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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은 주변 산줄기 관리를 잘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산시는 일찍 아산기맥 종주코스를 개발하여 등산로를 정비 하였고 전국의 산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또 상당부분 겹치는 설광봉황(아프리카 종주), 설광봉도 그리고 비교적 짧은 배태망설, 도고산 - 학성산 종주가 있다. 지난주 배태망설 종주로 일종의 탐색을 마치고 오늘 아프리카종주를 가 본다. 아산 종주의 중심엔 가장 높은 광덕산(699)이 자리하고 있다. 오늘 가 보니 난이도는 어렵지 않아 가장 어려운 산은 망경산으로 생각된다.
들머리 겸 날머리는 송악면 외암리 외암1교다. 배태망설의 날머리 이기도 하다. 하천을 중심으로 한다면 온양천 둘레산길을 잇는 종주길이 되겠다. 아산기맥이 유명하고 아산 종주길 중심에 있다면 아프리카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코스로 자동차를 이용하여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면 편리하다. 아산기맥의 도고산 방면은 가 보지 않았지만 아프리카 월라산 하산길은 다소 정리가 부족해 보이고 일부 어수선한 구간이 있기도 하지만 전 구간 정비가 잘 되어 있어 편안한 길이다. 아산시에서 아프리카는 아직 크게 인식하지 않는 모양이다.
▲ 외암리 들머리
▲ 평촌리 일대
▲ 불탄 설화산 능선
▲ 설화산 정상
05:17, 아직 어스름이 다 가시지 않은 아침, 푸른 산으로 홀로 들어간다. 여전히 설화산 접시안테나는 푸르름 속에 그 자리에서 바람을 견디고 있고 멀리 설화산 능선에 랜턴 하나가 반짝거린다. 아마도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의 주인일 것 같다. 아직 해도 올라오지 않았는데 벌써 하산을 하는 연유가 무엇일까? 얼마 후 랜턴의 주인공을 만났지만 별다른 이야기는 없이 조용한 인사만 건네었다. 된비알을 올라가는 나를 위해 랜턴을 끄고 멈추어 서서 배려를 해 준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잘 안다.
소나무 숲길이 아름답다는 설화산 외암리 방향 거친 능선에 최근 산불이 지나갔다. 능선을 따라 태운 것이 상부에서 발화가 되어 능선에서 마무리 되었을 것 같다. 오늘은 불에 탄 소나무를 모두 베어 정리를 해 두었다. 한데 나로서 나빠 보이지 않는다. 솔길이 어떨지 알지 못하지만 능선이 드러나 전망이 터져 있으니 기분이 좋다. 특히나 바위능선은 나무가 없어야 제맛 이라는 생각이다. 하얀 바위의 아름다움이 돋보일 것이다. 다만 강한 바람이 능선을 더욱 강하게 넘어가는 탓에 몸이 흔들릴 정도로 부니 마치 태풍이라도 온 듯 하다. 막 지나간 노산객이 “뭔 바람이 이렇게 불어” 라며 한 말씀 하신다. 인근에 사시는 분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매일 아침 이 산을 올라가시는 것 같다. 사람들은 주변 산을 닮기 마련이다.
곳곳에 등산로 정비 자재가 올라와 있다. 산에 관심을 갖는 지자체는 왠지 좋아 보인다. 아산군과 온양시가 합쳐져 아산시가 되었다고 하는데 눈부신 발전을 하여 천안시를 압도하는 것 같다. 천안 독립종주는 관리가 부족해 보인다. 정상에 올라서니 뾰족한 봉우리를 넘는 바람은 극에 달한다. 오래도록 앉아있던, 그 따뜻했던 평상에 오늘은 잠시도 앉아 있고 싶지 않다. 여전히 작은봉과 애기봉이 뾰족하게 서 있는 일대 전망이 아름답고 가야 할 능선과 광덕산 그리고 여러 산줄기가 중첩되어 막 피어난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작은봉을 지나자 해가 올라왔다. 맑은 하늘에 밋밋한 붉은빛을 겨우 보이며 올라왔다. 바람은 여전히 강하다. 설화산 3봉(설화산, 작은봉, 애기봉)을 지나면 절골임도까지 길은 쉬워진다. 반대방향은 더 쉬어 마치 미끄러져 내려오다 애기봉에 부딪혀 멈추게 되는 모양새다. 부쩍 많이 올라온 초목의 연두빛과 아침 붉은빛이 어우러져 특유의 강한 바람빛을 보여주는 편안한 숲길이 기분이 좋다. 중간에 자연보호간판을 지나게 되는데 과거에 어느 산에나 볼 수 있었던 간판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신기하다. 어렵게 심은 나무가 잘 자라도록 하는 것이 당시의 과제였을 것이다.
