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인수봉 검악B길
참석자 : 이기웅 회장님, 이해웅, 유주종, 김창섭, 김민경, 김성철
선등 : 유주종
2016년 한등클라이머스 첫 등반을 마쳤습니다.
우리가 간 길은 인수 검악B길입니다.
날씨도 좋고, 시계도 좋고...
꽃은 피어 만발해 있는 좋은 봄날.
등반하기에 정말 딱인 날씨였습니다.
원래 한등클라이머스 첫 등반길은 선인봉 박쥐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선인봉 안전진단 문제를 알게 되어 급하게 변경한 길이 검악 B였습니다.
선인봉이 막혀 있어 그런지, 서울에 있는 클라이머들은 모두 인수봉으로 집결한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이곳 저곳이 정체입니다.
낙석이 떨어지고, 장비가 떨어지고...심지어는 핼멧까지 떨어지더군요.
검악B길은 반트길과 인수B 중간에 있었습니다.
어지간하면 비어 있는 길이라는데, 인수A를 등반하려고 하는 한 등산학교 사람들이 인수B로 옮겨타기 위해서
검악B 한피치를 오르고자 했습니다.
사람좋은 주종 대장은 그분들께 좋은 마음으로 양보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장장 한시반 반이 넘도록 검악B가 시작되는 인수대슬랩에서 대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햇볕이 좋은 곳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응달에 물이 흐르는 바위 곁에 붙어 있는 저는 무척이나 춥더군요.
양보를 받은 분들은 고맙다고도 미안하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더군요.
심지어 선등자가 우리한테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검악B를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밑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주종 대장께서는 마지막으로 오르는 후등자에게 어떻게 올라야 한다는 포인트 레슨까지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거의 한시간을 검악B 두피치에서 낑낑대시던 그분은 끝내 완등하지 못하고 내려오더군요.
우리는 기다림에 지쳐 몹시 피곤해졌습니다.
모두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주종 대장은 수월하게 두피치를 완등했습니다.
검악B길은 뒤돌아보면 고도감이 있어서 아찔했습니다.
인공으로 오르는 길은 정말이지 중간에 내려가고 싶을 정도로 무섭더군요.
볼트를 밟고 올라서기만 하면 될 수 있게 슬링을 그렇게 걸어주었는데도 말이죠.
이제 볼트따기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은 마지막 볼트를 밟고 일어섰을 때 입니다.
많은 등반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검악B길이 난이도 5.9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아찔아찔하고 무서웠어요.
물론 오랜만에 하는 등반이라 몸이 안풀려서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요.
이 길을 어떻게 선등으로 올랐을까 생각만해도 선등자가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2피치 후 하강하강, 모두 무사히 하강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도선사에서 성철씨를 만나 우이동으로.
맛있는 해산물로 저녁을 먹고 해산.
* 산에서 예의를 지키자고 서로 맹세함.
*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은 낭비를 해도 괜찮을 듯.
* 사진을 거의 찍지 못하고 등반을 마친 점이 무엇보다 아쉽네요.
* 다음에는 많이 많이 찍는 걸로...
* 사진 찍은 분들 몇장 안되지만 사진 올려주시는 걸로...
* 5월 28~29일. 천등산을 기대합니다. 그때 모두 모여 같이 합시다^^
첫댓글 고맙다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아무것도 아닌듯 하지만 그사람의 인성을 보여주는 행동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