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 강근호 선생을 기리며
이남우
무장독립군 애국지사 강근호 선생 기념사업회 회장
정책학 박사 / 동부산대학교 교수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인데 날씨는 완연한 여름이다. 영상 30도에 가까운 온도에다 습도도 높아 불쾌지수 또한 만만치 않다. 무더운 날에 장산에 들어서면 더위는 저리 가고 시원하고 상쾌함이 앞선다. 참으로 자연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자연은 누구에게나 고마운 존재인데 우리는 모르고 살 뿐이다. 장산 역시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장산과 더불어 자연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 자연에 반하는 행동을 금지하고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고 보면 정말 소중히 다루어야 할 것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이런 소중한 것들이 모이고 쌓여서 우리에게 풍요를 가져다준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마음껏 누리는 풍요는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지금 매우 행복하게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 나라(대한민국)도 있고, 잠잘 집도 있고, 하루에 세 끼의 식사도 한다. 그 외에도 여유가 허락하는 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지낸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보다 앞선 세대는 나라도 없이 온갖 설움을 견디며 억압 속에 살아왔다. 그러다가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지고, 많은 이들이 나라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서 죽어갔다. 전쟁으로 온 나라가 황폐해지자 기아(饑餓)에서 벗어나려고 얼마나 많은 몸부림을 치며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가. 하지만 앞선 세대들은 그런 생각조차 할 겨를도 없었다. 곧 좋은 날이 오겠지 기대하며 매일매일 고생을 반복하면서 현재까지 살아왔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늙고 병들어 대접조차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삶을 살다가 인생을 마감하는 분들도 많다. 물론 대접받으려고 목숨 걸고 전쟁에 나가 싸워 나라를 지켜낸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에게 자문자답(自問自答) 해 보자. 우리의 풍요는 대한민국을 위하여 피와 땀을 흘린 누군가의 덕분이 아닌지를. 무엇보다 그 누군가는 이웃 어른 또는 우리 할아버지일 수도 있다는 것을.
올해 제64회 현충일을 맞아 지면을 통해서 이러한 생각을 해운대 주민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감사를 드린다. 현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우리는 현충일이 어떤 날인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어떻게 행동하고 마음가짐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부디 망각하지 말고 살자고 당부하고 싶다. 특별히 준비할 것도 행동할 것도 없다. 그냥 고마운 마음, 이런 느낌으로 모르는 자손들에게는 가르치고 인도해주는 것이 도리라는 말로 갈음하고자 한다.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함을 가지는 것도 자신의 건강에 득이 된다고 한다. 현충일을 맞아 나라를 위해 애쓰신 분과 주변의 모두에게 감사하면서 살자.
더구나 여기 장산에는 무장독립군 애국지사 강근호 선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만주 청산리 전투에서 공을 세운 강근호 지사는 해방 후 만주에서 걸어서 남한까지 내려오셨다. 그 뒤 강 지사는 한국전쟁 때 또다시 자유대한을 수호하고자 국군장교로서 인민군과 맞서 싸운 특별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한 번은 일제로부터 독립을 위해, 또 한 번은 자유대한을 위해 몸을 바친 강 지사의 혼이 스며 있는 곳이 장산 모정원이다. 그래서 나에겐 장산이 더욱 특별하다.
과거 강근호 지사는 “청산리에서 이름 없이 산화한 전우들의 이름을 비석에 새겨서 길이길이 간직하고 기억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강근호 지사의 유언대로 잊지 않게 돌에 새겨 오래오래 그분들의 고마움을 기억했으면 한다. 제64회 현충일을 맞이하여 선열들과 더불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어르신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정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