▲ 작은봉과 애기봉이 있는 가야할 능선
▲ 작은봉
▲ 작은봉에 올라오니 일출이 시작된다.
▲ 자연보호 입간판
▲ 멀리 절골입도가 산중턱을 지나고 있다.
망경산삼거리에 왔다. 지난 배태망설 중 설화산 방향으로 갔던, 광덕산이 궁금하던 그곳이다. 천안, 아산 일대 가장 높다는 광덕산. 이름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포천의 광덕산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곳 부터 광덕산 까지는 제법 길었지만 그런 연유로 어렵지 않아 나의 긴장이 무색했다. 마늘봉쉼터를 지나 고도를 점 점 높여가며 길게 올라가니 그리 가파르지 않는 것이다. 산은 제법 인기가 있어 보인다. 서울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제법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대개 인근에서 올라온 주민으로 보이고 일부는 종주를 하는 외지 사람으로 보인다.
안부에 새를 닮은 하얀 바위가 눈에띈다. 장군바위로 불린다. 바위야 다른 산에 비하면 그저 그렇지만 바위가 흔하지 않는 산에선 이름이 붙을 만 한다. 여러 방면으로 길이 나 있는데 장군약수터 이정표가 눈에띈다. 300미터 내려가면 약수가 있다고 표시되어 있는데 누군가 “약수” 두 글자를 지운 것으로 봐서는 물이 충분할지 의심이 든다. 장군바위에 대한 설명을 보니 “… 갈증으로 사경을 헤매다 …. 물소리가 들려 가 보니 바위밑에 물이 뚝뚝 떨어져 받아 마시니 몸이 장군처럼 우람하게 변했다 …”라고 적고 있다. 그 약수가 다름아닌 장군약수터 일 것 같다. 조금 더 가니 약수터갈림길이 나타나고 이마당약수터라고 적혀 있다. 이만 명의 사람과 관련이 있다. 거리도 가깝고 완만해 보이는 것이 물만 잘 나온다면 물을 담기에 적합할 것 같다.
광덕산 정상부는 넉넉하여 사람들이 쉬어가기에 적합한 것이 망경산을 닮았는데 더 넓었다. 특이하게 대피소도 있어 바람이 강한 오늘 누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 가면 바위구간이 나타나고 때아닌 밧줄도 걸려있다. 역시 산은 바위산 이어야 멋진 것인가? 바위 전망대 전망이 빼어나다. 천안 광덕면 광덕계곡 일대가 아침 빛에 아름답게 다가오고, 주황 기와의 유스호스텔이 포인트가 되고 있다. 누군가 석류봉이라는 산패를 걸어두었다. 조금 이동하자 이번엔 같은 전망에 소나무 한 그루가 그림처럼 서 있어 전망 보다는 전망대의 아름다움이 빼어나다. 광덕산은 정상 보다는 그 이름이 맞는지 모르지만 석류봉으로 보인다.
광덕산의 영역은 상당히 넓다. 서귀봉을 내려오면서 길고 편안한 산길이 각흘고개까지 길게 이어졌다. 마을에선 뿔에, 아프리카에선 남아공에 해당 할 것 같다. 그리 어렵지 않은 광덕산 꼭대기에 올라 완만하게 펼쳐진 내리막은 대가가 넘쳐 보인다. 이런 길을 포함하고 있기에 아프리카나 아산기맥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모양이다. 사실 대개의 종주길은 생각보다 어려워 외면 받고 있다.
