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종교개혁이 진행되던 스위스 도시들에서는 폭식, 폭음, 종교적 금식계율, 과도한 축하행사들이 금지되었다. 사행심을 유발하는 주사위 놀이와 "건배"라는 인기 있는 음주 관행도 금지되었다. 이러한 조치들이 인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겠지만, 인간의 양심과 보편 상식에 비춰서 판단한다면 부도덕과 타락을 방지하고 사회 개혁을 이룩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유럽 사회는 일찍부터 기독교인들의 주도로 사회 개혁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우리와 크게 다르다. 우리나라는 기독교인들이 주도가 되어 사회 개혁을 이루지 못한 채로 현재까지 이르러, 사회 전반이 부패 지수가 높고, 음주 문화와 폭력, 정신 질환, 사회 분열, 부정직과 거짓말의 만연 등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건강하지 못한 사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회 수는 많지만 한국 교회들이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여 오히려 사회의 지탄을 받고,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교회가 실추된 이미지를 벗고, 개혁의 정신을 드높이기 위해서 16세기 스위스 종교개혁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 아래의 페터 오페츠의 글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완벽한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인생의 표어로 떠벌리던 18세기의 어느 계몽주의 철학자는 커다란 파이를 먹으며 죽음을 발견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굶주리던 시대, 왕궁에서 맞는 유쾌함이 가득한 죽음입니다. 1536년 베른이 칸톤 보(Vaud) 지역에 종교개혁을 도입하자 종교적 금식계율이 금지되었을 뿐 아니라, 폭식과 폭음을 금지하는 법령도 공표되었습니다. 과도한 축하행사들은 금지되었고, 벌금이 부과되었습니다. 취리히와 제네바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은 개혁주의자들이 쾌락을 억압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을까요? 16세기 말 결혼식 피로연에 내놓는 음식에 대한 상세한 규정 목록은 이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것들도 제한되었는데, 예를 들면 주사위 놀이나, “건배"라는 인기 있는 음주 관행도 금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가톨릭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이미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훨씬 전인 15세기부터 있었던 것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까닭을 발견합니다. 인구 대부분이 빠듯하고 천편일률적인 생계 수단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곳에서 소수 엘리트가 대 놓고 흥청망청하게 살아가던 모습은 사람들을 자극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인 동요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결혼식 날 모든 마을 주민들을 극진히 대접해야 했던 사회적 압력은 한때 전통이 되다시피해서 신부 부모를 막대한 빚더미와 가난에 허덕이게 했습니다. 술꾼들은 번 돈을 노름판의 주사위에 내 버렸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아내와 자녀 모두가 굶주리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마치 정부의 풍기단속처럼 보이는 일들은 사실 모든 사람, 또한 무엇보다도 약자의 안녕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조치로 고안되었던 것입니다. 처음 보기와는 달리 이것은 우리에게 그렇게 낯선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서야 국가에 의해 흡연의 자유가 제한되면서 비흡연자가 열차와 식당에서 보다 쾌적하게 머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건강상의 이점을 제외하고서라도 말입니다. 돈놀이는 오래 전부터 도박법을 통해 제한되고 있습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과음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개인의 자유이자 삶의 즐거움에 해당하는 일일 뿐이라며 환영하는 사람들을 이제 우리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가가 건강을 강요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21세기가 반 쾌락주의 사회로 되어버린 것인가요?
종교개혁자들은 자유의 편에 섰습니다. 자유는 오직 자기 파괴적인 방종과 구분될 때 가능한 것입니다. 종교개혁자들은 사람들의 개인적 삶에 절제와 중용을 권했습니다. 절제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정말로 자유로운 것입니다. "음식을 너무 과도하게 먹지 마시오." 이와같이 사람들의 일상적 삶과 관련해 불링거가 권고한 내용을 보면, 그에게 모든 의료보험사가 훈장을 수여할 만합니다.
페터 오피츠·정미현·한스 스투룹 지음, 정미현 옮김, 『츠빙글리의 종교개혁, 얼마나 알고 계셨나요?』(서울: 연세대학교 대학출판문화원, 2020), pp.11∼12.
첫댓글 좋은 포스팅입니다.
