을 제시했을 때, 그것은 하나의 체험 문학으로서 감동. 감명을 줄 수 있는 창작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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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동환, 수필창작론』(서울: 역락), 18~20쪽.
2024.6.22.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