▲ 망경산 삼거리
▲ 장군바위
▲ 석류봉
▲ 소나무가 있는 조망지
▲ 각흘고개
바람은 여전히 강하지만 더위가 찾아왔다. 각흘고개 생태다리를 지나고도 편안한 길은 계속 이어졌다. 문득 뒤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한 눈에 보기에도 속도가 빨라 보이는 하얀 트레일러닝 복장을 한 사람이 다가온다. 길을 열어주었다. 편안한 길 껑충껑충 부드럽게 뛰어가며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자기를 반복한다. 길이 좋아 달리기 또한 좋은 길이다. 봉수산은 꼭대기 더 높고 짧은 된비알이 있을 뿐 별다른 차이는 없어 보인다. 충청도의 산은 다 이런 모습일지 궁금하다. 사람도 적어 호젓하게 걷기 좋고 좀 지루하다 싶으면 천천히 달리기에도 좋다. 하얀 러너는 봉수산에서 다시 만났다. 잠시 쉬어갈 모양이다. 이 곳에서 짧게 만나는 금북정맥과 헤어지게 된다.
러너는 하산을 하여 다시 만났다. 여전히 부드럽고 여유있게 뛰어가면 묻는다. “배방산에서 오셨어요?” “설화산이요” “아프리카 종주 하시나요? 나도 …” 지역사람일지 서울에서 왔을지 보기드문 기량을 지니고 있다. 같은 경로를 가는 것 같지만 함께 하기 어렵다.
문득 여러 바위가 흩어져 있는 구간을 지나게 된다. 베틀바위라 적혀있다. 둥글둥글 바위가 자연스럽게 조각공원처럼 놓여 있는 것이 어딘가 앉아 쉬어가기 적합해 보인다. 부자로 보이는 산손님과 만났다. “안녕하세요? 혹시 달리기 대회 하세요?” 손을 흔들며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묻는 것을 보니 하얀 러너는 막 지나간 모양이다. 그리고 갈매봉 오르막에서 꼬리를 보았고, 마지막이었다. 내리막과 평지도 잘 달리지만 오르막도 곧은 자세로 긴 다리를 들어 부드럽게 올라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형제고개에 도착하였다. 심마니공방이 첫눈에 들어온다. 봉수산 약초꾼과 그의 아내가 조각과 한지공예를 하며 쌓인 작품이 지천이다. 그들의 삶이 어떨지 생각 해 본다. 때가 되면 봉수산을 누비며 약초를 캐고, 한가한 시간에 공예를 하는 삶. 이제 널리 알려져 사람들이 찾으니 처음에는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행복할 것 같다. 또 토종마을 식당이 눈에띈다. 12시. 딱 점심식사를 하기 적당한 시간이다. 동행인이 있다면 음식을 들며 막걸리 한 잔 했을텐데 오늘은 쓸쓸히 지나간다. 홀로 산에 들어 자유롭게 자연에 묻히면 행복하지만 때론 외롭다.
▲ 우측 조망
▲ 봉수산 인근
▲ 봉수산
▲ 정사석은 조금 떨어져 있다.
▲ 베틀바위
▲ 오형제고개
▲ 삼각봉
삼각봉과 월명산을 지났다. 월명산에서 납은들고개 방향 아산기맥과 길이 나뉜다. 남은거리는 14킬로 가량. 길은 여전히 부드럽지만 지난 길에 비하면 사람의 통행이 적어 보인다. 얼마 후 임도를 만났다. 임도는 사방으로 나 있고 잠시 입도를 따랐다가 다시 산길로 갔어야 했는데 이를 놓쳤다. 지도를 보니 산길과 방향이 대체로 맞아 보이지만 계속 능선 아래를 걷는 형국이다. 마침 산자전거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사면 길을 올라 산길에 들었다가 다시 임도의 종착지인 오암리고개로 내려왔다. 결국 임도로 가도 만나게 되는 것이었다.
임도는 반대편에도 계속 이어졌다. 잠시 임도로 들다가 오른편 산길로 올라갔다. 임도는 좌측 아래에 계속 얄밉게 따라왔다. 이런 식으로 능선 가까이 임도가 나 있으면 산길이 무색해 진다. 그나마 부드러운 산길은 계속 이어졌지만 식사를 하지 않아서 인지 몸이 지쳐간다. 피로도를 보니 30킬로 가량 되었을 것이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가니 누군가 띠지에 바람골산(240미터)라고 적어두었다. 수곡마을 바랑골의 이름을 딴 것으로 보이나 그들이 실제로 그렇게 부르는지는 알지 못하겠다.