청교도 신학도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츠빙글리가 나옵니다. 소위 단순한 신학인데요. 단순한 신학의 실천은 삶에서 복잡기괴한 치장을 다 벗어던지게 하고 탐욕과 악한 습관의 중독으로부터 해방되게 합니다.
네, 공감합니다.
카페 회원이 올린 아래 글도 간접적으로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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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 정숙, 절제
https://cafe.daum.net/1107/Z4mc/68
네, 다시 읽어 보니 대강의 논조가 비슷하네요.
소개 글 도입부에도 매우 공감합니다. 츠빙글리 칼빈 청교도의 기독교는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해 나아갔는데, 이에 반해, 한국기독교는 자체의 타락으로 인해 사회의 질타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ㅠㅠ
기독교, 특히 개혁주의만이라도 한국교회와 사회에 대해서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기독교를 사칭하여 기독교를 욕먹게 하는 이단과 신비주의는 근절되어야 합니다.
유럽의 종교개혁은 전 국가 또는 도시 전체가 정치, 사회, 법률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대 변혁이 일어났기 때문에 아예 틀이 통채로 바뀌게 되었죠. 우리와는 스케일과 질적인 면에서 비교가 안 되겠죠.
@코람데오 네, 공감합니다.
"아 마시지 마라 그 술, 아 보지도 마라 그 술, 우리나라 복 받기는 금주함에 있나니라."
한국에도 기독교가 이끈 절제운동이 있기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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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독부는 1916년 공창제 실시를 발표하고, 무려 50만 달러를 들여 한반도 전역에 홍등가를 설치했다. 2년 뒤에는 18만2000달러를 배정해 총독부 차원에서 아편 재배도 추진했다. 총신대 박용규 교수는 '한국기독교회사'에서 일제가 "한국 청소년의 도덕적 해체 작업에 착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전적인 이유도 있었다. 담배와 술 판매로 얻는 세금은 총독부 전체 세입의 30%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벌인 금주·금연 운동은 민족의 정기를 되살리는 시민 운동이자 일상 속의 독립운동이었다. ...
https://v.daum.net/v/20130814171107102
링크 글 잘 보았습니다. 시민운동으로서 여성절제회 활동은 박수를 받을 만합니다. 초창기 금주 캠페인의 활동에 힘 입어 한국 교회 신자들이 음주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 왔었죠. 그런데 80년대 후반 부터 개 교회 안에서 젊은 신자들부터 슬슬 무너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대학부나 청년부 교사들이 월례회를 외부 술집에 가서 한다거나 하면서 청년들을 물들이기 시작했고, 웬만한 교회들의 신자들도 이제는 음주, 흡연 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신학교 교수, 신학생, 목회자들이 이런 데서 깨끗해야 하는데...본인들이 깨끗하지 못하니 무슨 소리를 할 수 있을까요?
조선총독부가 한 일은 민족말살 정책이었네요. 한반도 전역에 홍등가 설치, 아편 재배로 남자들을 폐인 만들고, 여자는 위안부로 끌고 가고...문화재와 쌀 수탈, 언어 말살, 역사 왜곡, 왕조 말살...정말 끝도 없이 나오는데 치가 떨리고 그 야비함에 가소롭기까지 합니다.
그러면서도 근대화를 앞당기게 해주었다고 우기는데, 도적이 할 말은 아닌 거죠.
@코람데오 네, 맞는 말씀이세요. 공감합니다.
@코람데오 공감합니다22
한국에 선교사를 파송한 절제회가 있었네요. 1923년인데 오히려 옛날의 한국기독교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었습니다. 지금이 문제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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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3년 세계기독교여자절제회에서 한국으로 파송받은 영국인 선교사 크리스틴 틴링은 기독학교를 방문하면서 금주와 금연 등 절제운동을 전파하는 데 힘썼다. 세계기독교여자절제회는 1883년 미국 프랜시스 윌라드 여사에 의해 시작돼 현재 45개국이 가입된 국제 여성단체다. ...
https://v.daum.net/v/20230511030611417
현대, 현재 한국교회에도 절실하게 필요한 절제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자유와 절제에 대해 잘 알려주는 좋은 포스팅입니다. 츠빙글리 멋집니다.
맞아요. 공감합니다^^