다시 임도를 만났다. 임도는 줄곧 산줄기 아래를 따르다가 이 곳 고개를 넘어갔다. 입구에 적힌 2017임도. 비교적 넓고 쾌적하게 조성되어 임업에 도움이 될 것이고 산과 임도의 관계는 공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산길을 깊이 깎지 않고 바위계단을 설치하여 배려를 하고 있다. 잠시 앉아 쉬며 조용한 임도가 주는 편안한 시간을 갖는다. 짧은 산줄기를 지나 다시 임도를 마지막으로 만났다. 결국 처음 임도 부터 여기까지 임도를 따르더라도 만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임도는 최근 개설되어 위성지도에도 보이지 않는다.
덕암산 갈림길을 지나 갱티고개 방향으로 간다. 학성산부터 월라산까지 이어지는 짧은 종주길이자 천안아산태극종주길이다. 갱티는 북쪽 아산 초사동 갱티마을에서 유래한다. 마을이 삼태기 모양이라 갱티 또는 꽃이 일찍피어 개화내(개우내)라고 부른다. 초사는 싸래기논(모래논밭)이 있어 싸래 또는 초사라고 한다. 다시 산길로 조금 가니 유난히 넓은 소나무숲 능선이 노랗게 빛나는데 누군가 플라스틱 의자를 올려두고 끈으로 묶어 두었다. 그 사람은 인근 마을 사람으로 생각된다. 그가 자주 이 곳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사색에 잠길 것으로 생각된다.
도망산갈림을 지나 황산에 올랐다. 도망산이란 이름이 특이한데 유래를 알지 못하겠다. 사래마을 옆 경찰인재개발원이 선명한 시원한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초사는 여전히 싸래기논이 층을 이루고 있어 골프장과 대비가 된다. 멀리 알 수 없는 산과 아산 일대 아파트가 희뿌연 오후 대기속에 즐비하다. 골프장 위로 작은 산줄기가 이어지다 마지막 봉우리가 솟아 있다. 아프리카 종주의 마지막 봉우리인 월라산이다. 그 너머로 시작점 설화산이 아래 접시안테나와 함께 당당하게 여전히 그 자리에 솟아 있다. 긴 거리를 걷고 또 걸어 다시 제자리로 가고 있는 것이다.
작지만 월라산이 제법 마음에 든다. 정상부 바위가 다닥다닥 붙은 모습이 작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다. 꼭대기에는 별다른 인식표 없이 두 기의 돌탑이 이 곳이 월라산임을 알려주고 있다. 정상 소나무 사이로 바라보는 평촌리 반듯한 평야지대가 시원하다. 대개 물을 끼고 있는 산이 명산의 조건에 든다. 물이 다듬어 대개 가파르고 내부의 독특한 바위가 드러나기 마련이며, 낮지만 전망이 빼어난 까닭이다. 월라산도 설화산과 마찬가지로 그런 모습을 지니고 있다. 간단하지만 빼어난 모습을 보인다. 다만 하산길이 그리 좋지 않은 이유는 골프장이 들어서 능선을 점유 한 까닭이다. 때문에 골프장 바깥 사면길로 내려와야 했는데 지도를 보니 골프장으로 들어와(원형철망에 사람이 들어간 흔적이 있다.) 능선을 따라 진행해도 반대편 울타리 없는 곳으로 내려오면 되겠다.
평촌길 도로로 내려와서도 1킬로 가량 더 진행해야 시작점인 외암교로 갈 수 있다. 다만 평촌리 평지를 바라보며 걷는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다. 도로 앞을 막아선 봉우리 하나가 눈에 띄는데 본 산길과는 무관하다.
▲ 오암기고개에 닿는 임도
▲ 바람골산
▲ 임도 교차
▲ 보갑산
▲ 오암리고개
▲ 황산
▲ 경찰인재개발원과 월라산 그리고 설화산
▲ 월라산 꼭대기
▲ 골프장 울타리
▲ 평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